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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희망까지 버릴 순 없는 인생이기에... 

실패한 자만이 성공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실패만큼 성공적인 것도 없다. 사랑도 그렇다. 사랑에 실패한 사람만이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할 수 있고, 이루지 못한 사랑만큼 아름다운 것도 없다. 스콧 피츠제럴드는 일반적인 성공의 기준에 따르면 실패자로 삶을 마쳤다. 그가 쓴 책들은 대부분 절판됐고,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조차 거의 팔리지 않았다. 생전에 그가 마지막으로 받은 인세는 13달러에 불과했다. 그는 아내에게 “이제 나는 완전히 잊혀졌소”라고 썼다.

대개의 작가가 그렇듯 피츠제럴드도 자신의 이야기를 작품화했는데, 부잣집 딸과 희망 없는 사랑에 빠진 가난한 청년의 이야기가 가장 많았다. 그의 처녀작 『낙원의 이쪽』과 『위대한 개츠비』, 단편소설 ‘겨울꿈’이 대표적이다. 아름답고 도도한 여주인공은 돈 때문에 결혼하는 속물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인물로 그려지고, 실연당한 주인공 역시 결코 상대를 비난하지 않는다.

‘겨울꿈’의 여주인공 주디는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난 누구보다 아름다워요. 그런데 왜 행복할 수 없나요?” 『위대한 개츠비』에서 데이지는 ‘돈으로 가득한 목소리’로 개츠비에게 이렇게 속삭인다. “저 핑크빛 구름 하나를 가져와 그 위에 당신을 태우고 이리저리 밀고 싶어요.”피츠제럴드의 첫사랑은 기네브라 킹이라는 갑부집 딸이었다. 기네브라의 아버지는 은행가였고, 그녀는 미모와 총명함으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그는 “함께 연극을 본 뒤 기네브라를 전차로 바래다주어야” 했다. 기네브라는 결국 그를 ‘헌신짝처럼 차버리고’ 돈 많은 남자를 택했다. 마치 데이지가 개츠비를 버리고 부잣집 자제인 톰 뷰캐넌과 결혼했듯이.

『위대한 개츠비』의 서두에서 작중 화자인 닉은 아버지로부터 들은 충고를 소개한다. “남을 비판하고 싶을 때는 늘 이 점을 명심하라. 이 세상 사람들이 다 너처럼 유리한 조건을 가진 게 아니라는 것을.” 닉은 그래서 개츠비를 도덕적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개츠비가 밀주업과 도박, 불법 채권 거래로 돈을 벌었지만, 그에게 부는 어디까지나 수단에 불과했다. 그의 진짜 목적은 잃어버린 사랑을 되찾는 것이었다.

“과거를 반복할 수 없다고요? 아니죠, 그럴 수 있고 말고요! 전 모든 것을 옛날과 똑같이 돌려놓을 생각입니다.” 개츠비는 5년 전으로 시간을 되돌려 데이지를 다시 찾으려 한다. 하지만 그녀는 남편 톰의 불륜을 알면서도 지금 누리고 있는 안락을 버리려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녀와 톰의 잘못 때문에 개츠비는 엉뚱한 죽음을 당한다.

이렇게 허망하게 삶을 마치는 개츠비가 위대한 까닭은 그의 꿈과 희망 때문이다. 너무나도 절실해 이루어질 수 없지만 그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데이지의 초록색 불빛을 향해 두 팔을 뻗는다. 톰과 데이지가 남태평양으로 신혼여행을 떠나 있는 사이 개츠비는 군대에서 받은 마지막 봉급으로 그녀가 살던 곳을 찾는다. 기차를 타고 그곳을 떠나면서 “그는 마치 한줌의 바람이라도 잡으려는 듯, 그녀가 있어 아름다웠던 그곳의 한 조각이라도 간직하려는 듯 필사적으로 손을 뻗쳤다.”

닉이 개츠비를 처음 보았을 때도 “그는 두 팔을 어두운 바다를 향해 뻗었는데”, 만(灣) 건너편에는 데이지가 살았고 그곳의 부두 끝에는 항상 초록빛 불이 켜져 있었기 때문이다. 개츠비가 마침내 데이지와 재회한 순간 불빛이 지니고 있던 의미도 달라진다. “그를 데이지와 갈라놓았던 머나먼 거리와 비교해 보면 그 불빛은 그녀와 아주 가까이, 거의 손으로 만질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있는 것 같았다.”

닉은 고향으로 돌아가기 전 몰락한 개츠비의 저택을 찾아 그가 초록색 불빛을 처음 찾아냈을 때 느꼈을 경이감을 생각해 본다. “개츠비는 그 초록색 불빛을, 해마다 우리 눈앞에서 뒤쪽으로 물러가고 있는 절정의 미래를 믿었던 것이다. 그것은 우리를 피해갔지만 문제될 것은 없다. 내일 우리는 더 빨리 달릴 것이고 더 멀리 팔을 뻗을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조류를 거스르는 배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떠밀려가면서도 앞으로 계속 나아가는 것이다.”

사실 이 작품의 매력은 줄거리보다는 문장의 시적인 표현과 은유에 있다. 개츠비가 데이지와 처음으로 입맞춤하는 장면을 보라. “그의 입술에 닿자 그녀는 한 송이 꽃처럼 피어났고, 그는 새로이 태어났다.”

피츠제럴드가 『위대한 개츠비』를 발표했을 때의 나이는 스물아홉이었다. 그런데 닉은 작품 속에서 서른 번째 생일을 맞는다. “서른 살, 고독 속의 십 년을 약속하는 나이, 미혼인 친구가 점점 줄어드는 나이, 열정의 서류가방도 점점 얄팍해지는 나이, 머리숱도 점점 적어지는 나이다.” 김광석의 노래 ‘서른 즈음에’에서처럼 그렇게 점점 더 멀어져 가는 게 인생이지만 꿈과 희망까지 버릴 수는 없는 것이다.



박정태씨는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와 서울경제신문, 한국일보 기자를 지냈다. 출판사 굿모닝북스 대표이며 북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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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