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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창업 땐 눈높이 낮추고 돈보다 하고 싶은 일 택해라

대형 회계법인에서 30년 넘게 일하다 지난해 2월 상무로 퇴직한 공모(59)씨는 오는 22일부터 한국자원봉사협회 사무총장으로 일한다. 그는 “급여는 예전에 비할 바 아니지만 다시 일한다는 생각에 힘이 솟는다”고 말했다. 평소 봉사활동에 관심이 많은 데다, 따 놓은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새 일을 찾는 데 도움이 됐다.
공씨의 경우에서 크게 두 가지를 배울 수 있다. 준비 없는 은퇴는 없다는 것, 그리고 인생 이모작은 눈높이를 낮추고 하고 싶은 일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베이비부머는 부모 모시고 자식 대학 보내느라 은퇴 준비는 뒷전이었다.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메트라이프생명이 이달 발표한 베이비부머의 은퇴준비지수는 100점 만점에 62.2점으로 낙제 수준이었다. 특히 재테크 등 재정 분야(52.6)는 최하점을 받았다. 은퇴 후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서는 넉넉한 돈이 중요하다. 하지만 다는 아니다. 한국노년학회장인 서울대 한경혜(아동가족학과) 교수는 “심리·건강·관계 유지가 금전적 요소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은퇴 후 일자리를 구하거나 창업 아이템을 고를 때 욕심을 내지 말고 눈높이를 낮추라는 것이다. 체면 때문에 남의 눈을 의식해서도 안 된다. 가능하면 평생 하던 일과 조금이라도 연관이 있으면 좋다. 평소 관심사를 새로운 일과 연계시키는 것도 바람직하다. 공씨 역시 1년간 쉬면서 보험판매를 위해 자격증을 따기도 하면서 수십 군데에 이력서를 냈다. 하지만 돈보다 좋아하는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돌린 뒤 지금의 사회봉사 직장을 찾을 수 있었다. 금융회사 지점장까지 지낸 윤모(57)씨는 취미를 새로운 일자리로 연결한 경우다. 그는 이달 경기도에 있는 자그마한 사립 박물관에 큐레이터로 취직했다. 1년 근무하면 학예사 자격증도 나온다. “예술품·골동품을 수집하거나 관상하길 좋아했는데 박물관에서 제2의 인생을 펼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그 역시 급여보다는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할 수 있다는 것이 첫째 조건이다.

큰 직장을 다니다 소규모 업체로 전직할 때는 종전의 사고방식을 확 바꾸는 것이 좋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종합고용지원센터 김동준 수석컨설턴트는 “급여가 크게 떨어지는 것도 그렇지만 수억원이 들어가는 전사적자원관리(ERP) 구축 제안 등 대기업식 업무 스타일이 새 직장 간부들과 마찰을 빚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대기업 퇴직자들의 중소업체 안착률이 떨어지는 까닭이다.

창업에는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전 재산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실패하면 안락한 노후를 기대할 수 없다. 준비 없는 창업은 베이비부머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래도 좀 아는 분야라고 생각해 돈까지 빌려 1억5000만원을 털어 넣었는데 주문·수금·운영 모든 면이 너무 힘들었다. 너무 쉽게 생각했다.” 외식업체 사업부장으로 퇴직해 주방기기 사업을 벌였다 1년 만에 접은 박모(45)씨의 말이다. 40대인 박씨는 재기를 꿈꿀 수 있지만 50, 60대 은퇴창업의 실패는 그걸로 끝인 경우가 많다.

창업전문가의 조언은 ‘철저한 준비’와 ‘허세의 배격’으로 요약된다. FC창업코리아 강병오 대표는 “ ‘너 자신을 알라’는 경구가 창업만큼 딱 들어맞는 분야는 드물 것이다. 철저한 자기검증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부인과 자녀가 참여하는 가족창업의 성공률이 높다”고 했다. 이경희 창업경영연구소장은 “전직이 화려할수록 주변을 의식해 손이 큰 경우가 많은데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건강관리와 가족 간의 이해와 사랑은 필수다. 강북삼성병원 신호철 건강의학본부장은 “은퇴기는 건강에 빨간불이 켜지는 때인 만큼 규칙적인 생활과 꾸준한 운동이 필요하고 과음·과식과 흡연을 자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미혜 이화여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장은 “직장에 올인했던 남편들이 퇴직 후 아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부부싸움이 잦아지고 이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잦다. 공통의 취미와 관심사를 발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실 베이비부머의 대량 은퇴 문제는 개인적인 노력만으로 극복하기에는 버거운 사회·정치적 문제다. 은퇴 빈곤층은 20대 청년백수처럼 이미 사회문제화하고 있다. 또 은퇴자들을 위한 정년 연장 논의나 국민연금 고갈 문제는 이미 청장년 세대의 불만 요인이 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 현재 은퇴 빈곤층은 101만 가구로 전체 고령 은퇴가구의 40% 선에 달한다. 이준협 연구위원은 “은퇴 쓰나미는 세대 간 갈등을 유발하며 사회통합의 위협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차원에서 노년층 일자리를 창출하고 고령 친화적인 산업을 육성하는 것도 필요하다. 한국노동연구원 방하남 선임연구위원은 “은퇴자 개인적인 노력에는 한계가 있다. 돈벌이든 봉사·취미활동이든 평균수명 80, 90세 시대에 맞게 노인들이 시간 디자인을 할 수 있는 인프라를 사회가 함께 고민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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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