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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뺄까 두렵나요

당신은 일하기 위해 사는가, 아니면 살기 위해 일하는가. 어느 정도의 일은 우리 대부분에게 생존을 위해 필요하다. 따라서 더욱 알맞은 질문을 찾자면 ‘일과 개인생활의 경계선을 어디에 그을 것인가’ ‘일 때문에 개인 삶에서 소중한 것을 잃어버리지 않는가’일 것이다.

일에 대한 한국인의 자세는 미국인과 크게 다르다. 어느 쪽이 옳고 그른지 말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일과 개인생활 사이의 균형이 어떤지를 살펴보는 것은 어느 사회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2010년 근로자 1인당 연간 근로시간을 보자. 한국인은 평균 2193시간을 일했다. 미국인은 평균 1778시간이다.

OECD 회원국의 평균은 1749시간으로 미국보다 더 짧다. 주 40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하면 한국 근로자는 미국 근로자보다 연간 10.38주를 더 일하는 것이다. 미국인에 비해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1년에 두 달가량 더 많다는 뜻이다. 바꿔 말하면 가족과 저녁식사를 하고, 자녀와 대화를 나눌 시간을 그만큼 많이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나를 오해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흠잡을 데 없는 직업윤리를 가졌다고 자부한다. 내 일을 사랑하고, 우리 팀의 성공에 기여하기 위해 늘 힘쓴다. 학창시절엔 열심히 공부했고, 지금은 열심히 일한다. 지난 9년간의 한국 생활에서 결근한 게 딱 두 번이었다. 아파서 병원에 입원할 때였다.

일을 대하는 태도에서 한·미 양국 근로자의 가장 큰 차이는 뭘까. 아마도 ‘얼굴 보기(Face Time)’가 아닌가 싶다. 사무실에서 동료와 얼굴을 맞대고 지내는 시간이다. ‘얼굴 보기’는 나 같은 미국인을 당황하게 만드는 대표적인 것이다.

나는 열심히 일한 후 퇴근시간이 되면 즐거운 마음으로 사무실을 나설 수 있다. 반면 한국인 동료는 사무실에 좀 더 머물러야 하는 걸 일종의 의무감으로 여기는 듯하다. 사무실에 오래 남아 있는 게 은근히 기대되고 요구된다. 나쁘거나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개인생활을 희생시키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얼굴 보기’나 ‘사무실 머무르기’보다는 좀 더 효율적으로 일하고, 좀 더 일찍 퇴근할 수 없는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사무실에 머무르는 시간은 비록 어떤 활동으로 채워지고는 있지만, 생산성이 높지는 않은 것 같다. 사무실에 오래 있으면 또 얼마나 피곤한가. 내 경험으로 보건대 생산성은 사무실에 머무르는 시간이 아니라 에너지·집중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휴가에 대해서도 한국인과 미국인 사이에 차이가 많다. 한국 직장인들이 휴가를 찾으려고 그다지 애쓰지 않는 것이 내겐 흥미롭다. 상당수 한국인 동료는 연월차 휴가를 쓰지 않고 수당으로 받는다. 사무실을 비우면 자신들의 지위에 영향을 미친다고 여기는 듯하다. 또 직장 동료가 자신을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로 여기지나 않을까 두려워하는 듯하다. 휴가를 갔다가 뭔가 중요한 일에서 제외되지 않을까 염려하는 듯하다. 동료들이 ‘휴가 갔다오면 책상이 사라졌을 것’이라고 농담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휴가 때 바닷가에서 칵테일을 마시면서 ‘내 책상이 사라졌을까’ 고민해야 할까. 이런 압력들 때문에 한국 직장인들이 휴가를 제대로 다 쓰지 못하는 것 같다.

한국은 문화적으로 점점 다양해지고 세계 경제에서 점점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해 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직장인의 일과 개인생활 사이의 균형이 어떻게 변해갈지 살펴보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미국에선 지금 구직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데, 미국 직장인들이 한국 직장인의 ‘얼굴 보기’를 따라 하게 될지 살피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미셸 판스워스 미국 뉴햄프셔주 출신. 미 클라크대에서 커뮤니케이션과 아트를 전공했다. 세종대에서 MBA를 마치고 9년째 한국에서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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