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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다 낮은 화장실 욕조 … 장애인·노인 위한 따뜻한 설계

일본 도쿄도 세타가야구의 ‘후카사와 환경공생주택’ 전경. 이 아파트는 재건축 설계 단계부터 주민들이 참여한 친환경 주택단지다. 지붕에는 태양열판을 설치해 전기를 만들뿐 아니라 곳곳에 설치한 배수구를 통해 빗물을 모아 화장실 물로 재활용하고 있다.

10일 일본 도쿄도 세타가야(世田谷)구의 한 아파트 단지. 입구에 들어서자 정사각형 모양의 배수구가 눈에 들어왔다. 한국의 배수구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이물질이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촘촘한 그물 모양의 거름막이 씌워져 있다. 경사도 지면보다 낮다. 빗물이 잘빠지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런 배수구는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세타가야구 도시정비부장 나카스기(中杉)는 “여기선 빗물을 지하 저류장에 모아 화장실 물로 재활용하기 때문에 배수구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곳은 일본의 친환경 주거단지로 알려진 세타가야구의 ‘후카사와(深澤) 환경공생주택’이다. 5개 동으로 이뤄진 이 아파트엔 60대 이상 고령자 17가구와 장애인 3가구 등 모두 70가구가 입주해 있다. 33㎡ 규모인 각 가구의 임대료는 1만~19만 엔으로 소득수준에 따라 다르다.

 연한 살구빛이 도는 건물 외벽은 한국의 여느 빌라촌과 비슷하다. 하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딴 세상이다. 건물 지붕에는 2개의 풍차가 달렸다. 각각 하루 1.5㎾의 전기를 생산한다. 20개의 가로등과 지붕에는 태양열판이 설치돼 있다. 하루 20㎾의 전기를 생산하는데 가로등 1개당 10시간 정도 켤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주민들은 이런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난방을 하고 전자기기를 작동한다.

 놀라운 것은 집 안이다. 장애인과 노인을 위한 집에는 문턱이 없다. 화장실의 욕조도 지면보다 낮아 다리가 불편한 사람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입주자 대표 다구치 고하치(87)는 “집에 사는 사람의 특성에 맞게 건설해서 일본의 다른 단지보다 안전하고 쾌적하다”고 자랑했다.

 15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은 오래된 목조 단층 임대주택촌이었다. 1952년 ‘도영(都營)단지’로 건설됐는데 건물이 오래된 탓에 한때 39가구에 이르던 입주민들이 하나 둘 떠나 19가구만 남게 됐다. 그러던 중 92년 세타가야구가 도쿄도로부터 건물 관리권을 넘겨받으면서 재건축이 결정됐다. 당시 구청은 주민들에게 “개발 아이디어를 제공해 달라”고 했다. 주민들이 살 집이니 주민들의 의견을 듣겠다는 것이었다.

 호사카 노부토(56·保坂展人) 구청장은 “신발에 발을 맞추는 게 아니라 발에 신발을 맞춘다는 생각으로 주민 의견을 반영해 마을을 만들었다”며 “단지 안에 담장을 없애고 노인 요양시설을 설치해 편의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서울시에도 이런 후카사와 환경공생주택의 사례를 갖춘 임대주택이 도입된다. 15개 단지로 설계된 강서구 마곡임대주택에 신재생에너지와 주민 커뮤니티 시설 복합·집중화 등을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또 민간 재개발사업에도 이런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후카사와 사례를 국내 대규모 임대주택단지에 그대로 적용하기엔 부적합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승원 시 주택본부 공공관리과장은 “해당 문제들을 고려해 새로운 서울식 임대주택 모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도쿄=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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