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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수수료 정부가 정하라? 표에 눈먼 정무위

그날 국회 정무위원회에 ‘시장’은 없었다. 정무위는 9일 ‘저축은행 피해구제 특별법’과 함께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시장에서 결정돼야 할 카드 수수료율을 정부가 정하도록 명시한 사상 초유의 법안이 탄생한 것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영세사업자에 대한 우대 수수료율을 정부가 정하는 건 시장 원리에 맞지 않는다”며 반대했지만 소용없었다. 재무관료 출신인 배영식 새누리당 의원이 “정부 의견을 받아들이는 게 어떠냐”고 제안한 게 고작이었다. 우제창 민주통합당 의원은 “같은 당 의원끼리 논의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하지만 정회시간이 지난 뒤 개정안은 일사천리로 통과됐다. 신중한 입장을 보이던 여야 의원들은 ‘당 지도부의 지침’을 핑계로 모두 찬성으로 돌아섰다. 허태열 정무위원장은 “문제가 있으면 재개정하더라도 여야가 법안소위를 거치면서 결정한 내용을 존중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며 법안 처리를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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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정안의 핵심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카드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가맹점 수수료율을 차별하는 행위를 못 하도록 명시했다. 수수료율을 달리 적용하려면 원가 등 분명한 이유를 제시하도록 했다. 최근 거세지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불만을 반영한 입법이다. 또 대형 가맹점의 우월적 지위 남용이 금지됐다. 지난해 말 카드사들을 압박해 수수료율을 낮췄던 현대자동차처럼 대기업들이 ‘무임승차’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여기까지는 어느 정도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 있었다. 하지만 표심(票心)에 눈먼 정무위는 선을 넘어 폭주했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소 가맹점에 금융위원회가 정하는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한다’는 문구를 법안에 추가했다. 금융위의 반대에 일부 의원은 “한국은행도 기준 금리를 정하지 않느냐”는 억지 논리를 펴기도 했다.

 짤막한 한 문장이지만 불러올 파장은 결코 작지 않다. 이 법이 통과되면 카드사들은 금융위가 정해 주는 대로 수수료율을 매겨야 한다. 안 그랬다간 영업정지는 물론 인가 취소도 당할 수 있다. 카드업계는 입을 모아 “민간이 자율적으로 정해야 할 가격을 정부가 정하도록 하는 건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대놓고 정부가 가격을 정하는 법은 군사독재 시절에도 선례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도 반대다. 주무 부서인 금융위원회는 정부의 시장 개입이 ‘부메랑’이 돼 돌아올까 우려한다.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정치적 고려로 수수료를 깎아 주다 카드회사가 부실해지면 어쩔 거냐”며 “그때가 되면 모든 책임을 정부·국회가 뒤집어쓸 것”이라고 물었다.

 현실성이 없다는 점은 더 큰 문제다. 카드사는 현재 전업계 7개, 은행계 13개 등 모두 20개에 이른다. 정부가 매년 이들의 원가를 일일이 분석해 합리적인 우대 수수료율을 제시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법이 통과돼도 중소 가맹점에 실질적인 효과가 돌아갈지도 의문이다. 우대 수수료율을 적용받는 중소 가맹점 기준은 최근 몇 년간 연매출 4800만원 이하에서 9600만원, 1억2000만원, 2억원 등으로 문턱이 낮아졌다. 이들에 대한 수수료율도 여섯 차례 인하돼 대형마트와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비율을 좀 더 낮추기 위한 당국과 업계의 공동 연구용역도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여전법 개정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이미 추진 중인 인하 방향과 다를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개정안은 당국이 추진해 온 수수료율 인하를 추인하는 정치적 선언에 그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여전법 개정안은 16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의원들이 ‘저축은행 피해구제 특별법’보다 우호적이기 때문이다. 이주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0일 “(여전법 개정안은) 당이 카드 수수료 1.5%대 인하대책을 발표한 지 20여 일 만에 입법조치의 9부 능선을 넘긴 것”이라며 “야당도 법안 통과를 위해 협조해 달라”고 요구했다. 민주통합당 지도부도 이 법안을 반드시 처리해야 할 대표적인 민생법안으로 꼽고 있다.


※알려왔습니다

기사에 딸린 표와 관련해 고승덕 새누리당 의원은 14일 “회의에 참석했지만 정회에 앞서 회의장을 나와 표결에는 불참했다”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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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