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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스마트폰에 스마트하게 대응하려면

결국 군에 스마트폰 먹구름이 닥쳤다. 김관진 장관과 사병 간의 트윗에서 조짐이 살짝 엿보였는데 곧 스마트폰으로 군 기밀을 유포한 게 드러나고, 6군단에선 팝 캐스트 ‘나는 꼼수다’ 청취가 가능한 스마트 폰을 조사하라는 지시까지 나갔다. 군내 스마트폰과 SNS를 규제하라는 말이 커진다.

이런 예를 보자. 2004년 한 탈북자가 북한 전방에 두 개 사단이 만들어진 걸 알았다. 군의 부탁을 받고 그는 북한 내 조직원을 가동했다. 좌표 추적기를 주고 두 사단 앞에서 켜게 해 북한 서부 2집단군 예하에 22·23사단이 창설된 게 확인됐다. 상상력을 발휘해 한국군 부대를 공격하려고 북한이 군내 고첩 장교나 하사관에게 지령을 내린다면 스마트폰의 쓰임새는 요긴할 것이다. 그래서 심정적으론 ‘군의 스마트폰 사용 규제’로 기운다.

지난달 31일 국방부가 발표한 ‘군 장병 SNS 활용 가이드 라인’에도 그런 게 반영됐을 것이다. 그런데 6개 분야 28개로 된 지침을 뜯어보니 ‘이건 곤란한데’라는 생각이 든다. ‘군 비밀 노출 불가’ 같은 거야 당연하지만 ‘군 기강 훼손이 고민되는 글은 싣지 말라’ ‘불필요한 논쟁에 참여 말라’ 같은 대목이 그렇다. 누가 고민과 불필요한 논쟁을 결정할까. 코앞에 닥친 선거철을 무사히 지날 수 있을까.

‘조사해 앱을 삭제하고 보고하라’는 6군단의 지시는 한 걸음 더 나가 맹렬히 타오르는 스마트폰 정치에 기름을 부은 꼴이다. 벌써 지난 7일 열린 국회 국방위에서 민주통합당 서정표·신학용 의원이 ‘나꼼수 청취가 가능한 스마트폰 조사’에 대해 ‘양심 침해’ ‘정부 비판 언론에 대한 규제’라고 호통을 쳤다. 군통수권자를 ‘XX’라 욕하고 대통령을 ‘눈 찢어진 아이’라 야유하고, 여성의 몸매를 훔쳐보면서 ‘생물학적 완성도가 어쩌니’라고 낄낄대는 매체를 옹호하는 의원들이 딱해 보이고, 대적관이 중요한 군으로선 정당한 조치라고 한 김관진 국방장관이 옳아 보인다. 그러나 꼭 규제까지 해야 하나. 외국 군의 스마트폰 사용 예를 알아봤다.

우선 주한 미군. 공보관실 관계자는 질문 자체를 터무니없어 하며 “사병이건 장교건 규제는 없다”고 했다. 개인이 자유롭게 듣고 보되 군 기밀 누설은 처벌된다. 주변국 위협이 일상화된 이스라엘은 어떨까. 세계 최고의 군 정보기관인 모사드에서 10여 년간 현장 요원을 했고 지금도 모사드 전문가인 가드 심론(62)은 “사용은 자유다. 다만 순찰이나 전투 임무 때는 보관한다”고 했다. 이스라엘 하레츠지의 안보 담당 국장인 아미르 오웬(61)도 “전투나 유사한 작전에선 끄거나 본부에 둔다”고 했다. 나이 60이 넘은 두 사람 다 뭐가 문제냐는 것이다. 요컨대 ‘적과의 긴장’이 우리 못지않은 미국이나 이스라엘 모두 자유 사용이다. 그러니 ▶가이드 라인과 ▶6군단 지시로 드러난 군의 주소는 부자유란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북한은 더 위험해 불가피한 건가.

나도 ‘졸라’ 같은 상스러운 말이 예사로 굴러다니는 나꼼수 같은 거, 병사나 군 간부가 못 듣게 했으면 좋겠다. 그러나 그래선 안 된다. 한국 못지않게 늘 위협에 직면해 있는 미국·이스라엘도 자유인데 기기 속에 든, 보안과 무관한 SNS나 앱을 군 기강 훼손이나 논쟁 가능성 같은 정치적 이유로 규제하는 것이 오히려 정치 갈등을 불러올 수 있다. 또 좋은 팝, 나쁜 팝을 어떻게 가릴 건가. 지금 ‘비키니 시위’로 나꼼수가 꽤 공격받는데 그럼 이젠 들어도 괜찮은 건가. 노회찬·유시민의 ‘저공비행’ 같은 팝캐스트는 어떤가. ‘너 꼼수’니 ‘나는 꼼수니’ 같은 게 마구 생기면 일일이 대응할 건가. 좋다, 나쁘다 같은 기준을 마련하는 순간 군은 폭탄 위에 앉게 되고 정치 폭풍에 휘말릴 것이다. 군 지도부에겐 짜증 나는 일일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17만 장교·부사관의 눈을 막고 귀를 가릴 수는 없다. 전방 15사단 철책 같은 곳에서 힘들게 근무하는 젊은 간부들이 듣고 기분 푼다고 그걸 탓해야 하나.

무한 자유가 아닌 것만 분명히 하면 된다. 미군 관계자도 그렇고 심론이나 오웬 모두 “군 작전 누설, 군장비 사진 촬영 같은 비밀 누설은 안 된다. 어기면 구속된다”고 했다. 사실 이런 자유에 따르는 책임은 스마트폰과 아무 상관없는 상식일 뿐이다.

군은 지금 나꼼수를 비롯한 팝캐스트 실태를 조사하고 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조사 뒤 필요하면 적절히 조치할 것”이라고 했다. 스마트폰의 자유는 맘껏 즐기게 하되 어쩔 수 없다면 ‘깐깐하지만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최소 기준’을 마련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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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