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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퉁 사면 없어보인다는 충고 누가 해주겠어요”

"중앙선데이, 오피니언 리더의 신문"
출판계에서 2006년은 여성 자기계발서의 원년으로 불린다. 그해 출간돼 최근까지 37만 부 넘게 나간 '여자생활백서'(해냄)가 20대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끌며 이 분야의 물꼬를 텄다. 이 책은 사회생활을 먼저 경험한 ‘30대 언니’가 ‘20대 동생’들에게 솔직하고 거침없는 말투로 연애와 일·결혼 등 여성 관련 여러 분야에 대해 조언해 주는 형식이다. ‘남이 정한 결혼적령기에 휘둘리지 마라’ ‘결혼은 현실, 웨딩드레스의 환상에서 깨어나라’ ‘촌스러운 걸 순수하다고 착각하지 말라’ 등 인생의 원칙과 관련된 내용부터 ‘예쁘고 성능 좋은 콘돔을 상비하라’ ‘명품 못 산다고 짝퉁은 사지 마라’ 등 시시콜콜한 일상에 이르기까지 ‘백서’라는 제목에 걸맞은 다양한 내용이 담겼다. 소위 ‘언니가 알려줄게’형 자기계발서의 원조로 불리며 '남자생활백서'등의 ‘아류’를 낳기도 했다. 저자는 당시 패션지 기자로 일하던 안은영(41·메트로신문 기자·사진)씨다.

-37만 부가 넘게 팔렸다. 이런 반응을 예상했나.
“내가 일하던 잡지에 썼던 ‘20대에 해야 할 일, 하지 말아야 할 일’이란 기사를 본 출판사에서 제안이 와서 쓰게 됐다. 쓰면서도 이런 책 수요가 있을까 반신반의했다. 그런데 1쇄 3000부를 찍고 1만 부 나갈 때까지 딱 한 달 걸렸다. 출판사에서도 ‘1만 부만 나가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스테디셀러가 됐다’고 지금도 놀라워한다.”

-왜 호응이 있었다고 생각하나.
“그때까진 없었던 ‘언니’의 출현 때문 아닐까 싶다. 내숭 안 떨고 점잖은 척하지 않는 언니, 가려운 데 찾아 시쳇말로 제대로 ‘지적질’해주는 언니의 존재가 신선했던 것 같다. 1977~82년생들이 당시 책을 많이 샀는데, 이들의 특징도 작용했다. 내가 20대일 때 연애와 일 사이에서 뭘 택해야 하나 주저했다면 그들은 달랐다. 내 일을 멋지게 해내면서 앞길을 개척한다, 내가 똑똑하면 남자는 자연히 따라온다는 생각이 강하더라. 결혼이 필수가 아니고 연애에만 전적으로 매달리지 않는다.”

-그들에게 일종의 멘토 역할을 한 건가.
“그들이 조언자를 필요로 했다는 데는 동의한다. 직장에서 자신의 성향에 딱 맞는 믿을 만한 조언자를, 그것도 여자 선배를 찾기란 쉽지 않다. 수도 적지만 세대 간 정서 차이도 크다. 게다가 회사에서 누군가를 믿고 고민을 털어놓고 나면 정서적 부채감 같은 느낌도 무시할 수 없다. 그 욕구를 책이 대신 채운 거다. '여자생활백서'는 ‘맞춤형’이다. 사례·상황별로 요약·정리했다. 각 장마다 팁(tip)을 넣은 건 독자한테 실질적인 도움이 되라는 뜻이었다. 괜히 선배랍시고 대책 없이 위로하고 듣기 좋은 말을 늘어놓기보다 낫다고 생각했다. ‘남자친구가 속옷을 벗길 땐 엉덩이를 들지 말아라. 너무 선수 같아 보인다’는 언니 얘길 들었더니 좋은 남자 만났다는 사람이 있다면 된 거다.”

-잡지 아이템을 책으로 냈다는 비판도 있었다.
“적확한 표현이다. 쓸 땐 진심이 묻어나도록 최선을 다해 썼지만, 자기계발서는 기본적으로 ‘내 인생의 책’이라고 부를 만큼 무게감을 지니는 건 아니라고 본다. 내 책에 대해 ‘화장실에서 읽는 책’이라는 말도 들었는데 기분 나쁘지 않다. 화장실에서 읽어야 하는 책도 있으니까. 책 읽는 것도 소비행위다. 이런 종류의 책을 읽는 건 지쳤을 때 마사지 받거나 초콜릿 먹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내가 감정적으로 힘들고 지쳐서 기분전환을 하고 싶을 때 찾는 거다. 독자보다 너무 앞서가지도, 그렇다고 걸리적거리지도 않는 ‘어깨동무’라고 할까.”

-독자들이 원하는 답을 자기계발서가 줄 수 있을까.
“독자들은 결국 자신이 듣고 싶은 말만 기억한다. 자기계발서의 한계이면서 속성이다. 내가 20대였을 땐 '탈무드' 같은 인생잠언집을 읽으며 시간이 지나면 나도 성장하겠지라며 추슬렀다. '여자생활백서'의 독자들은 책에서라도 해답을 찾고 싶어했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시간을 절약하겠다는 생각도 엿보였다. ‘남자친구와 만난 지 얼마나 됐을 때 섹스를 해야 되느냐’고 묻는 독자도 있었다. 정말 궁금해서 묻는 질문이었다. 농 반 진 반으로 ‘네가 준비됐을 때, 하고 싶을 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인생의 법칙을 책에서만 찾으려 하지 말고 직접 부딪쳐 가면서 체득하라고, 시간을 쓰는 데서 오는 낭만도 느껴보라고 얘기해 주고 싶다.”

기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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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