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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위기 공감 … 진보도 대안 못 내면 ‘열망과 환멸 사이클’ 반복

민주통합당 공심위원 김호기 연세대 교수(左), 새누리당 비대위원 이상돈 중앙대 교수(右)

한국 정치판에 ‘교수 바람’이 거세다. 여야 정당의 핵심기구에 교수 참여가 그야말로 ‘대세’다. 정치판을 기웃거리는 교수를 지칭하는 ‘폴리페서(politics+professor)’란 조어는 이미 보통명사가 됐다. 교수로 대표되는 지식인의 정치참여와 그 역할을 어떻게 볼 것인가. 그리고 총선과 대선이 겹친 올해, 2007년 대선과 비교할 때 보수-진보 진영 분위기가 뒤바뀐 듯한 오늘의 현실 정치 상황을 그들은 어떻게 진단하는가. 새누리당(옛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인 이상돈 중앙대 교수와 민주통합당 공천심사위원인 김호기 연세대 교수가 11일 오후 중앙일보 편집국에서 머리를 맞댔다.

사회 : 폴리페서라는 말도 있듯 교수의 정치 참여에 우려 시각도 있는데.

 이상돈(이하 이) : 교수나 다른 분야의 지식인이 평소 자신이 생각한 바를 여론에 반영하고 확산시키는 일도 넓은 의미의 정치 활동입니다. 그 연장선에서 정당에 참여하는 것 자체를 나쁘다고 볼 이유는 없어요. 문제는 참여 이후 어떻게 하느냐죠. 저의 경우 지난해 한나라당 지휘부가 사실상 붕괴하는 일이 생긴 후 박근혜 전 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으며 참여를 권했어요. 현재 이명박 정권, 그리고 과거 노무현 정권과도 다른 새로운 정당이 필요하다고 평소 생각했었고 그런 기회를 맞이했다고 생각해 동의했습니다.

 김호기(이하 김) : 폴리페서에는 교수의 본분보다 정치권에 과도한 관심을 보이는 이들에 대한 부정적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폴리페서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아카폴리’란 말을 써본 적이 있습니다. ‘학문주의(academism)’와 ‘정책연구(policy studies)’를 결합한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정책을 개발하고 추진하는데 지식인과 관료 사이에 생산적인 상호 협력, 또는 견제체계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저의 경우는 처음엔 공심위원을 고사했지만 누군가 ‘악역’을 맡아야 할 것 같아 참여하게 됐어요. 맡고 나서 최장집 교수께 전화 드렸더니 격려해주신 게 힘이 됐습니다.

 사회 : 총선과 대선을 앞둔 보수와 진보 진영의 분위기가 2007년과는 많이 뒤바뀐 듯합니다.

 김 : 보수가 위기고 진보가 기회를 얻는다면 그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대내적으로 이명박 정부의 국정 실패고, 대외적으로는 2008년 이후의 세계적 금융위기입니다. 문제는 대안이죠. 진보세력 역시 보수의 위기라는 반사이익을 얻고 있거든요. 반사이익을 넘어 실현 가능하고 지속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면 저는 노무현, 이명박 정권에서 잇따라 확인된 열망과 환멸의 사이클이 반복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 2007년 12월 대선과 2008년 총선에서 당시 한나라당이 진보정권의 실패에 일종의 무임승차를 했다면 현재 야권 또는 진보도 상당히 반사적 이익을 얻고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이 심하다는 것을 우리가 느끼고 있죠. 정치권뿐 아니라 우리 사회를 뒷받침하는 권위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습니다. 20년 전만 해도 우리 국민 70%가 자신은 중산층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어떤 여론조사를 보면 국민의 45%가 자신은 하층민이라고 생각하죠. 이런 현실에 대해 대중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어요.

 사회 : 새누리당, 민주통합당 모두 ‘좌클릭 현상’을 보이는데요, ‘경제 민주화’가 시대정신으로 공감이 되고 있는 겁니까.

 이 : 제가 대학교수를 시작한 1980년대 이후 세계를 풍미한 자유주의 경제 철학도 상당히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경제민주화라는 흐름에 기본적으로 동의하는 거죠.

 김 : 이번 좌클릭을 통해 우리 사회가 미국이나 유럽 같은 서구사회의 이념구도와 유사한 형태로 가는 것 아니냐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민주통합당은 경제민주화를 당의 가치이자 비전으로 못 박고 있죠. 아마 이번 총선과 대선의 시대정신은 경제민주화일 것 같습니다. 국민의 관점에서 가장 절박한 문제는 양극화입니다.

 이 : 같은 방향이라 해도 구체적 분야나 철학 면에서 다른 점이 있을 겁니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경제민주화를 향해 가지만 그것이 우리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인간 개개인의 성장 동기와 국가경제의 성장동력을 저해시켜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새누리당은 이명박 정권의 경제 정책과도 구분되고 동시에 야권의 경제정책과도 구분되는 길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사회 : 민주통합당 공천심사 기준 중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가 있는데, 김 교수의 생각은 어떤가요.

 김 : 11일자 중앙일보에 보도된 백원우 공천심사위 간사의 언급을 참조할 수 있습니다. 백 간사는 “기존의 평가에서 당선 가능성의 비중을 다소 줄이고 정체성을 다소 높이기로 했다”고 했죠. 더 이상 말씀드리기는 어렵고요.

 사회 : 이명박 정부를 비판해온 이상돈 교수가 여당 비대위원을 맡은 걸 비판하는 이들이 있는데요.

 이 : 민주주의, 법치주의는 진보·보수 할 것 없이 보편적 가치입니다. 4대강 사업은 법과 절차를 위반한 사항이고, 타당치 않은 사업이라며 국민 다수가 지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부분에 대한 비판 부재가 오히려 보수의 위기를 초래했다고 봅니다.

▶ 김호기 교수 = 60년 경기 양주생.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 연세대 사회학과 졸업. 독일 빌레펠트대 박사.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을 역임했고, 현재 ‘복지국가와 민주주의를 위한 싱크탱크 네트워크’ 운영위원장으로 일하며 각종 정치·사회 현안에 대한 ‘중도 진보’ 성향의 발언을 제기해 오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는 사회양극화 해소 문제를 놓고 몇 차례 토론한 적이 있다고 한다.

▶ 이상돈 교수 = 51년 부산생. 중앙대 법과대학 교수. 서울대 법대 졸업. 미국 튤레인대박사. 노무현 정부 시절 각종 정책을 비판하며 대표적 ‘보수 논객’으로 꼽혔지만, 이명박정부 들어 4대 강 사업을 앞장서 비판해 ‘합리적 보수’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환경법을 전공한 법학자로서 4대 강 사업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직접 만난 것은 2년 전이며, 직접 교류는 별로 없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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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