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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네 타고 영화 보며 진통 … ‘인권분만’ 뜬다

지난 2월 9일 오전 9시 경기도 일산동구 동원산부인과. 출산이 임박한 엄경선(45·경기도 일산동구)씨가 진통을 겪고 있었다. 불을 환히 밝힌 일반 분만실과 달리 어두운 방 안에 간접 등만 켜져 있어 아늑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엄씨가 허리가 아프다며 리모컨을 누르자 하체 부위가 들어올려졌다. “아까보다 한결 낫네요”. 엄씨가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다시 진통이 오자 엄씨는 특수 그네로 옮겨가 발을 올렸다. 진통이 가라앉는다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이번엔 숨을 쉬기 어렵다며 작은 목마처럼 생긴 운동기구로 자리를 옮겼다. 이어 짐볼(Gym Ball)에 기대거나 앉아 진통을 가라앉혔다. 4시간이 지나자 자궁 문이 열리고 아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의료진의 도움으로 다시 침대에 올라가 기대 누웠다. 아기가 나오고 엄마의 품에 안겨 5분 정도 지나자 아빠가 탯줄을 끊었다. 이어 준비된 욕조에 아기의 몸을 살며시 담갔다. 중력에 적응하도록 물에 넣었다 뺐다를 반복했다. 찡그리고 울부짖던 아이가 금세 편안한 미소를 짓는다. 아빠는 욕조에 담긴 아기 등을 어루만졌다. 다시 아기를 엄마 가슴 위에 올려주자 스스로 엄마 젖을 찾아 물었다. 엄마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엄마와 아기가 심장을 맞대고 박동을 나누는 순간이다.

지난 9일 오후 1시 52분 엄경선(45)씨가 인권분만으로 늦둥이 사내아이를 낳았다. 분만 후 바로 아기를 엄마의 가슴에 올려 심장 소리를 듣게 하고 물놀이를 시켜 중력에 적응케 하는 게 인권분만의 핵심요소다. 분만장 조명도 최대한으로 낮췄다. [김수정 인턴기자]

 대개 출산이 임박하면 환한 조명 아래 여러 임신부들 사이에서 진통하다가 자궁문이 열리면 분만실에 들어가 차가운 수술대에서 의사의 지시에 따라 분만한다. 아기가 세상에 나오자마자 탯줄을 자르고, 의료진이 엉덩이를 때린다. 그러고는 엄마와 이별해 신생아실로 옮겨진다. 산모의 출산 자세도 불편하다. 양 다리를 벌리고 내진(자궁 속에 손을 넣어봐 아이가 얼만큼 나왔는지 확인하는 것)할 때 수치심을 느낀다는 사람도 많다. 이런 식의 분만을 하다 보면 산모와 태아 모두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이런 문제를 줄여보고자 등장한 게 인권분만이다. 그렇다고 수중분만이나 그네분만 같은 새로운 출산 방법을 말하는 게 아니다. 인권분만은 출산 과정에서 얼마만큼 산모와 태아를 배려하느냐에 초점을 맞춘다. 인권분만연구회 김상현(동원산부인과) 원장은 “인권분만은 프랑스의 산부인과 의사 르봐이예 박사가 처음 제시한 분만 철학이다. 기존 출산법이 산모 의사를 무시하고, 의료진이 편한 대로 분만해 온 데 대한 반성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산모가 진통에서 출산까지 주도한다는 점도 다르다. 인권분만연구회 메이퀸 이지은산부인과 이지은 원장은 “산모 스스로 통증을 줄이는 다양한 활동을 한다. 침대에 누워 기다리는 게 아니라 거닐거나 의자에 앉거나 공에 기대 통증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환자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는 것도 가능하다.

 태교할 때 듣던 음악은 산모는 물론 태아의 심장 박동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산모가 평소 즐겨 듣던 음악이나 아이가 잘 반응했던 동요를 틀고 분만한다.

 아기의 인권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분만 시 조명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은 아기의 시각적 충격을 완화해 주기 위해서다. 김상현 원장은 “실제 배 밖에서 밝은 빛을 비추면 눈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린다. 하물며 갑자기 밖으로 나왔을 때 백열등 아래에서 받는 충격은 크다”고 말했다. 분만장의 소음을 줄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엉덩이를 때리고, 발바닥을 쳐 울음을 터뜨리는 행위도 하지 않는다.

