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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입으면 잘 만든다?

이달 초 서울 신세계 본점 명품관에 문을 연 올슨 자매의 브랜드 ‘더 로우’ 매장.
연매출이 10억 달러에 육박하는 브랜드를 일군 제시카 심슨부터 비욘세 놀스(House of Dereon), 제니퍼 로페스(J.Lo), 시에나 밀러(twenty8twelve) 등 패션사업에 뛰어든 스타는 여럿이다. 스타성 덕분에 조금 수월하겠지만 다 성공하지는 않는다. 제시카 심슨도 신발은 잘나가지만 의류는 부진하고, 제니퍼 로페스는 아예 브랜드를 접었다. 린지 로언은 2009년 에마뉘엘 웅가로의 ‘예술 자문(artistic adviser)’으로 영입됐다가 멀쩡한 브랜드 이미지만 깎아먹고 재앙이 됐다. 잘되는 경우도 스스로 걸어다니는 광고가 돼 스타성을 팔아 매출을 올리는 게 다반사다.

패셔니스타가 디자이너로

그럼 이들이 진정한 디자이너가 될 수는 없을까. 요즘 시대 디자이너에게 스케치나 가위질 실력 이상으로 필요한 건 안목과 앞서 가는 취향이다. 티에리 뮈글러 같은 파리의 패션하우스도 전통교육을 받은 디자이너가 아니라 레이디 가가의 스타일리스트인 니콜라 포미체티를 수석 디자이너로 영입했다. 그렇다면 누구보다 뛰어난 감각을 자랑했던 패션 아이콘이 디자이너로 인정받기에도 모자람은 없다는 얘기다. 마침 셀레브리티 중에서도 눈에 띄는 스타일로 주목받은 올슨 자매를 디자이너로 공인시킨 ‘더 로우(The Row)’가 국내에 단독매장을 열었다.

2‘더 로우’의 2012 리조트 컬렉션.3 애슐리(왼쪽)와 메리 케이트 올슨 자매.4 가수이면서 배우인 그웬 스테파니는 2004년 자신의 브랜드 ‘L.A.M.B’를 론칭해 스포티하고 섹시한 룩을 선보이고 있다.
“궁극적인 목표는 에르메스 같은 브랜드”
애슐리 올슨과 메리 케이트 올슨 자매가 2007년 론칭한 ‘더 로우’는 최고급 럭셔리 브랜드다. 옷이든, 액세서리든 주렁주렁 겹치는 레이어드와 믹스매치로 경쾌한 어린 패셔니스타 이미지를 가진 것과는 상반되는 선택이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샤넬을 줄여 입고, 10대 때 스케치를 해서 옷을 만들어 입었으니 취향과 감각이 성장하는 건 자연스럽다. 20대 들어선 아예 디자이너 잭 포즌 아래에서 인턴으로 일을 하기도 했다.그 덕인지 고급스럽고 심플한 의상은 상당히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갈수록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자국 디자이너의 의상을 주로 입는 미셸 오바마가 ‘더 로우’의 스커트를 입고 TV쇼에 출연하기도 했다.

영국 런던 하비니콜스 백화점에 문을 연빅토리아 베컴의 ‘빅토리아’ 매장.
지난해 발표한 핸드백 컬렉션은 특히 화제가 됐다. 입이 떡 벌어지는 가격 때문이었다. 컬렉션에서 최고가 제품은 3만9000달러인 엘리게이터 가죽 백팩. “에르메스 크로커다일 버킨백도 4만 달러 정도에 산다” “빅토리아 베컴의 제일 비싼 핸드백도 2만9000달러다”는 등의 반응이 대다수였지만, 올슨 자매에 따르면 이 백팩은 완판됐다. 심지어 자매들은 “최고급 브랜드만이 경제위기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보였다.

6 지난해 11월 열린 ‘2011 브리티시 패션 어워드’에 참석한 빅토리아 베컴.직접 디자인한 드레스를 입었다.7 빅토리아 베컴의 2012 봄·여름 컬렉션 의상.검은 부츠는 크리스찬 루부탱과 제작했다.8 지난해 가을 파리 패션위크 무대에 오른카니예 웨스트.9 카니예 웨스트의 2012 봄·여름 컬렉션.
이들은 이름을 팔기보다는 디자인으로 평가받고 싶다고 했다. “올슨 자매의 브랜드라는 걸 사람들이 모르게 ‘얼굴마담(front man)’을 고용할 생각도 했었다”고 말했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가장 잘 아는 영리한 자매는 2009년 미국패션디자인협회 'CFDA'의 정식 회원이 됐다. “궁극적으로는 에르메스 같은 브랜드가 되고 싶다”는 게 목표다. ‘더 로우’는 최근 프라다와 불가리의 미국지사 CEO 출신 인사를 영입했다. 훨씬 공격적으로 브랜드 확장을 하겠다는 뜻이다. 이달 초 신세계 본점에 문을 연 첫 국내 매장은 1년간 한시적인 팝업 스토어 형식으로 운영된다. 편집매장인 분더숍에서 판매되다가 독립했다. “올슨 스타일을 추종하는 팬들도 있지만 편안하고 럭셔리한 디자인에 대한 매니어층이 이미 형성돼 있다. VIP 고객들의 관심이 뜨겁고 웨이팅 리스트도 있을 정도다”는 것이 ‘더 로우’ 측의 설명이다. 화제가 됐던 핸드백 컬렉션의 경우 이탈리아에서 제작한 일반 소가죽 제품이 600만원대에 수입됐다.

