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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는 나의 흠

기형도는 ‘질투는 나의 힘’이라는 시를 썼다. 그 시의 한 구절은 이렇다.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아내가 치과에 다니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언젠가부터 저녁 식사 때 아내가 잇몸이 안 좋다느니, 이가 시리다느니 하는 말을 들은 것 같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이렇게 말했다. “치과에 가보지 그래.”

아내는 치과에 다니기 시작했고, 표정이 밝아지고 자주 웃었던 것 같다. 시리다는 이와 안 좋다는 잇몸을 활짝 드러내며. 그러나 그것을 그때는 몰랐다. 그 정도로 내가 주의력이 있는 사람은 결코 아니다. 시간이 한참 흐르고 지금에 와서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아내는 치과에 다니고부터 활기에 넘쳤던 것이 분명하다. 아내의 상태를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 나오는 대사로 표현하면 “살아 있네”일 것이다.

그 말은 위화의 소설 ‘인생’의 원제인 ‘훠줘(活着)’를 연상시킨다. 맥락 없는 이야기다. 어쨌든 이왕 꺼낸 말이니 억지로 연결해 보자면 인생이란 곧 살아 있는 것이고, 살아 있는 것처럼 살아 있는 것은 결국 어떤 활기와 집착이 아닐까? 아내는 활기에 넘치고 남편은 아내에 집착하고 어쩌면 인생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아름다운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사랑에 빠지는 사람이 아름답다. 아름다운 사람이 사랑을 받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받는 사람이 아름다워진다. 어느 날부터 아내는 아름다워지기 시작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무렵이 아내가 치과에 다니기 시작한 때 같다.

아내는 자주 치과의사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랬던 것 같다. 나는 맞장구를 치거나 적절한 대꾸를 했을 테지만 그것은 아르바이트 방청객처럼 건성으로 하는 리액션에 불과하다. 그러니 기억나는 것이 하나도 없다. 그렇게 끝까지 아무것도 몰랐으면 좋았을 것을. 모르는 것이 약이고 아는 것이 병인데. 그 몹쓸 병에는 백약이 무효인데. 어느 날 아름다운 아내는 활기에 넘쳐 그만 내게 이렇게 말했다. “그 치과의사 내가 정말 좋은가 봐. 친구 하자네.”

일본말로 질투를 ‘야키모치’라고 하는데 ‘구운 떡’과 발음이 같다. 아르바이트 방청객 남편은 불에 구운, 뜨거운 떡을 삼킨다. 남편은 생각한다. 이상한 의사네. 환자와 무슨 친구를 한다는 거야. 아내의 이나 잇몸 어딘가에서 내가 모르는 아내의 매력을 그 의사 녀석은 발견하기라도 한 것일까? 남편은 당장이라도 아내의 입을 벌리고 입안을 들여다 보고 싶지만 겨우 참는다. “그 의사 변태 아냐?”라고 소리치고 싶지만 가까스로 남편은 참는다.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아내에게 말한다.

“그 의사 어떤 사람인데?” “좋은 사람 같아.” “그걸 어떻게 알아?” “왜 느낌이 좋은 사람 있잖아. 나랑 말도 잘 통하고.” “그래? 정말 친구 할 것 같은 눈치네.” “나야 좋지. 친구 하자는데. 왜 당신은 싫어?”쿨해지자. 꼴사나운 남편은 되지 말자. 나는 차가운 물을 마시지만 구운 떡은 쉽게 식지 않는다.
“내가 좋고 싫고 할 게 뭐 있어. 내가 친구 할 것도 아닌데.” “당신도 친구 해. 내가 소개해 줄게.” “됐네. 난 남자는 관심 없어.” “그 의사 여자야. 당신 내가 말할 때 뭐 들었어?”
질투는 나의 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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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