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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농장 가고 농구 보고 … ‘따뜻한 외교’ 美 녹일까

1 1985년 아이오와주 머스카틴시의 시청을 방문한 시진핑이 시장의 영접을 받고 있다. 2 지역 신문에 나온 시진핑(뒷줄 오른쪽 둘째). 오찬을 마친 뒤 찍은 사진이다.
‘미국의 마음을 부드럽게 잡는다.’ 수퍼 파워로 도약 중인 중국의 ‘차기 권력’ 시진핑(習近平사진) 국가 부주석의 미국 방문이 5일간 일정으로 13일 시작된다. 미국과 협조하면서도 경쟁하는 복잡한 속내의 중국. 시 부주석은 이번 방문에서 무엇을 노리며 오바마 행정부는 어떤 목적을 깔고 있을까.

1985년, 지금도 여전히 전형적 농촌 도시인 아이오와주 머스카틴시에 젊은 중국 지도자가 나타났다. 축산 대표로 온 31세의 허베이성 정당현 당서기 시진핑이었다. 사진 속 시진핑은 지금 같은 무게 있는 중년의 모습을 찾기 힘들 만큼 앳되다. 그는 이 마을 토머스 드보르차크 부부 집에 이틀간 머물며 돼지농장을 둘러봤고 지역 로터리 클럽을 방문했다.

말수 적고 얌전한 중국 청년이 향후 세계 최고의 권력자 중 하나로 등장할 것이라곤 꿈에도 생각 못한 부부는 ‘시 서기’를 아들 방에서 이틀간 재웠다. 집 주인은 “아들은 캠프에 가서 없었고 방안에 스타트렉 장난감이 놓여 있던 게 기억난다”고 했다. 시진핑은 고마움의 표시로 중국 술을 놓고 갔는데 이들 부부는 “엄청 독했었다”고 했다. 청년 시진핑 일행의 방문 소식은 농촌마을 머스카틴엔 꽤 중요한 뉴스여서 지역 신문인 머스카틴 저널에 사진과 함께 실렸다. 아시아인과 미국인의 평화롭고 한가로운 교류의 풍경. 시진핑은 이번 방문 때 이 장면을 다시 미국인의 마음에 뿌리려 한다.

시 부주석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머스카틴으로 가 드보르차크 부부 집을 찾는다. 다른 주민들과도 만날 예정이다. 27년 전 ‘겨우 이틀’ 머문 마을을 다시 찾는 시진핑의 계산을 짐작하는 게 어렵지 않다. 전통적 대외정책 기조인 도광양회(韜光養晦; 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른다)와 투이불파(鬪而不破; 필요하면 다투지만 관계 자체를 망가뜨리진 않는다)의 원칙을 반영하는 것이다.

지금 미국은 군사력을 태평양으로 집중해 중국을 포위하고 있다. 불편한 상황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와 중국 내 지적재산권 보호문제 및 인권시비 같은 ‘중국에 불리한’ 고질적 현안이 도사리고 있어 싸우는 게 쉽지도 않다. 시 부주석은 이번 방미를 원만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야 한다. 27년 전 자신을 따뜻하게 대해줬던 머스카틴에서 미국인들을 반갑게 재회하는 장면을 연출함으로써 그의 인간적인 면모와 ‘미국을 향한 따스한 마음’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시 부주석의 아이오와 방문엔 또 다른 이야기도 들어있다. 부총리를 지낸 그의 아버지 시중쉰(習仲勳)도 80년 아이오와에 왔었다. 당시 시중쉰은 지방 지도자들을 이끌고 워싱턴ㆍ뉴욕ㆍ콜로라도ㆍ캘리포니아ㆍ하와이 등을 순방하며 이 주를 들렀다. 아이오와에서 그는 바비큐집, 농기구 공장, 돼지 사육장 등에 들렀고 발레 공연도 봤다. 미국 측은 당시 32년 전 시중쉰 일행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보관해 왔는데 이번에 앨범으로 만들어 시 부주석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물론 시 부주석은 오바마 대통령과 백악관 회담을 하고, 조 바이든 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의 회의를 비롯해 국방부 청사인 펜타곤 방문 등 딱딱하고 공식적인 일정도 14일 하루 내내 치른다. 이밖에 미ㆍ중 관련 단체에서의 공식 연설과 캘리포니아 주지사와의 회담 등도 예정돼 있다. 이처럼 공식적으로 중요한 행사가 여럿 있기는 하지만 언론들의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건 비공식적인 이벤트들이다

머스카틴 방문과 함께 화제가 되는 또다른 일정은 프로농구 관람이다. 최종 확정되진 않았지만 시 부주석은 마지막 방문지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LA 레이커스와 피닉스 선스 간 경기를 바이든 부통령과 함께 보는 일정을 추진 중이다. 머스카틴 방문과 마찬가지로 운동경기를 관람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친근한 이미지를 쌓으려는 것이다. 이번에 농구장을 찾긴 하지만 원래 그가 가장 좋아하는 운동은 축구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축구가 별 인기가 없는 점이 감안돼 농구로 대체됐다는 후문이다.

시진핑의 방미 일정엔 인화와 친근감을 중시하는 시진핑의 개인적 성향이 가미돼 있고 그래서 이번 방미 일정이 ‘따뜻한 색으로 칠해진 느낌’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런 부드러운 분위기를 띄우려는 듯 중국 언론들은 시 부주석과 오바마 대통령의 회담이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에 이뤄진다는 점도 강조한다.

시진핑의 방문을 꼭 10년 전 있었던 후진타오 당시 국가 부주석의 방미와 비교하기도 한다. 권력 승계를 앞두고 미국을 찾는 모양이 비슷해 ‘데자뷰 (Dejavue) 방문’이라고도 한다. 지금의 시진핑처럼 국가 수반으로의 등극이 확실시되는 2인자 후 부주석은 2002년 5월 하와이ㆍ뉴욕ㆍ워싱턴ㆍ샌프란시스코를 돌았다. 이때 후진타오는 백악관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과 만나 통상 문제 및 중국 내 인권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

그의 일정 중에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이라면 막바지에 이뤄졌던 세계 최대의 반도체 업체인 인텔 방문이다. 이를 두고 미국 언론에서는 ‘첨단산업을 고리로 한 미·중 양국 간의 관계가 돈독해지고 있음을 나타내려 한 제스처’라고 했다. 그 점만 놓고 보면 후진타오의 첫 미국 방문과 이번 시진핑의 방미에 언뜻 비슷한 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세히 뜯어보면 일정엔 차이가 크다. 후진타오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딕 체니 부통령과의 개별회담에 이어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과의 회담, 진주만 기념관 방문 등 딱딱한 행사가 주류를 이뤘다.

한편 시진핑의 ‘따스한 행사’에 화답하듯 미국 오바마 행정부도 이번 방문을 통해 양국 간 우호 모드를 강화하려 하고 있다. 세계경제 회복과 중동평화·지구온난화 문제 등 산적한 국제적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협조가 필수 불가결하다는 걸 절감하는 탓이다. 공화당을 위시한 대중 강경파들의 거센 압력으로 중국 내 인권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전체적인 우호적 분위기를 망칠 정도는 아닐 게 분명하다. 결국 이번 시 부주석의 방미 일정은 대체로 화기애애한 가운데 중국으로서는 껄끄러운 몇몇 사안이 제기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조 바이든 부통령은 사전에 중국과의 호흡을 맞추기 위해 지난 7일 시 부주석과 통화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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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