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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 스펠링비’ 한국대회 4연패 서지원양

2012 내셔널 스펠링비 대회 우승자 서지원 양이 즐기면서 하는 영어 공부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내셔널 스펠링비 한국대회 3연승. 토익시험 국내 최연소 만점’. 서지원(15·경기 문정중 2)양을 수식하는 문구들이다. 최근 서양은 하나의 칭호를 더 얻게 됐다. 내셔널 스펠링비 대회 4관왕이다. 지난 2일 건국대 서울캠퍼스 새천년관에서 열린 제5회 내셔널 스펠링비 대회에서 서양이 우승을 차지했다.

 내셔널 스펠링비 대회는 영어를 듣고 철자를 맞추는 대회다. 서양은 이미 2008·2009·2011년 한국 대회에서 챔피언에 오른 적이 있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해 5월 말에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영어 철자 말하기 대회 ‘스크립스 내셔널 스펠링 비’의 한국대표로 출전한다. 서양은 “이번에는 반드시 우승을 차지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대회 참가자격이 초6~중2까지여서 서양에겐 마지막 대회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 본선대회 결선에서 아깝게 떨어진 서양에게는 이번 본선 출전은 배수지진(背水之陣·물을 등지고 진을 친다는 뜻으로 어떤 일에 결사적인 각오로 임한다는 의미)이 될 수 밖에 없다.

 수 차례의 스펠링비 대회 우승으로 서양의 영어 공부법은 언론 등에 다양하게 소개돼 왔다. 영어 원서 읽기, 영어를 크게 따라 하며 말하기, 꾸준한 독서 등이 손꼽힌다. 하지만 서양은 “영어를 공부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영어가 즐거웠기 때문에 하루 종일 읽고 듣고 쓰고 살았다는 설명이다.

 서양이 영어를 공부로 생각하지 않게 된 데는 어머니 정은성 씨(42)의 역할이 크다. 정씨는 “지원이가 여섯 살 때부터 놀거나 밥 먹을 때를 가리지 않고 집안에 항상 영어 테이프를 틀어 놓았다”고 말했다. 무심결에 듣는 것이 누적돼 영어 귀가 뚫리리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매일같이 영어 테이프를 반복해서 튼 덕분에 서양이 지금까지 교체한 오디오는 15개가 넘는다. 동시에 정씨는 서양에게 영어 받아쓰기를 시켰다. 영어 받아쓰기는 서양이 미세한 영어 발음도 놓치지 않게 해 주는데 좋은 훈련이 됐다. 받아쓰기를 하면 영어 소리에 대한 집중력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서양은 영어 원서도 유치원생 때부터 읽었다. 정씨는 서양이 좋아하는 판타지 소설을 비롯해 영어원서를 20~30권씩 샀다. 서양이 지금까지 읽은 영어원서만 400여권이 넘는다. 많은 영어 단어를 익히게 된 것도 독서를 통해서다. 서양은 “모르는 단어가 나온다고 해서 바로 사전을 찾거나 밑줄을 그으면서 보진 않았다”고 말했다. “앞뒤 문맥을 보고 모르는 단어 뜻을 살피면서 책을 읽었다”며 “해당 단어가 담긴 문장이나 비슷한 내용이 이야기가 전개되는 뒤에서도 반복되기 때문에 읽다 보면 사전을 찾지 않아도 알게 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에 정말로 모르는 단어는 1~2개뿐이었다”고 덧붙였다. 책을 읽은 후에는 반드시 영어로 독후감을 썼다. 문법을 따로 배우지 않았지만 영어책에서 자주 봐 한글처럼 익숙해진 문구와 단어를 이용해 영작을 했다.

