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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중국 의존도 낮은 주식 찾아야

올 들어 주식시장이 강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과거의 패턴을 돌이켜 보면 최근 상승은 특이한 점이 있다고 생각된다. 우라카미 구니오라는 일본의 증시 전문가는 주식시장을 순환론적 관점에서 사계절에 비유했다. 금융장세-실적장세-역금융장세-역실적장세의 주기를 반복한다는 것이다. 실제 주식시장의 흐름을 보면 세부적인 편차는 있지만 큰 흐름에서 이러한 패턴이 반복된다는 데 필자 역시 공감한다.

한국의 경우 서브프라임모기지로 인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듬해 초입에 증시가 급등해 낙폭을 만회하는 금융장세가 있었다. 이어 2009년 가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기업 실적과 주가가 동행하는 실적장세가 있었다. 그런데 최근 시장의 모습은 역금융장세와 역실적장세를 건너뛰고 금융장세의 초입과 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 금융장세의 기본 조건은 경기가 저점을 통과하는 가운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오르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경제상황은 경기저점을 통과했다기보다 저점을 향해 내려가고 있다고 보는 게 온당할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현재의 주가 상승은 큰 흐름에서 일탈한 일시적 움직임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한국 경기의 종합적 판단을 위해서는 한국경제의 높은 대외의존도를 감안해 국내 요인 못지않게 해외 요인에 대한 분석을 가미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에 대한 영향력이 가장 큰 외부 변수 중국의 경우 우려했던 경착륙 가능성은 낮아지고 있다. 지난해 4분기의 경제성장률은 8.9%로 예상을 웃돌았다. 더욱이 과거와 달리 투자가 아닌 소비가 성장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고무적인 모습이었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4분기에 2.8%의 성장을 했다. 어려운 경제환경 속에서도 비교적 양호한 경기회복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경제성장은 정부의 지출 확대와 유동성 공급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했다. 지난해 3분기부터는 민간소비가 회복되는 모양새라는 점에서 미국 상황 역시 기대를 품을 만하다.

G2(두 초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형편이 이렇다면 우리 경제의 외부 요인이 긍정적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을까. 현재진행형인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불확실성이 관건이다. 우선 유럽 전망을 밝게 보는 시각을 요약해 보자.

“그리스는 결국 국가 부도를 피하지 못하고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7개국)에서 탈퇴할 가능성이 크다. 포르투갈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유로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독일과 프랑스가 이들의 국가 부도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다. 이탈리아·스페인 지원에 필요한 재원은 추정이 가능하다. 유럽중앙은행(ECB)을 필두로 국제금융시장은 파국을 면하기 위한 자금을 이미 쌓고 있기 때문에 유럽 재정위기는 더 이상 시장에 치명적 위기로 작용하지 못할 것이다. 이는 위험자산인 주식에 대한 선호로 연결될 것이다.”

필자 역시 유럽 재정위기가 서브프라임 부도처럼 금융 시스템을 붕괴시키는 심각한 사태로 진전되지 않을 것이라는 데 공감하는 쪽이다. 그러나 펀더멘털(기초 경제여건)을 중시하는 가치투자자의 관점에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시스템 붕괴를 피한 이후 유럽이 마주치게 될 현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가혹한 불경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는 과도한 국가 부채 문제를 안고 있으며(심지어 우등 국가인 독일도 예외가 아니다) 재정위기의 본질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세금을 올리고 정부 지출을 줄여 국가 재정을 건전하게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조만간 유럽 국가들은 불경기임에도 불구하고 흑자예산을 편성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일 것이다. 극심한 소비 감소와 경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유럽의 경기침체는 직접적으로는 유럽에 대한 우리나라의 수출 감소를 초래하고 간접적으로는 중국경기 침체를 통해 한국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물론 이 전달 경로가 복잡해 그 영향력을 현시점에서 예상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현재의 주식시장 회복세를 실물경기의 회복 신호로 받아들이는 건 너무 성급하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우리의 대응은 매우 제한적이다. 대외 요인, 특히 유럽과 중국 의존도가 높은 산업이나 업체는 대외 요인의 위험을 면밀히 감안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커 보이는 내수산업이나 업체 혹은 미국 경기회복의 수혜산업이나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보다 안전할지 모른다.


 
이채원(48) 국내 펀드업계의 ‘가치투자 전도사’로 불린다. 저평가된 주식을 발굴해 사들이는 투자전략을 구사한다. 2006년 내놓은 ‘한국밸류 10년 펀드’는 장기투자 차원에서 3년간 환매를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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