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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회는 금융질서 무너뜨리려는가

입법 기관인 국회가 법치를 내팽개치고 원칙과 상식에 어긋나는 일을 했다. 엊그제 ‘부실저축은행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통과시킨 국회 정무위가 그렇다. 우리에겐 금융사가 파산해도 5000만원 이하의 예금은 보호해준다는 예금자 보호법이 있다. 이 법에 따라 5000만원 이상의 예금은 보호해주지 않는다. 보호 대상이 아닌 후순위채권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이는 예금이 아니라 고(高)위험-고수익 채권이다. 그런데도 정무위는 5000만원이 넘는 예금과 후순위채 투자액을 무려 55% 이상 보상해주겠다는 법을 통과시켰다.

 이것만 해도 기가 찰 노릇인데, 소급 입법까지 했다. 2008년 9월 이후 영업 정지된 저축은행의 예금과 후순위채를 보상해주겠다는 것이다. 소급입법은 법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건 국회의원들이 더 잘 알 것이다. 물론 정무위는 고액 예금자와 후순위채 투자자가 피해를 본 데는 저축은행 경영진과 금융감독당국의 책임이 있다고 설명한다. 경영진은 온갖 불법과 비리로 예금을 빼돌렸고, 정부는 제대로 감독을 못했다는 것이다. 틀린 지적은 아니다. 하지만 이것이 금융시장의 기본질서까지 무너뜨리는 소급입법의 명분이 될 순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피해자를 구제하는 절차와 규정이 이미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대주주와 경영진의 재산은 환수하면 된다. 후순위채가 불완전 판매됐다면 분쟁조정절차로 해결하면 된다.

 국회 정무위가 이처럼 정해진 절차가 아닌, 소급입법이라는 초법적 절차를 밟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고 본다. 코앞에 닥친 선거를 의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문제는 이로 인해 생겨날 막대한 후유증과 부작용이다. 고액 예금과 후순위채를 보상해주려면 1000억원이 넘는 돈이 필요하다고 한다. 국회는 이 돈을 예금보험공사의 특별계정 출연금에서 마련할 작정이다. 하지만 이 돈은 저축은행 고객들의 것이 아니다. 은행과 보험회사 고객들의 예금 중 일부를 떼내 적립한 돈이다. 더구나 자신들의 예금을 보장받기 위해 낸 돈이지, 저축은행 피해자를 구제하려고 내놓은 돈도 아니다. 이 돈이 고갈되면 정부의 공적자금이 투입된다. 국민의 혈세가 투입된다는 의미다. 결국 저축은행 피해자를 구제하려고 국민과 일반 예금자들이 피해를 보는 형국이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앞으로 금융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정부더러 보상하라는 목소리가 한층 심해질 것이다. 누구는 보상해줘 놓고 우리는 왜 안 해주느냐는 형평의 논리 앞에 당해낼 재간이 없을 것이다. 떼를 쓰면 도와주겠지라는 도덕적 해이도 만연할 것이다. 예금자 보호제도의 근간도 무너질 것이다. 예금 보호한도 5000만원이 유명무실해진다. 지금이라도 정무위가 본회의 상정을 철회하는 게 답이다. 정무위가 못하겠다면 여야 정당 대표가 나서라. 그리고 책임지고 본회의에서 부결시켜라. 그게 책임 있는 공당이 할 일이다. 하늘이 두 쪽 나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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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