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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개도국 성장 없이 한국의 지속 성장 없다

김용환
한국수출입은행장
최근 언론에 공적개발원조(ODA)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한국이 2010년 선진국 모임이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에 가입한 데 이어 지난해 부산에서 세계개발원조총회(HLF-4)도 열었다. 이를 계기로 세계 각국이 ‘원조 받던’ 나라에서 ‘원조 주는’ 나라로 성장한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선진국이 그동안 수조 달러에 달하는 원조를 개발도상국에 퍼부었지만 아직도 많은 개도국이 빈곤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한국의 개발 성공 사례가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원조의 한 축인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의 운용을 담당하고 있는 기관의 장으로서 한국 원조가 개도국의 경제 성장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인지 생각해봤다.

 무엇보다도 원조를 받는 나라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원조사업을 주도하도록 해야 한다. 원조의 목적은 일시적인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자선이 아니다. 경제적 자립이다. 이런 점에서 받는 나라의 주인의식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EDCF가 시행하고 있는 ‘국별 정책협의’ 프로그램은 매우 의미 있는 제도라고 생각한다. 주는 나라의 입장을 우선시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 우리나라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같은 개도국의 중장기 개발계획을 바탕으로 협의를 통해 지원 분야와 사업을 선정하기 때문이다.

개도국 주도로 사업이 선정되고 나면 의도한 성과가 달성되도록 해야 한다. 그동안은 원조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 데 방점을 찍다 보니 성과 관리에 다소 소홀했던 것이 사실이다. 1960년 이후 아프리카에 약 8000억 달러의 원조가 지원됐고 지금도 매년 약 500억 달러가 지원되고 있지만,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의 상당수가 아직도 절대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원조가 경제 개발로 이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EDCF는 도로·철도·통신·학교 등 인프라 건설을 통해 개도국의 경제 성장에 기여하고자 한다. 도로나 학교가 필요하다고 하니까 지어준다는 의미를 넘어 지역 경제와 산업활동 촉진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 어떤 분야의 인력을 얼마만큼 양성할 것인지와 같은 구체적 성과지표를 미리 설정하고 지속적으로 관리를 해나간다면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동안 원조를 통해 얻은 교훈은 정부 차원의 원조만으로는 개도국의 경제 성장을 견인하기 어렵고 민간부문의 투자와 효율성이 연계돼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개도국의 각종 인프라 개발과 유지·보수를 위해 연간 9000억 달러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도 OECD DAC 회원국 개발원조 지원 총액(약 1300억 달러)의 7배에 달한다. 원조를 통해 개도국의 모든 개발사업을 지원하는 데 한계가 있고 바람직하지도 않기 때문에 원조는 민간부문의 투자를 촉진하는 촉매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미 의회가 어려운 재정여건을 감안해 원조 예산을 삭감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국가 나라도 원조 규모를 확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ODA 규모를 2015년까지 국민총소득(GNI) 대비 0.25%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해야 한다. 국제사회에서 받은 도움을 되돌려 준다는 의미 외에 우리나라는 수출의 70% 이상을 개도국에 의존하고 있고 무역수지 흑자의 대부분을 개도국에서 벌어들이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개도국의 성장 없이는 한국의 지속 성장도 없다.

김용환 한국수출입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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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