동원산부인과 간호 부장이 그네분만을 시연하고 있다. 그네에 타고 흔들면 통증이 줄어든다. 산모가 앉은 자세를 원하면 그네에 탄 채로 분만하기도 한다. [김수정 인턴기자]
 인권분만에서는 탯줄도 4~5분 후 자른다. 이지은 원장은 “아기가 엄마의 호흡에서 자신의 폐호흡으로 적응할 시간까지 기다려야 한다. 탯줄은 4~5분 뒤에 잘라도 좋다”고 말했다. 양수와 비슷한 온도의 물에 아기를 담그는 것은 아기를 편안하게 하고 중력에 적응하게 하기 위해서다.

 조명도 끈다. 김상현 원장은 “출산은 가장 원시적인 행위다. 조명이 어두워야 옥시토신이 잘 분비돼 자궁 문이 쉽게 열린다”고 말했다. 색깔도 신경을 쓴다. 분홍·노랑 등 파스텔톤의 색깔로 분만실을 꾸며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인권분만 시에는 일반분만보다 평균 2~3시간이 더 덜린다. 자연분만이 되도록 최대한 기다리고 아이가 나온 후에도 엄마와 1시간 가량 함께 있을 수 있도록 배려하기 때문이다. 인권분만이라고 해서 비용을 더 받지는 않는다. 현재 전국 8곳에 인권분만연구회에 가입한 산부인과가 있다(www.humandelivery.co.kr에서 확인 가능). ‘르봐이예 분만법’으로 검색해도 인권분만을 하는 산부인과를 찾을 수 있다. 현재 르봐이예 분만법을 일부 또는 전부 도입한 산부인과는 전체 산부인과의 20~30%로 추정된다.

배지영 기자


인권분만=60여년 전 프랑스 르봐이예 박사(산부인과 의사)의 철학에 따라 시작됐다. 우리나라에서는 2000년 개원가에서 시작됐다. ▶분만장 조명을 최대한 낮추고 따뜻하게 하며 ▶탯줄을 늦게 자르고 ▶아기를 물 속에 담가 중력에 적응시키고 ▶엄마에게 바로 안겨 젖을 빨게 한다는 점 등 산모와 아기를 최대한 존중하면서 출산한다는 점이 일반 분만과 다르다.

은은한 조명에 음악 흐르는 분만실

김상현 원장.
산모가 진통에서 출산까지 주도한다는 점도 다르다. 인권분만연구회 메이퀸 이지은산부인과 이지은 원장은 “산모 스스로 통증을 줄이는 다양한 활동을 한다. 침대에 누워 기다리는 게 아니라 거닐거나 의자에 앉거나 공에 기대 통증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환자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는 것도 가능하다.

 태교할 때 듣던 음악은 산모는 물론 태아의 심장 박동을 안정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산모가 평소 즐겨 듣던 음악이나 아이가 잘 반응했던 동요를 틀고 분만한다.

 아기의 인권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분만 시 조명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은 아기의 시각적 충격을 완화해 주기 위해서다. 김상현 원장은 “실제 배 밖에서 밝은 빛을 비추면 눈을 찌푸리고 고개를 돌린다. 하물며 갑자기 밖으로 나왔을 때 백열등 아래에서 받는 충격은 크다”고 말했다. 분만장의 소음을 줄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엉덩이를 때리고, 발바닥을 쳐 울음을 터뜨리는 행위도 하지 않는다.

 인권분만에서는 탯줄도 4~5분 후 자른다. 이지은 원장은 “아기가 엄마의 호흡에서 자신의 폐호흡으로 적응할 시간까지 기다려야 한다. 탯줄은 4~5분 뒤에 잘라도 좋다”고 말했다. 양수와 비슷한 온도의 물에 아기를 담그는 것은 아기를 편안하게 하고 중력에 적응하게 하기 위해서다.

 조명도 끈다. 김상현 원장은 “출산은 가장 원시적인 행위다. 조명이 어두워야 옥시토신이 잘 분비돼 자궁 문이 쉽게 열린다”고 말했다. 색깔도 신경을 쓴다. 분홍·노랑 등 파스텔톤의 색깔로 분만실을 꾸며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인권분만 시에는 일반분만보다 평균 2~3시간이 더 덜린다. 자연분만이 되도록 최대한 기다리고 아이가 나온 후에도 엄마와 1시간 가량 함께 있을 수 있도록 배려하기 때문이다. 인권분만이라고 해서 비용을 더 받지는 않는다. 현재 전국 8곳에 인권분만연구회에 가입한 산부인과가 있다(www.humandelivery.co.kr에서 확인 가능). ‘르봐이예 분만법’으로 검색해도 인권분만을 하는 산부인과를 찾을 수 있다. 현재 르봐이예 분만법을 일부 또는 전부 도입한 산부인과는 전체 산부인과의 20~30%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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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