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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중국 ‘일국양제’ 2000년 전 한무제가 디자인

한무제(漢武帝) 평전
양성민(楊生民) 지음
심규호 옮김, 민음사
836쪽, 3만5000원


얼마 전 국내 출간된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의 『중국 이야기』에서 지적한 것은 절반만 맞다. 키신저는 BC 3세기 첫 통일 이후 청나라까지 중국은 ‘놀랍도록 지속적인 동아시아의 중심이자, 황제는 세계정치의 최정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현대의 마오쩌둥(毛澤東)도 실질적 황제다. 그래서 ‘붉은 황제’ 아니던가.

 진시황 이후 등장했던 중국황제는 총495명인데, 이 책은 한나라 7대 황제 무제(武帝)를 ‘2000년 중국문명의 설계자’로 평가한다. 그래서 진황한무(秦皇漢武)라고 표현한다.

첫 테이프를 끊은 건 진시황이나, 통일중국의 총 디자이너는 한무제란 뜻이다. 사실 진나라는 건국 15년(BC221∼206) 만에 사라졌지만, 한무제는 본인 재위 기간만 54년이다.

중국 시안(西安·서안)의 마오링(茂陵·무릉) 박물관에 소장된 한무제 초상화. 『한무제 평전』 저자는 한나라 7대 황제였던 무제(武帝)를 ‘2000년 중국문명의 설계자’로 평가한다. [민음사 제공]
 예수 탄생 훨씬 전에 16세로 등극해 70세까지(BC 156~87) 절대권력을 누렸는데, ‘백왕(百王)의 으뜸’(3세기 문장가 조식의 말)이란 전통적 평가에 저자도 공감한다. ‘역대 황제 베스트10’에 단골인 그를 이 책은 공칠과삼(功七過三)으로 분석한다. 7할은 옳고, 3할은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한무제에겐 빛과 그림자가 함께 있다. 집권 직후 정복전쟁에 몰두했다. 변경을 위협하던 흉노세력을 약화시킨 뒤 남월(南越) 등 이민족을 평정했다. 결정적으로 실크로드를 개척했다. 중앙아시아로 통하는 문명교류의 첫 고속도로를 만든 게 그의 공로다. 이때 통치의 기틀을 확립했지만, 문제가 생겼다.

 팽창정책만 43년, 이 와중에 백성의 삶이 흔들렸다. 민생이 피폐해졌다는 보고를 받은 한무제는 한 순간 마음을 바꿨다. 토지개혁 등 먹고 사는 문제에 몰입해 막판 역전에 성공했다. 후반기에 통치 스타일을 바꾸는 결심이 놀랍다. 하지만 그는 진시황과는 마인드부터 달랐다는 게 이 책의 분석이다.

  한무제는 유교를 통치 이념으로 삼았다. 이후 유교가 국가 이데올로기로 자리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눈에 띄는 건 일국양제(一國兩制)란 표현(801쪽)이다. 한 국가에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공존시킨다는 현대중국 정책의 뿌리가 2000년 전 한무제란 뜻일까? 맞다.

 오랑캐 정벌 뒤엔 그 지역 종교·문화를 존중했던 게 그였다. 『제국의 미래』의 저자 에이미 추아 미 예일대 교수의 지적대로 관용이야말로 좋은 황제의 조건인지도 모른다.

그런 그가 누렸던 권력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실마리의 하나가 거느린 궁녀들. 정확히 7000~8000명인데, 전례 없던 숫자(745쪽)란다. 궁녀 등급을 14등급으로 나눠 관리했을 정도다.

 그런 정보를 담은 『한무제 평전』도 아쉬움이 없지 않다. 무엇보다 한무제 캐릭터가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가 뛰어난 인사관리를 했고, 총명한 두뇌와 진취적 개혁정신을 가졌다는 두루뭉술한 미사여구가 잦다.

 앞으로 중국 책 쓰나미가 올 텐데, 중국역사책도 아직은 서구와 일본이 한 수 위다. 『칸의 제국』을 쓴 조너선 스펜스의 탁월함, 『옹정제』의 미야자키 이치사다의 정교함엔 아직 못 미치는 듯하다. 한사군을 설치한 그를 중국의 시각으로 쓴 점도 경계해야 하지만, 중국의 과거와 오늘을 연결 지으며 읽어볼 만한 책인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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