“빅토리아 베컴을 과소평가하지 마라”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의 아내인 빅토리아 베컴도 두각을 나타내는 ‘셀레브리티 디자이너’다. 2004년 프리미엄 진 브랜드 ‘록 앤 리퍼블릭(Rock & Republic)’에서 자신이 디자인한 청바지를 선보인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패션업계의 캐시 카우인 선글라스와 향수를 론칭해 다른 셀레브리티와 다를 바 없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2008년 가을 뉴욕 패션위크에서 첫 번째 드레스 컬렉션을 선보이면서 본격적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평소 자신이 옷 입는 스타일대로 실루엣을 강조하는 드레스는 데뷔 무대부터 “깜짝 놀랄 만한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매시즌 호평이 이어지자 항간엔 빅토리아 베컴의 ‘절친’인 디자이너 롤랑 무레, 아니면 마크 제이콥스가 뒤에 있다는 루머가 돌기도 했다. “사람들의 편견을 잘 알고 있지만 결국은 옷이 말해줄 것”이라는 빅토리아 베컴의 말대로, 몇 번의 컬렉션을 치른 후엔 천하의 안나 윈투어로부터 “빅토리아 베컴을 과소평가하지 마라”라는 평가를 얻기도 했다. 귀네스 팰트로, 카메론 디아즈, 드루 베리모어, 블레이크 라이블리 등 여배우들도 그의 드레스를 입고 레드 카펫에 등장해 지난해 6000만 파운드의 매출을 올리는 데 일조했다.

지난해 11월 빅토리아 베컴은 ‘2011 브리티시 패션 어워드’에서 ‘올해의 디자이너 브랜드’ 상까지 받았다. ‘올해의 디자이너’로 함께 상을 받은 이는 로열 웨딩에서 케이트 미들턴의 웨딩드레스를 디자인한 알렉산더 매퀸의 수석 디자이너 사라 버튼이었다. 이날 직접 디자인한 검은 드레스를 입은 빅토리아 베컴은 평소 이미지와 전혀 어울리지 않게 펑펑 눈물을 흘렸다. 드디어 ‘디자이너’로 공식적인 환영을 받게 된 것이다. 지난달엔 런던의 하비니콜스 백화점에 새로운 브랜드의 매장을 열었다. 우아하고 여성미 넘치는 드레스가 주를 이루는 메인 라인보다 젊고 대중적인 ‘빅토리아’다. 런던에서 가장 스타일리시한 백화점이라는 하비니콜스가 대대적인 쇼윈도 홍보를 하면서 단독으로 입점시켰다. 발랄한 프린트와 생기 넘치는 컬러의 원피스들은 벌써 웨이팅리스트가 생겼을 만큼 인기다.

절반의 성공, 카니예 웨스트
앞선 경우와 달리 최근 디자이너로 데뷔한 힙합 음악의 대부 카니예 웨스트는 순탄치 않다. 그는 창문에 블라인드를 내린 것 같은 셔터 셰이드(shutter shade) 선글라스를 직접 제작해 세계적으로 유행시키는 등 패션으로도 대중을 열광시키는 가수다. 특히 열혈 신발 매니어라서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신발을 디자인하기도 했다. 나이키에서 자신의 애칭을 붙여 디자인한 에어이지(Air Yeezy)는 현재 두 배가 넘는 프리미엄이 붙은 희귀 아이템이다. 루이뷔통에서도 카니예 웨스트 스니커즈를 선보였다.

이럴 때마다 대학에서 미술을 공부했던 전력을 발휘해 능숙하게 스케치하는 모습이 공개됐고 그의 디자인 재능에 대한 기대감은 더 커지곤 했다. 지난해 초엔 영국 최고의 패션스쿨인 센트럴 세인트 마틴에 그가 지원했다는 소문과 함께 본격적으로 디자이너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돌기도 했다.
입학설은 사실이 아니었지만, 아니나 다를까 지난해 가을 자신의 브랜드 ‘DW’를 화려하게 데뷔시켰다. 무대는 뉴욕이 아니었다. “패션의 중심이기 때문에” 파리를 선택했다고 했다. 영국 패션계의 구루(guru)라는 세인트 마틴의 루이즈 윌슨 교수, 루이뷔통 남성복의 수석 디자이너인 킴 존스 등 쟁쟁한 이들에게 적잖은 조언도 받았다. 미국 보그의 안나 윈투어, IHT의 수지 멘케스, 워싱턴 포스트의 로빈 기번 등 내로라하는 패션 에디터들이 참석해 주목한 무대였다. 하지만 봄·여름 컬렉션에 과도하게 모피를 사용했다거나, 여성복을 만들기엔 여성의 몸을 너무 모른다거나 하는 혹평이 상당수였다. 안나 윈투어는 아예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라”라며 언급 자체를 꺼렸다.

지금 그는 두 번째 컬렉션을 준비하고 있다. 런던으로 이사까지 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과연 그도 올슨 자매나 빅토리아 베컴처럼 ‘잘 입으면 잘 만든다’는 사례를 보여줄지, 인정받는 디자이너가 될지는 다음달 초 열릴 패션위크에서 판가름날 터다.


포함의 아픔을 아직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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