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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 ‘건포도 빵’ 모형은 안 되겠는데요

어니스트 러더퍼드(사진)는 뉴질랜드의 조그만 마을 넬슨 출신이다. 뉴질랜드의 최대 도시인 크라이스트처치의 캔터베리 대학교에 입학했고, 졸업 때 성적은 600점 만점에 580점을 받을 정도로 우수한 학생이었다. 졸업 후 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공부했고 캐번디시 연구소를 거쳐 1898년 캐나다의 맥길 대학교 교수(물리학)로 초빙됐다.
캐나다에서 그는 캐번디시 연구소에서 해왔던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한 연구에 몰두했다. 베크렐과 퀴리 부부가 발견한 방사선의 성질은 그때까지 잘 알려져 있지 않았고 방사성 물질 연구는 물리학보다는 화학 쪽에서 더 활발했다. 왜냐하면 당시 과학자들은 방사선에 노출된 원소들의 성질 변화를 화학적 방식으로 연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같으면 질량 분석기 같은 ‘물리학 기기’를 사용해 바로 알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물질의 성질 변화는 화학반응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상식이었다.

러더퍼드는 좀 색다르게 생각했다. 방사선 가운데 알파선으로 알려진 것을, 엷은 금박지에 쪼여 알파선이 얼마만큼 통과할 수 있는지 조사해 보기로 했다. 당시 상식에 따르면 알파선의 통과 정도는 물질의(이 경우 금의 박막의) 화학적 성질과 관계가 있으리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원소를 말하기 전에 분자라는 것부터 설명할 필요가 있다.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대기 중의 분자들은 초속 1000m로 움직인다. 한 과학자가 그걸 실험했다. 금속으로 솥뚜껑 같은 걸 두 개 만들어 붙인 다음, 가장자리는 고무 패킹으로 밀폐하고 공기를 빼 뚜껑 사이의 공간을 진공으로 만들었다. 그 다음 말 6마리가 솥뚜껑을 양쪽으로 잡아당기게 했다. 그러나 아무리 해도 떨어지지 않았다. 왜 그럴까. 뚜껑 안쪽에 공기를 채우면 쉽게 떼낼 수 있는데. 이유는 간단하다.

뚜껑 사이가 진공이면 그 속엔 공기가 없다. 즉 움직이는 분자가 없다. 그렇지만 뚜껑 밖에서는 양쪽으로 수많은 분자가 사방에서 뚜껑을 때리고 민다. 마치 ‘걸리버 여행기’의 좁쌀 인간들이 뚜껑을 양쪽에서 밀고 있는 것과 같다. 좁쌀 인간 하나하나의 힘은 얼마 안 되지만 6.25×1023개, 즉 10조×10조×6250개의 공기분자가 기를 쓰고 뚜껑이 떨어지는 것을 막는다면 그 힘은 말 여섯 마리가 감당할 수 없이 거대하게 되는 것이다.(6.25×1023이라는 수는 아보가드로수다. 즉 표준상태인 섭씨 25도, 1기압 상태의 기체 1L에 든 공기분자의 수다.) 그러나 두 뚜껑 사이에 공기가 들어가면 바깥에서 안으로 미는 공기분자의 힘이나 안에서 밖으로 미는 힘이 같아지므로 손쉽게 두 솥뚜껑을 떼어놓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실험 결과들이 쌓이면서 공기가 운동하는 분자들로 이뤄져 있다는 게 과학적 사실로 받아들여졌다.

분자에 대한 상상이 과학적으로 해명되자 이번엔 원자로 관심이 쏠렸다. 원자의 본질을 알아내는 것이 19세기 후반 과학의 큰 과제였다. 지극히 작은 원자는 눈에 보이지 않으므로 많은 과학자들은 온갖 추정을 했다. 콩알같이 생겼을까? 호떡처럼 생겼을까? 럭비공처럼 생겼을까?

과학적인 원자 모형을 세상에 처음 선보인 사람은 영국 물리학자 조지프 존 톰슨(1856~1940)이었다. 전자의 발견자이기도 한 그는 전자가 물질의 근본 요소인 원자 속에서 뛰어나온 것이라고 봤다. 물질은 전기가 없는 중성인데 원자의 구성 성분인 전자는 음전하이므로 이를 중화시키는 양전기가 원자 내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음전하의 전자와 질량은 비슷하지만 양전하를 띤 신비한 요소가 원자 내에서 뒤섞여 다른 것끼린 당기고 같은 것끼린 미는 힘이 맞비겨 평형 상태를 이룬다고 추정했다. 건포도가 두루 박힌 빵을 연상해도 된다. 건포도와 밀가루가 뒤섞인 것처럼 양전하 요소와 음전하 전자가 뒤섞인 원자 모형이다.

톰슨의 제자였던 러더퍼드도 그런 가정에서 출발했다. 원자가 가벼운 음전하 전자들과 가벼운 양전하 입자의 혼합체라면, 트럭과 사람의 충돌사고에서 트럭은 끄떡없듯, 무거운 알파 입자가 금 박막의 입자와 충돌한 뒤 뚫고 나오더라도 진행 방향이 변하지 않으리라고 가정했다. 실제로 얇은 금막을 만들어 알파 입자 빔을 쏘았다. 이 입자는 헬륨 원자핵으로 전자보다 8000배 정도 더 무거워 진짜로 ‘무겁다’.

그런데 결과는 뜻밖이었다. 대부분 알파 입자의 진행 방향은 크게 바뀌지 않았지만 간혹 많이 휘어져 나오는 게 발견됐다. 이 결과를 두고 러더퍼드는 ‘원자 속엔 알파 입자와 비슷하게 무거운 작은 원자핵이 있어 부딪힐 경우 튕겨 나온다’고 추론했다. 톰슨의 ‘건포도 빵’ 모형은 틀렸고 원자는 무거운 원자핵이 중심에 있고 그 주위를 전자들이 마치 태양계의 행성처럼 돌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원자의 진실’을 밝힌 최초의 학자가 된 것이다. 그는 또 원자핵의 크기가 원자의 10만분의 1이라는 것도 알아냈다. 그건 또 어떻게 알았을까. 다음 이야기에서 계속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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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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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