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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만 잘 나오면 된다? 문제 유출 논란에도 꽉 차는 ‘족집게’ 토익학원

10일 서울 강남 해커스어학원의 토익 강의. 오전 7시 수업임에도 빈자리를 찾기 힘들었다.
지난 6일 첨단장비를 동원해 조직적으로 토익 문제를 유출한 혐의(저작권법 위반 및 업무방해)로 대표 등 6명이 기소된 해커스 어학원.

 10일 찾은 서울 강남 해커스 어학원의 수강신청 현장은 검찰 발표에도 불구하고 2월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들이 새벽부터 줄을 이었다. 강남지점의 경우 전체 250여 개 강좌 중 80%가 마감되었고 오전 10시 등 주요 시간대는 이미 등록이 끝났다.

 학생들이 불법 문제 유출 혐의를 받는 해커스로 몰리는 배경에는 토익이 우리 사회의 ‘스펙’이 되어버린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학생들에게는 과정상 불법보다 토익 고득점이라는 결과가 중요한 것이다. 수강생 김지희(28·여)씨는 “영어 성적이 취업·졸업의 필수관문인 상황에서 점수를 제일 잘 높여주는 곳으로 사람들이 몰리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토익 응시생 211만 명 가운데 20대 응시자는 10명 중 8명이었고 졸업과 취업을 위한 응시가 58.4%를 차지했다.

 ‘논란이 된 학원에 다니는 것이 꺼림칙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수강생들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었다. 경기도 남양주에서 강남까지 1시간30분 거리를 통학한다는 김도윤(27)씨는 “해커스의 방식이 위법해도 사전 유출과 시험 후 공개는 다르다고 본다”며 “수능 이후 기출문제를 제공하고 해설하는데 토익도 그러면 안 되느냐”고 반문했다. 용상은(24·여)씨도 “문제와 점수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ETS(미국 토익 주관기관)가 문제”라며 “근본적으로 우리나라의 교육·사회·취업 체계 속에서 점수 열풍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학원가에 공공연히 기출문제가 유통되면서도 그동안 문제가 되지 않았던 건 ETS와 어학원 그리고 수강생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ETS는 토익 열풍 속에서 응시료로 거액을 벌 수 있었고 어학원은 ETS의 문제 비공개 정책 덕에 ‘기출문제를 복원했다’며 고가의 수강료 장사를 해왔다. 학생들도 족집게 문제를 통해 단시간에 어학 점수를 얻을 수 있어 불법을 묵인했다. 한 어학원 관계자는 “이번 문제 유출도 해커스 어학원의 독주에 불만을 품은 경쟁업체의 제보가 없었으면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실력이 아닌 점수가 중요해져 버린 모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원엽·손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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