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우리 동호회 好好 분당 ‘시하는 사람들?

분당에서 시를 하는 사람들(시하사) 회원들이 시상을 떠올리며 즐거워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호문, 최경옥, 위윤운, 윤화진, 윤경혜씨.


친구들끼리 모인 자리에서 문득 ‘시(詩)’ 이야기를 꺼낸다면 어떨까. 사업이나 부동산, 증권 얘기로 달궈진 분위기가 갑자기 썰렁해질지도 모른다. 요즘은 시를 말하면 고리타분한 사람으로 낙인 찍히기 십상이다. 시를 논하지 않으면 귀족이나 양반으로 대우받지 못하던 옛 시대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옛 로마 전성기에는 심지어 군인들조차 용맹한 군인정신을 시를 통해 가다듬었다고 한다. 아니, 그렇게 멀지 않은 1980년대만해도 수많은 젊은 이들이 문학과지성사 시선집 같은 얄따란 시집을 가슴에 소중히 품고 다니지 않았던가.

 분당에는 이처럼 일반인들과 많이 거리를 두게 된 시를 가까이 하며, 시에서 노래하는 것처럼 살려 하며, 시의 미묘한 표현과 깊이를 즐기는 모임이 있다. 매월 시 낭송회를 열어 창작시와 외국시, 국내 유명 시들을 소개하기도 하고, 3월에는 미국 조지아주 아틀란타 문인회와 시낭송회까지 준비 중이라는 ‘분당에서 시 하는 사람들(시하사)’을 만났다.

차 한 잔 하듯 시로 마음의 양식 얻어

 “우리는 시를 즐기고 시처럼 사는 사람들입니다.” 매월 셋째 주 일요일이면 분당 수내동에서는 시 낭송회가 펼쳐진다. 20여명에 달하는 참석자들은 평범한 주부, 등단시인, 대학교수, 영어강사, 화가, 연주가, 기업인 등 제각각 다른 삶을 사는 이들이다. 하지만 함께 시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이날만큼은 한 명 한 명이 모두 일상의 자리들을 내려놓고 시인이 된다.

 ‘시하사’는 생긴지 만 1년이 된 시 모임이다. ‘시 하는 사람들’ 답게 시상이 잘 떠오를 법한 북 카페나 교외 공원에서 모임을 갖는다. 정기 낭송회 이외에 분당 야탑문학회 같은 다른 지역 문인들과의 교류도 확대해 나가고 있는 중이다.

 시하사를 이끌고 있는 윤화진(77·분당구 수내동) 회장은 경제학 박사이자 영시(英詩) 시인이다. “우리는 프로 시인도 아니고 단지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다”는 윤 회장은 “시를 통해 마음의 양식과 즐거움을 얻는다”고 한다. 또 시를 하면 외롭지도 않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이다. 그의 시에 대한 생각, 혹은 시론(詩論)은 매우 순수하다. 그에게 시는 쓰거나 팔거나 자랑하거나 힘들게 가지고 다니는 것이 아니다. 시는 행위 그 자체이다. 시처럼 살아야 시가 나오고, 진정한 시인이 된다.

시는 메마른 감성 일깨우는 과정

 윤 회장 외에 영어 성경강사인 위윤운 부회장, 전 대학원장이자 등단 시인인 이인자 고문, 불문학자이자 화가인 정호문 고문과 같은 다양한 경력의 임원진들이 사하사를 함께 이끌고 있다. 낭송회의 경우 회원이 아니라도 분당에 사는 이라면 누구나 참석할 수 있다.

 여학생 때부터 시를 좋아했다는 윤경혜(59·분당구 판교동) 부회장은 시가 청소년들의 감성을 되살리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윤 부회장은 예전에 청소년 상담을 많이 했었는데 그 때마다 아이들의 감성이 너무 메말라 있다는 것을 느끼고 안타까움을 갖곤 했다. 윤 부회장은 “시를 대하는 것은 감성을 일깨우고 예민하게 하는 과정”이라며 “게임이나 인터넷에 빠진 아이들에게 시를 통해 문학적 감수성을 갖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양화 부문에서 왕성하게 활동해와 개인전을 15번이나 열었던 정호문(70·분당구 수내동) 고문은 그간 “불문학을 한 사람이 문학은 안하고 그림을 그린다”는 이야기를 듣곤 했다. 그러나 그에게 문학과 그림은 하나다. 때문에 다시 자연스레 시하사에 합류할 수 있었다. 정 고문은 “운율이 독특해 불어시 암송을 하면 특히 재미 있다”고 전했다.

 시하사는 앞으로도 분당 지역을 대표하는 시 모임으로 입지를 다질 계획이다. 윤 회장이 지난해 12월 28일 성남 예술총연합회 고문으로 취임해 분당 문학 관련 단체들과 교류를 더욱 확대할 수 있게 됐다. 카페(http://cafe.daum.net/PoeticSpiritualLife)에서도 볼 수 있는, 지난해 낭송된 창작시 200여 편과 시론 시평을 엮어 곧 시집으로 출간할 예정이기도 하다. 미국 조지아주 아틀란타 문인회와 교류도 맺어 다음달에는 조지아주에서 시낭송 및 발표회를 개최하게 된다.

● 시하사 정기 낭송회

일시: 매월 셋째 주 일요일 오후 1시부터
장소: 마태오 성당 교육관 2층 선의방
내용: 시낭송 및 시 학습 아카데미
준비: 낭송할 시 원고 8~10매 (기성시 또는 자작시 포함)

<김록환 기자 rokany@joongang.co.kr/김진원 기자/촬영협조=커피의정원>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