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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폰? 휴대폰 싸게 사려면 이것 꼭 확인해라

11일 오전 서울 용산 전자랜드 신관 4층.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리자 휴대전화 판매점이 모여 있다. 직원들의 호객은 가게 초입에서부터 다급했다. “뭐 찾으세요?” “알아보고 가세요” “공짜폰 많아요”라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렸다. 스무 걸음쯤 떨어진 세 번째 부스에 들어갔다. 판매원은 “알아본 기계가 있느냐”고 물었다. LG전자의 ‘옵티머스EX’를 알아보고 있다고 하자 그는 평소 휴대전화 요금이 얼마나 나오는지 질문했다. 월 4만원 정도라고 대답하자 판매원은 곧이어 선반에서 꺼낸 회색 스크랩북의 복잡한 표를 들여다봤다. 잠시 후 그는 “3만4000원 요금제만 써도 LG의 옵티머스EX는 ‘공짜’”라고 말했다. 하지만 판매원은 단말기 가격이 얼마인지, 어떻게 공짜가 되는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옆 부스에 들렀다. 일어서면 옆 매장이 훤히 들여다보일 만큼 가까웠다. 같은 단말기를 같은 조건으로 보고 있다고 하자 이 매장의 판매원 역시 스크랩북을 들여다봤다. 한참 동안 계산기를 두드려보더니 “4만4000원 요금제로 3년 약정하면 공짜로 폰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파티션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을 뿐인데도 월 1만원의 차액과 12개월 동안 추가 부담하는 통신요금을 합쳐 옆 가게보다 52만8000원의 추가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다. 10%의 부가세를 포함하면 가격부담은 더 커진다.

 다른 매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날 하루 서울 신촌·용산·홍대 일대의 휴대전화 판매점 15곳을 돌아본 결과, SK텔레콤 기준으로 소니에릭슨의 ‘엑스페리아 아크’는 판매점에 따라 소비자가 부담해야 하는 가격이 5만원에서 40만원까지 차이가 났다. 인터넷을 통한 온라인 구매보다 60만원 이상 비싼 곳도 있었다. 매장에는 진열된 단말기에 가격 표찰이 붙어 있었다. 지식경제부에서 지난달 1일부터 시행하는 휴대전화 가격표시제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지키는 곳은 한두 군데에 불과했다.


 판매점이나 대리점마다 가격 편차가 이렇게 큰 것은 단말기의 ‘고객구입가’(할부원금)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엑스페리아 아크의 경우 최고가를 부른 곳은 할부원금이 80만4000원이었다. 5만4000원 요금제를 쓸 경우 단말기 월 할부금 3만3500원에서 약정할인(24개월 약정 기준으로 9만~12만원)과 요금제할인(요금제에 따라 월 7500~2만7500원)을 합친 2만2500원을 제외하고 월 1만1000원 정도를 더 부담해야 한다. 세금을 합쳐 7만원 이상 내야 한다. 여기서 할부원금을 20만원 정도 낮추면 월 할부금과 할인금액이 비슷해져 소위 ‘공짜폰’이 된다.

 같은 단말기를 온라인 최저가인 할부원금 19만원에 사면 월 부담금액은 4만5000원정도까지 내려간다. 할인금액(2만4300원)은 할부원금과 관계없이 약정기간과 요금제에 따라 일정하게 정해지기 때문이다. 할부원금이 낮으면 단말기 할부금(7916원)보다 할인폭이 더 커진다는 얘기다. 통화량이 적거나 무제한 데이터가 필요 없는 사용자는 낮은 요금제를 써도 된다. 3만4000원 요금제를 쓸 경우 할인 폭은 다소 줄지만 단말기 할부금보다는 여전히 많기 때문에 월 2만9000원대에 같은 단말기를 쓸 수 있다. 하지만 판매점에서는 약정할인과 요금제할인 등의 정보를 쏙 빼버리고 “5만4000원 요금제만 쓰면 공짜”라고 설명하는 것이다.

 문제는 많은 판매점이 소비자에게 이 같은 정확한 가격정보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용산의 한 휴대전화 판매점에서 ‘스페셜 할인 1만5950원, 할부지원금 9만원, 총 할인액 47만2800원’이라고 쓰여 있는 표를 가리키며 “이대로 할인되는 것이냐”고 묻자 판매원은 황급히 표를 가렸다. 곧이어 “이건 아무것도 아니고 3년 약정하면 공짜”라는 말만 반복했다.

 판매점 사이에서는 휴대전화 판매금액을 정확히 알려주는 것 자체가 금기시되는 분위기였다. 가격 산정 방식을 제대로 설명해 준 한 판매점에서는 “원래 이렇게 자세히 설명해 주는 곳은 없다”면서 “가게마다 가격이 전부 다르기 때문에 너무 자세히 설명해 주면 싸움이 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단말기 할부원금과 월 할인액을 종이에 적자 “다른 가게들 때문에 가격을 적으면 곤란하다”며 난감해하기도 했다.

 제대로 설명하려 해도 소비자가 싫어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서울 서교동의 한 휴대전화 매장에서는 “소비자들이 한 달에 얼마를 내면 폰을 살 수 있는지에만 관심이 있다 보니 (가격 산정 방식을) 제대로 설명해 주려 하면 오히려 화를 내는 손님도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40여 일간 시행된 가격표시제는 현장에서 큰 효과가 없다. 취지는 좋지만 아무도 보지 않는 ‘허수아비 가격표’라는 게 업계 평가다. 정작 현장에서는 표시된 가격을 기반으로 물건을 사는 고객을 찾아보기 어렵다. 소비자는 제대로 된 가격 정보 없이 공짜폰을 찾고, 판매업자는 이런 상황을 악용해 불공정거래를 일삼는 이동통신 판매업의 관행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가격표시제와 병행해 일선 판매점의 마케팅 방식 변화 등을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경부 담당자는 “가격표시를 해도 여전히 예전 관행대로 불공정 거래가 실시되는 현실을 알고 있다”면서 “현재 여러 가지 정책을 준비 중에 있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나온 결과물은 없다”고 밝혔다.

 이동통신사도 이 같은 상황을 알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반응이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판매점은 통신업체와는 분리된 유통채널이라 우리 마음대로 값을 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도 단말기 값의 표준가격을 대강이라도 알고 싶으면 각 통신사 공식 온라인 판매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며 “그걸 기준으로 할부원금을 알아보면 적어도 수십만원을 바가지 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영익 기자

할부원금

휴대전화 판매점이 소비자에게 단말기를 판매하는 실제 가격. 제조사가 통신사에 공급하는 단말기 출고가에서 통신사가 가입자에게 주는 보조금을 뺀 금액에 판매점의 이익을 더해 정해진다. 이 때문에 ‘출고가-보조금’에 얼마의 이익을 더해 할부원금을 정하느냐에 따라 가입자가 매달 내는 금액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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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