 말하기 연습은 집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정씨는 서양에게 ‘영어를 크게 말하기’를 강조했다. 집에서 크게 말하는 연습을 하면 외국인을 만났을 때 목소리가 덜 움츠러들고 자신감 있게 말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였다. 서양에게도 처음부터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고 싶은 말이 길어지면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 쓰는 시행착오를 겪었다. 회화의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 매일 책과 테이프로 배운 단어들을 활용하면서 말하기 연습을 했다. 그 같은 노력 덕에 서양은 집에서도 동생과 영어로 대화를 나눌 만큼 회화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서양은 “영어는 즐겁게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 겨울방학 동안 매일 외화를 한 편씩 꾸준히 봤다. 영어실력을 유지하는 데 공부보다 놀이나 TV시청이 더 낫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서양은 자막없이 볼 정도로 실력이 높아졌다. 이런 수준에 오르기까지 서양은 초등학교 때부터 외화를 한글자막으로 한 번 보고, 이후 자막 없이보는 연습을 꾸준히 해왔다. AFKN 시청도 좋아해 ‘아메리카 갓 탤런트(America’s got talent, 미국에서 방영하는 오디션 프로그램)?같은 프로를 즐겨 봤다.

 서양이 스펠링비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영어 단어 철자를 익힌 방법은 발음기호와 어원, 입모양에 있다. 서양은 영어를 배울 때부터 영영사전을 써 왔다. 6kg 정도 되는 영영사전을 소설 읽듯 두 번 정독한 그는 남들은 무심코 넘기는 발음기호를 꼼꼼히 익혀 왔다. 서양이 이번 내셔널 스펠링비 대회에서 챔피언 자리에 오르기 위해 맞춰야 했던 마지막 관문에서 출제된 단어는 ‘Imprimatur(허가)’다. “예를 들어 대회 출제자가 말한 단어에서 sh 발음이 들리면 어원을 물어봐요. “May I have the origin please(어원을 알려주시겠어요)? 어원이 ‘독일어’라면 그 단어에 쓰인 스펠링은 sh가 아닌 sch예요”. C발음으로 들리는 그리스 어원의 단어는 Ch를, K인지 C인지 헷갈리는 발음의 로마어원은 C를 선택하는 것이 서양만의 비법이다. 서양은 단어를 들을 때도 출제자의 입 모양에 집중한다. E 발음으로 들었는데 출제자의 입 모양이 O로 나타나는 것을 보고 스펠링을 알아낸 경우도 있다. 서양은 영어를 배울 때는 스펠링과 발음을 함께 엮어서 공부하기를 추천했다. “영어 공부는 단어의 어원을 배우는 데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해요. 어원을 알면 발음까지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고 영어 단어 철자도 유추해서 맞힐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거든요”.

◆스크립스 내셔널 스펠링비(SNSB) 대회=미국 스크립스(E.W. Scripps)사가 매년 주최하는 영어 철자 말하기 대회로 만 15세, 중2(8학년) 이하의 초·중학생들이 참가한다. 출제자의 발음을 듣고 철자를 맞히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나라별 대표를 뽑는 NSB에서 우승하게 되면 5월 미국 본선대회에 참가하는 자격을 얻게 된다. 우리나라에선 2008년부터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가 주최하고 윤선생영어교실이 후원해 오고 있다.

● 서지원 양의 영어 공부법

-영어 원서 끊지 않고 보기: 모르는 단어가 나오더라도 인내심을 가진다. 앞뒤 문맥을 살피며 책을 읽다보면 단어 뜻이 자연스럽게 유추된다. 마지막장까지 책을 읽고 나면 정말 모르는 단어만 남는다. 그 때 뜻을 찾아본다.

-음악 듣듯 영어 테이프 틀어 놓기: 상시 영어가 들릴 수 있도록 귀를 영어에 노출시킨다. 무의식중에 영어를 듣는 시간이 많아지면 소리로 들리던 영어가 언어로 들리기 시작한다. 이때부터 받아쓰기를 병행하며 소리에 대한 집중력을 키운다.

-소설 속 문장 보고 영작하기: 문법책을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소설속에 영문법이 있다. 소설을 읽다보면 반복되는 영문법 구조가 눈에 들어오게 된다. 이를 영어 독후감이나 영어 일기에 활용한다. 책에서 새로운 단어를 배우면 그날 영작에 반드시 써 보는 것도 좋다.

-영어를 공부라고 생각하지 않기: 영어는 공부가 아니다. 좋아하는 책, 영화, TV를 '영어'로 즐길 뿐이다. 개인 취향에 따라 판타지 소설을 읽거나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 집중도가 높아지고 관심도 저절로 늘게 된다.

<김슬기 기자 rookie@joongang.co.kr/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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