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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2세의 선물

올해로 즉위 60주년을 맞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수많은 기록의 보유자다. 우선 올해 86세로 역대 영국 군주 가운데 최장수다. 81년 7개월 29일을 살고 1901년 1월 22일 세상을 떠난 빅토리아 여왕의 기록을 이미 5년 전에 깼다.

재위기간은 64년을 기록한 빅토리아 여왕에 이어 둘째다. 77년 즉위 25년인 실버 주빌리, 2002년 50주년인 골든 주빌리에 이어 올해 60주년인 다이아몬드 주빌리까지 모두 국민적 축제 속에 맞았다. 2015년 9월 9일까지 생존할 경우 영국 1000년 역사상 최장의 치세를 기록하게 된다. 여전히 건강하니 가능성은 크다. 어머니 엘리자베스 모후가 102세까지 장수했지만 아버지 조지 5세는 51세로 단명했다는 것만 참조하자.

그러는 동안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찰스 왕세자는 또 다른 최장수 기록을 세우며 나이를 먹어가고 있다. 64세인 그는 왕세자인 ‘프린스 오브 웨일스’로 지명된 지 54년, 그 자리에 공식적으로 오른 뒤 43년 동안 ‘대기’ 상태에 있다. 인생사 타고난 복인 걸 어떻게 하겠나. 현재 살아 있는 전 세계 군주 가운데 엘리자베스 2세 여왕보다 오래 재위에 앉아 있는 인물은 태국의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뿐이다. 85세인 푸미폰 국왕은 즉위 66주년을 맞지만 건강이 나빠져 외부 활동이 뜸하다.

조선 왕조의 국왕들을 살펴보니 다이아몬드 주빌리를 맞았던 이는 없다. 82세까지 살며 51년 7개월 동안 왕좌에 앉았던 영조가 유일하게 골든 주빌리를 누렸다. 40년 이상 왕위를 지킨 왕이라면 숙종·성종 정도다. 조선 국왕의 평균 재위기간은 19년2개월, 평균수명은 44세였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왕가 이름이 영국식인 윈저로 바뀐 뒤 출생한 첫 군주이기도 하다. 영국 하노버 왕가는 20세기 들어 작세-코부르크-고타 왕가로 이어졌다. 하노버 왕가의 마지막 군주 빅토리아 여왕의 남편인 앨버트의 출신 가문을 딴 것이다. 이 독일계 이름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국민 사이에서 반(反)독일 감정이 일면서 왕실 거주지인 런던 근교 성 이름을 따서 윈저로 바뀌었다. 왕실도 개혁했다. 그전까지 독일 귀족과만 결혼했던 왕가는 이름이 바뀌면서 비독일계와 영국계 배우자도 맞는 등 영국화를 강화했고 국민에게 가까이 다가서려고 노력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오랫동안 인기를 누린 비결의 하나다.

여왕이 국민과 적극적으로 소통한 결과물이 ‘주빌리’라는 이름이 붙은 철로와 산책로다. 77년 개통한 런던 지하철 주빌리 라인은 원래 플리트 라인이란 이름을 붙이려고 했다. 그러다 여왕 즉위 25주년의 해에 개통됐다는 이유로 이름이 바뀌었다. 국회의사당인 웨스터민스터 궁전을 비롯한 런던 중심지를 지나는 주빌리 워크웨이란 산책로는 즉위 25주년에 조성한 뒤 50주년에 대대적으로 새로 단장됐다. 영국의 국민 산책로다. 영국 왕실은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동력이다. 다이아몬드 주빌리는 올해 런던올림픽 특수와 겹쳐 영국 경제에 상당한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군주제를 유지한 국민에게 주는 여왕의 선물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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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