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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성적 평가 당연” vs “평정자료 공개해야”

페이스북에 ‘가카의 빅엿’이라고 썼던 서울북부지법 서기호(42·사법연수원 29기) 판사가 재임용에서 탈락하면서 법관 연임(재임용) 심사를 둘러싼 법조계 안팎의 논란이 뜨겁다.

“법관의 품위를 손상시킨 판사가 근무성적마저 나쁘다면 탈락시키는 건 당연하지 않으냐”며 서 판사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사회적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대법원이 ‘정치적 해고’를 한 것”이라며 반발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법원 관계자는 “근무성적평정에 따른 결정”이라고 탈락 사유를 밝혔다. 차한성 법원행정처장은 “법관의 신분보장이 법관에 대한 평가를 거부하는 것은 아니며 평가를 받지 않고서는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에 서 판사가 “납득할 수 없다”며 헌법소원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일부 판사들도 가세하면서 파장이 일 전망이다.

구체화된 법관연임심사제도
제헌헌법 이래로 법관의 신분은 헌법으로 보장되고 있다. 대법원장과 대법원 판사(현 대법관)가 아닌 법관의 임기와 연임에 관한 규정은 1987년 개헌 이후 도입됐다. 법관 임명권자가 대통령에서 대법원장으로 바뀌면서다. 88년 도입된 연임제도에 따라 법관의 임기는 10년으로 정해졌고 연임할 수 있게 됐다. 연임심사에 대한 구체적 규정이 생긴 것은 노무현 대통령 때인 2005년 32차 개정부터다. 법원조직법 45조 2항 1호는 ‘임기가 만료된 판사는 대법관회의의 동의를 얻어 대법원장의 연임발령으로 연임한다’고 명시했다. 지난해 7월 개정돼 올 1월 시행에 들어간 새 법원조직법은 법관인사위원회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새 법에 따르면 ‘임기가 만료된 판사는 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치고 대법관 회의의 동의를 얻어 대법원장의 연임발령으로 연임한다’고 규정돼 있다.

인사위원회의 구성도 법 개정 때마다 달라졌다. 94년 처음 인사위가 만들어졌을 때에는 인사위원이 전원 법관으로 구성됐다. 2005년 ‘대법원장이 지명하거나 위촉하는 위원’으로 확대됐다가 현행 법률부터는 법관 3명, 법무부 장관이 추천하는 검사 2명(연임심사에서는 제외), 대한변호사협회장이 추천하는 변호사 2명을 포함해 총 11명으로 구성된다. 법관 연임심사에는 검사 2명이 빠지지만 9명 가운데 6명이 법원 외부 인사다.

연임 불가 사유는 세 가지로 못 박고 있다. ▶신체 또는 정신상 장해로 인해 판사로서 정상적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 ▶근무성적이 현저히 불량해 판사로서 정상적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경우 ▶판사로서의 품위를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 등이다.

새 법에서는 연임심사의 근거가 되는 ‘근무성적 평정’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이른바 ‘튀는 판결’과 ‘정치편향 판결’ 논란 이후 사법부 개혁에 나선 결과다. 옛 법에서 ‘대법원장은 판사에 대한 근무성적을 평정하여 그 결과를 인사관리에 반영시킬 수 있다’고 돼 있던 조항이 새 법에서는 ‘대법원장은 판사에 대한 근무성적과 자질을 평정하기 위해 공정한 평정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구체화됐다. 근무성적 평정은 각 법원장이 맡는다. 평정은 사건 처리율과 처리기간 상소율, 파기율 및 파기사유 등을, 자질평정은 성실성·청렴성·친절성을 포함하도록 했다. 또 평정에 관한 사항은 대법원 규칙(판사근무성적평정규칙)으로 정해 2013년 1월부터 시행하도록 돼 있다. 모호하게 돼 있던 근무성적 평정 기준이 정량평가(근무성적)와 정성평가(자질)로 세분화됐고, 구체적인 기준도 제시된 것이다.

국회의 사법개혁 요구에 대법원은 화답했다. 자체적으로 마련한 사법개혁안을 통해 대법원은 “‘판사근무성적평정규칙’ 개정을 통해 연임심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법원 안팎에서는 대법관 증원, 양형기준법 제정 등 정치권에서 가해오는 껄끄러운 개혁안을 무산시킨 것만으로도 성공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대법원은 어차피 인사제도를 뜯어고칠 필요가 있었다. 법조일원화에 따라 경력법관들을 대거 임용하도록 했고, 법관인사 이원화, 평생법관제 등 사법부 인사제도 전체를 손봐야 했기 때문이다.

강화되는 법관근무성적평정
88년 법관 연임제도 도입 이후 24년 동안 연임에서 탈락한 법관은 이번에 서 판사를 포함해 5명에 불과하다. 공개적으로 알려진 것이 그렇다. 신평(56·13기) 경북대 로스쿨 교수는 93년 사법부를 비판하는 글을 언론에 기고한 뒤 연임심사에서 탈락했다. 97년 연임을 거부당한 방희선(57·16기) 동국대 교수 역시 “사법부의 관행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다 탈락했다”는 게 본인 주장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서 판사 외에 다른 한 명의 판사가 더 연임심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4년 동안 연임심사에서 탈락한 법관이 극소수에 불과한 것은 사실 착시현상이다. 연임 부적격 통보를 받은 법관들은 대개 이름이 알려지는 것을 꺼려 소명절차를 밟지 않고 사직서를 냈다. 이들은 연임 탈락자에 포함되지 않는다.

