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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일의 고금통의 古今通義] 난세 (1)

이덕일
역사평론가
대동(大同)과 소강(小康)보다 못한 사회가 난세(亂世)다. 전국(戰國)시대 공양고(公羊高)가 『춘추공양전(春秋公羊傳)』에서 분류한 것으로 태평(太平·대동), 승평(升平·소강), 난세(亂世)라고도 한다. 고려 말 목은 이색(李穡)은 ‘함창음(咸昌吟)’이란 시에서 “어지러운 천하에 몇 개의 진나라 지났던가(天下紛紛過幾秦)”라고 읊었다. 송(宋)나라 왕안석(王安石)의 ‘도원행(桃源行)’에 “중화(重華·순 임금) 한 번 갔으니 어찌 다시 오겠는가/어지러운 천하에 몇 개의 진나라 지났던가(重華一去寧復得/天下紛紛經幾秦)”라는 시구에서 딴 것이다.

 역사를 돌이키면 순 임금이 다스리던 대동사회는 짧았던 반면 진(秦)나라 같은 난세가 이어져 왔다는 한탄이다. 난세에는 기존 질서가 무너지면서 내전(內戰)이 벌어지거나 내전에 가까운 분열(分裂)이 발생한다. 난세에는 군자(君子)가 해를 입거나 세상을 피해 숨는 반면 소인들이 득세한다. 『초사(楚辭)』 복거(卜居)에 “황종은 버려지고, 질솥이 우레처럼 울린다(黃鐘毁棄, 瓦釜雷鳴)”는 구절이 있다. 십이율려(十二律呂)의 기준이 되는 황종은 버림받고 진흙으로 만든 솥이 울리는 것은 군자는 배척되고 소인들이 득세함을 뜻한다.

 ‘내 발을 다치다’ ‘해바라기만 못하다’는 말은 난세에 처신을 잘못한 것을 뜻한다. 『춘추좌전(春秋左傳)』 성공(成公) 17년조에 제(齊)나라 포견(鮑牽)이 경극(慶克)의 비행을 국무자(國武子)에게 고발했다가 되레 발이 끊기는 월형(刑)을 당했다. 공자(孔子)가 “포장자(鮑莊子·포견)의 지혜는 해바라기보다도 못하구나. 해바라기는 오히려 잎사귀로 제 다리를 가려서 보호할 줄 아는데…”라고 논평한 데서 나온 말이다. 두예(杜預)는 “해바라기는 잎과 꽃이 해를 향하게 해서 햇빛이 뿌리에 닿지 않게 한다”고 주석을 달았다. 난세에는 벼슬아치들이 아둔하고 소인들이 득세하기 때문에 함부로 정의감을 드러내면 되레 해를 입는다는 뜻이다.

 음악도 그 시대를 표현한다. 『예기(禮記)』 ‘악기(樂記)’에 “난세의 음악은 원망하고 분노하니 그 정치가 인심에 어긋났기 때문이다(亂世之音, 怨以怒, 其政乖)”라는 구절이 있다. 지금 대부분의 사람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사회는 극심하게 분열되어 있으니 난세에 가깝다. 『한서(漢書)』를 편찬한 반고(班固)의 ‘답빈희(答賓戱)’에 공석불난(孔席不暖)이란 말이 있다. ‘공자의 자리는 따뜻할 틈이 없다는 뜻’으로 ‘묵자의 집 굴뚝은 그을릴 틈이 없다’는 뜻의 ‘묵돌불검(墨突不黔)’과 함께 쓰인다. 난세를 바로잡기 위해 바쁘게 다니는 군자란 뜻이다. 바쁘기만 해서는 아무 소용없다.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

이덕일 역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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