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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닝’이란… ‘하얗게’보다는 ‘환하게’ 랍니다



최근 TV, 잡지, 신문에서 여배우들이 신화 속 여신 혹은 요정처럼 피부를 밝히라며 주문을 걸고 있다. 2월, 화이트닝 시즌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다. 많은 화장품 브랜드들은 겨우내 새로운 기술과 성분으로 든든하게 무장한 화이트닝 제품을 내놓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내 얼굴 ‘옥의 티’인 기미?잡티, 푹 자고 나왔는데도 “피곤해?”란 말을 듣게 만드는 얼룩덜룩하고 칙칙한 피부톤을 ‘밝고’ ‘맑고’ ‘화사하고’ ‘투명하게’ 바꿔 준다니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주목해 볼만한 올해의 화이트닝 제품 4가지를 선별했다.

서구인들은 모르는 화이트닝의 세계

기자는 이달 초 방한한 ‘에스쁘아’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크리스 콜벡(Chris Colbeck)과 한국 여성의 얼굴, 메이크업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이 있다. 그는 뉴욕에서 활동하고 있는 영국인 메이크업 아티스트인데, 화이트닝 케어 후 할 수 있는 메이크업을 추천해달라는 요청에 “화이트닝이란 말 자체를 처음 들어봤다”며 당황스러워 했다. 화이트닝이란 단어에서, 조심스럽게 “혹시 하얀 피부가 상류 계급을 뜻하나? 그래서 흰 피부를 가지길 원하는 건가?”라고 되묻기도 했다.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양산을 쓰고 빛을 피하는 것을 보았는데 혹시 하얀피부를 가진 상류계층을 선망해서냐고도 물었다. 그 자리에 있던 브랜드 관계자들이 “깨끗하고 밝은 피부를 만드는 관리를 뜻하는 것인데 마케팅상 그렇게 이름을 붙인 것뿐”이라고 여러 차례 설명을 하고 나서야 “아, 그렇군요”란 대답이 나왔다. 그는 “유럽이나 북미 국가에서는 화이트닝에 관심을 많이 두지 않는다”며 “아시아의 특징인 것 같다”고 전했다.

아시아 여성이 화이트닝에 열광하는 이유는 다른 인종에 비해 잡티가 잘 생기고 피부톤이 쉽게 칙칙해지기 때문이다. 이는 황인종이 가진 어중간한 멜라닌 색소의 양 때문이다. 피부색은 멜라닌 색소의 양에 따라 결정되는데, 백인은 적고 흑인은 많다. 이들은 피부톤 변화를 쉽게 체감하지 못해 피부톤을 균일하고 밝게 만드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이에 반해 아시아인들은 피부톤 변화가 커 이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를 놓치지 않은 화장품 회사들이 아시아 여성들을 타깃으로 화이트닝 화장품을 만들었고(시작은 일본에서부터로 알려져 있다), 이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중국, 싱가폴 등 아시아 몇 개국에서만 유통된다.

효과로 보면 브라이트닝이 더 적절한 이름

크리스 콜벡처럼 화이트닝에 대해 ‘피부를 하얗게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이 많다. 다시 말하지만, 이는 틀린 얘기다. 자신이 타고난 피부색을 다른 색으로 바꿀 수는 없다. ‘화이트닝(whitening)’이란 말 자체의 의미는 ‘하얗게 한다’ 이지만, 실제로는 건강한 피부 상태를 만들어 전체적인 얼굴의 느낌을 밝게 하는데 목적이 있다. 그러니 ‘하얗게’보다는 ‘환하게’ 만든다는 게 더 맞는 설명이다. 올해 다수의 화장품 브랜드들이 내건 목표도 ‘맑고 투명한 피부 만들기’다. 사용 목적이나 효과로 보자면 미국?유럽에서 같은 제품군에 사용하는 ‘브라이트닝(brightening)’이 더 적절한 이름이다.

그런데도 국내에서 ‘화이트닝’이란 이름을 쓰는 이유로는 아시아 여성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갔기 때문이란 분석이 가장 설득력 있다. 아시아 여성들은 개인별 정도 차이는 있지만 기본이 노란 피부다. 노란 피부는 잡티나 피부톤 변화에 따라 얼굴의 느낌이 많이 달라지고 변화를 쉽게 감지한다. 때문에 대부분의 아시아 여성들은 이상적인 피부로 잡티가 없고 피부톤이 균일한, 깨끗하고 밝은 피부를 꼽는다. 화이트닝 화장품의 효과가 실제로는 ‘밝히는’ 정도라는 걸 알고 있지만 광고?홍보 과정에서 아예 ‘하얗게 만든다’는 것이 강한 인상을 남기다 보니, 결국 하나의 제품군 이름으로 사용하게 된 것이다.

● 크리스 콜벡이 한국 여성들에게 전하는 말. - “화이트닝으로 가꾼 피부에 개성을 입혀주세요.”

한국 여성들은 뷰티에 관심이 많고 세련됐다. 하지만 나이나 스타일과 상관없이 모두 한결같이 청순하고 순진한 ‘소녀’가 되길 바라는 것 같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외국인인 내 눈에는, 한국 여성들이 모두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것 같았다. 연한 갈색 눈썹에, 눈에는 아이보리색 아이섀도를 칠하고, 파스텔톤 핑크 립스틱과 글로스를 바르고, 볼에는 핑크나 오렌지색 블러셔를 바른다. 전 세계의 트렌드가 깨끗하고 좋은 피부를 살리는 것에 집중돼 있긴 하지만, 자신의 개성을 살려 여러 가지 다양한 스타일을 연출했으면 좋겠다. 소녀에서 벗어나길!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사진=황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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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