조용히 법복을 벗은 법관 가운데 상당수는 개인적으로나 공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경우라고 한다. 그러나 법관연임심사나 인사위원회 활동이 모두 비공개로 돼 있고, 근무평정 결과를 대상자에게조차 제한적으로 공개하는 탓에 법관 근무평정과 연임심사에 의혹의 눈길이 쏠린 것도 사실이다. ‘조직의 논리’를 거스르는 법관들을 대법원이 쫓아낸 것 아니냐는 주장이 그래서 나온다.

서기호 판사의 주장에 따르면 그가 인사위로부터 통보받은 부적합 사유는 ‘근무성적 불량’이다. 서 판사는 지난 6일 자신이 인사위에서 받은 10년간의 근무성적 평정을 공개했다. 이 글에 따르면 서 판사는 하 5회, 중 2회(2005년 이후 3단계 평가), B 1회, C 2회(2005년 이전 5단계 평가)를 받았다. 그는 “(내 근무성적이) 연임 대상자 가운데 하위 2% 미만이라는 데 수긍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8일에는 최근 2년 동안 사건 처리율과 종국률 등을 공개하면서 ‘근무성적이 불량하다’는 인사위의 평가를 반박했다. 같은 기간 전국 법원 판사들의 평균을 웃도는 수치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법관근무성적평정규칙’을 개정할 예정이다. 법관 근무평정의 세부 기준을 담게 될 ‘법관근무성적평정규칙’은 이르면 올해 말 평정부터 반영될 예정이다. 근무평정제도에 대한 원칙을 명문화하고 기준을 마련함으로써 앞으로 법관 연임심사를 둘러싼 불복이나 논란을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의미다.
대법원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사법연수원 수료자들을 법관으로 임용했지만 법조일원화에 따라 법조경력자를 법관으로 임용하게 되면 법관의 근무성적과 자질 평가를 더욱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평가기준 마련 과정에서 더욱 심도 높은 연구가 이뤄지겠지만 법관이 공개적으로 과도하게 정치적 견해를 표명하거나 법관으로서 품위에 맞지 않는 언행이나 행동을 하는 것 역시 기준에 따라 평가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연임심사제도 문제는 없나
영·미법 계열 국가들의 법관은 사실상 종신제인 경우가 많다. 사회적으로 존경받고 신뢰할 만한 사람이라는 사회적 합의도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연임심사와 또 다른 방식으로 법관들이 감시받는다. 상당수 판사가 선출직이기 때문에 시민단체와 유권자들의 엄격한 검증을 받게 된다. 일부 재임용 대상인 법관들 역시 업무적으로나, 사생활에 있어 높은 도덕적 기준을 요구받는다. 2005년 한국인 세탁소 주인을 상대로 ‘600억원 바지 손배 소송’을 내 논란이 됐던 로이 피어슨 워싱턴 행정법원 판사는 2007년 시(市) 재임용심사위원회에서 탈락했다.

우리나라의 법관 연임심사는 아직 법원 내부 구성원들로부터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지는 못하다. 일선 법관들은 “법관의 근무성적을 단순히 수치화시킬 수 있는 것이냐”, “연임심사 강화가 조직에 순응하지 않는 법관을 쫓아내기 위한 구실로 악용되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6일 법원 내부통신망 ‘코트넷’에 ‘법관인사위 개최를 앞두고’라는 글을 올린 북부지법 변민선(47·28기) 판사는 “외부 인사가 8명 참여하는 법관인사위는 사법부의 독립성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고 위헌의 소지까지 있다”고 주장했다. 헌법상 법관 개개인은 독립된 재판부로 신분을 보장받는데 외부인이 참여하는 인사위에 의해 연임이나 임용 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헌법 정신과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대법원이 근무평정자료를 철저히 비공개로 하고 있는 것도 객관성과 공정성 논란을 빚고 있다. 대법원은 2004년 평정 대상자가 공개를 신청할 경우 본인의 평정결과 요지를 공개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했다가 2005년 삭제했다. 법관들의 사기 저하를 막고 평정을 둘러싼 잡음을 없애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자의적이거나 주관적인 평정이 될 것이라는 반론은 여전하다.

2002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로 재직 중 “법관근무평정과 이에 기초한 재임용제도는 헌법에 위반된다”며 헌법소원을 냈던 문흥수(55·11기) 변호사는 “객관적인 기준과 이의제기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에는 법관직무법이 있어 상세한 기준이 마련돼 있고 평정에 이의가 있는 법관은 법관직무법원에 제소해 소송을 통해 해결할 수 있게 돼 있다”며 “추상적이고 주관적인 평가는 법관의 독립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해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 헌법 정신에도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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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