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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좋은 것

풍요로운 삶이란 무엇인가? 그 화두를 가지고 보성 대원사로 출발했다. 6일부터 8일까지 정신세계를 추구하는 인연들의 모임인 묵방도담(默芳道談)이 열리기 때문이다. 저녁 늦은 시간 요사채에서 진행된 도담은 명상의 진정한 의미를 느끼게 했다. 에너지의 흐름이 전달됐다. 너, 나가 따로 없는 감흥이 있었다. 이 중 송순현(62) 정신세계원 대표의 간결한 이야기는 간절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21세기의 웰빙, 풍류도의 새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풍류도는 하늘·땅·사람이 하나로 어울려 신명 나는 상생조화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풍류도로서 이 시대의 병든 자연과 인간을 치유하며 인류평화의 새 시대를 열어야 합니다.”

그가 말한 풍류는 영성과 합일된 삶이었다. 이것은 세상 만물과의 조화로움을 의미했다. 그가 이어 발표한 11가지의 삶은 자연과 어울린 내면 세계에 대한 통찰임을 알게 됐다. 그 내용은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삶, 세상 만물과 조화를 이루며 사는 삶, 자기를 꽃 피우며 더 큰 하나로 커나가는 삶, 모두가 하나임을 깨닫고 상부상조 상생하는 삶, 지성·감성·영성을 활짝 열어가는 자아완성의 삶, 짐승의 본성으로 스스로 즐거워하는 삶, 창조의 정신으로 날로 새로워지는 삶, 열린 타인과 어울림의 신명 나는 삶, 언제나 맑고 밝은 기운으로 빛나는 삶, 모든 것을 사랑하는 기쁨의 삶, 대자연의 이름으로 대자연과 합일하는 초월의 삶’에 대한 것이었다.

그가 이렇게 대자연과 연관된 삶을 강조하는 이유가 있다. 내면이 깊어질수록 긍정적인 에너지의 흐름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내면에서 일어나는 빛의 파장이 밖의 흐름으로 표출되게 되어 있다. 우주 정보와의 연결이다. 정신 세계 관련 전문 출판인이었던 그가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제주의 대자연과 함께한 것은 영성적 삶의 구현이었다.
“서울 생활보다 명상을 하면서 평화롭게 살고 싶은 마음으로 이곳에 오게 됐습니다. 행복의 원천은 자연입니다. 덜 바쁘니까 바다·구름 등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 많습니다. 이를 통해 감동과 기쁨이 우러나고 즐겁습니다. 감동하는 마음은 본성을 살려내고 에너지를 활성화시킵니다.”

그는 대자연 속에 있으면 스스로 안정이 되고 기운을 얻는다고 말했다. 대자연 속에서 진행되는 명상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영성이 빛나는 만큼 삶도 풍요로워진다는 것이다. 이것은 그가 추구하는 명상의 사회화, 사회의 명상화와 연관된다.

“진정한 삶의 의미, 행복은 내면 세계의 성숙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명상이 이제는 일반화·대중화·과학화되는 흐름으로 가고 있습니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개개인들을 통해 사회도 그렇게 변화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와 대화하면서 나를 내세우고 나를 알아주기 바라는 것보다 참된 것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영성의 시대인 만큼 가짜와 엉터리를 구별하는 지혜의 눈을 가지라는 뜻일 것이라 짐작했다.

대화를 끝낸 후 방문을 열었다. 마침 가로등 불빛에 비치는 눈발을 황홀한 듯 바라보았다. 자연은 그래서 좋은 것이다. 그러다 문득 저녁 식사를 했던 청광도예원 벽면에 걸린 글귀가 떠올랐다. 징 위에 쓰여진 문삼석 시인의 ‘그냥’이란 동시였다. ‘엄만 내가 왜 좋아 그냥, 넌 왜 엄마가 좋아 그냥’ 다른 말이 필요 없는 그냥 속에 모든 것이 함축되어 있음을 알았다. 아무런 대가나 조건 없이란 뜻도 포함되어 있다. 자연 속에서 이것을 알아차리는 것이 명상이 아니겠는가. 극락전에서 울려나는 목탁 소리가 다음 날 새벽, 더 경쾌하게 들렸다.



육관응 원불교신문 편집국장. 글쓰기사진을 통해 명상과 알아차림을 전하고 있다. 숲과 들을 접시에 담은 음식이야기, 자연 건강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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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