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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렛대학에 무료 진료소 차린 최호성 한의사

장애인들의 건강권을 지키는 한의사가 천안 지역 사회를 훈훈하게 만들고 있다. 각종 장애로 병원 찾기가 쉽지 않은 이들을 위해 조건 없이 대학 안에 무료 진료소를 차렸다. 해를 넘겨가며 계속되는 그의 정성 어린 진료에 장애인들은 마음의 문을 열었고, 걱정과 낯설음으로 의료활동을 시작한 그도 이들을 통해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깨달았다.



표정·말투·생활 습관까지 살펴 환자별 맞춤 진료



환자와 의료진들의 불편한 시선, 다른 환자들에게 피해를 끼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평소 아파도 병원을 찾지 못했던 장애인들이 최호성 원장을 만나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조영회 기자]
9일 오후 나사렛대학교 본관 한쪽에 마련된 한방진료실. 장애를 가진 학생과 직원들이 진료실 밖에서 순서를 기다리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서로 다른 장애를 가졌지만 자신의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는 모습은 하나 같이 기대감에 부푼 어린아이처럼 해맑았다.



 최호성 원장(약선 한의원)이 오랜 시간 밖에서 기다린 이재무(28·지적장애 3급)씨를 불렀다. 이씨는 며칠 전부터 머리와 목, 어깨에 통증을 느껴 이곳을 찾았다. “재무야 오늘 기분은 좀 어떠니. 혹시 아프지도 않은데 내가 보고 싶어 찾아 온 거 아냐. 선생님은 보면 다 안다.” 최 원장의 푸근하면서도 재치있는 말 솜씨에 이씨가 ‘헤헤’하며 넉살 웃음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다소 어눌한 대화지만 오랜 친구를 만난 듯 그의 얼굴에는 반가움의 미소가 가득했다.



최 원장은 이씨의 목과 어깨에 침과 뜸을 이용해 본격적인 치료에 들어갔다. 치료 후 이씨는 몸과 마음이 편안해졌는지 그동안 지내온 이야기를 최 원장 앞에 풀어놨다. 최 원장은 진료실 밖 대기자들을 잠시 뒤로 한 채 이야기를 끝까지 들은 후 다음 진료일정을 잡았다.



 최 원장은 공포감에 사로잡힌 이씨를 변화시키게 만든 사람이다. 무료 진료소가 문을 열기 전에만 해도 이씨는 아파도 의사를 찾아간 적이 없다. 고통이 사라지거나 진정될 때까지 참고 살아 왔다. 자신의 증세를 표현하기 힘들다는 점이 병원을 꺼리게 만든 원인이지만 정작 다른 이유가 있었다. 다름 아닌 특정 공포장애 때문이다. 주사공포증이 심해 피부를 자극하는 침, 주사, 바늘은 그 자체만으로 이씨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다. 주사를 맞으려다 극도로 긴장한 나머지 정신을 잃고 쓰러진 적도 있다.



 하지만 최 원장을 만난 후로 이씨는 달라졌다. 마음 편히 침을 맞고 거리낌 없이 자신의 아픈 곳을 이야기하며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게 된 것이다. 태권도 학과에 다니는 단짝 친구 박태준(20)·정수완(20)씨도 최 원장의 단골 환자(?)다. 전공 특성상 과격한 운동을 하면서 근육이 뭉치거나 몸에 통증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늘 최 원장을 찾는다. 이들에게 최 원장은 증상 원인과 치료법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 지켜야 할 생활요령을 꼼꼼히 일러주는 주치의나 다름 없다.



매월 두 차례 진료 위해 초소형 검사기기 마련



매월 첫째, 셋째 주 목요일이면 최 원장과 직원들은 오전부터 분주해 진다. 나사렛 진료소에 가기 위해 필요한 물품을 챙기고 정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진료가 시작되면 장애학생들은 예진실에서 자율신경검사와 심장혈관검사를 받는다. 최 원장은 진료장비 부피를 줄이기 위해 고민 끝에 기존 검사기기를 초소형으로 바꿨다. 이를 위해 한의원에서 사용하는 의료검사장비 2대를 팔았다.



 검사기기를 통해 기본 검사를 마친 학생들은 최 원장과의 일대일 상담을 통해 불편한 증상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원인분석과 함께 그에 맞는 치료를 받게 된다. 최 원장은 환자별로 뽑은 데이터를 토대로 표정·안색·말투·자세·증상·생활습관까지 모든 결과를 종합해 치료에 임한다.



 진료가 2주 마다 진행되기 때문에 연속적인 치료가 어려운 점이 단점이다. 이를 위해 최 원장은 환자별 증상에 따라 맞춤식 치료를 진행한다. 찜질팩을 이용한 온찜질, 돌 뜸, 적외선 조사기, 부항, 침 치료 등이 이뤄진다.



공중보건의 시절 맺은 아산과의 인연 이어가



최호성 원장은 2006년 아산 지역에서 공중보건의사로 활동했다. 2년 동안 보건지소에서 근무하며 맺은 지역과의 인연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2008년 아산에서 시작해 2010년 천안에서 한의원을 개원한 이후에도 지역 복지원과 장애인단체에서 꾸준한 의료활동을 펼쳐왔다. 2009년 동국대 한의학과 동문들이 만든 한방의료활동 모임 ‘들풀’에도 참여해 매주 일요일이면 서울 혜화동에서 이주 노동자와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의료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가 쉼 없이 의료활동을 하게 된 이유는 존재감을 찾기 위해서다. 생활 형편이 어렵거나 몸이 불편한 사회적 약자들과의 나눔과 공유를 통해서 진정한 행복을 찾았기 때문이다.



 들을 수도, 볼 수도, 말할 수도, 움직일 수도, 표현할 수도 없는 그들을 대상으로 한 진료와 치료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장애인 인권과 건강권에서 소외된 이들을 위해 활동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얻는다고 했다.



 최 원장은 “장애인 중에는 삶의 모든 것을 잃어본 사람이 많아 극한 상황에서의 어려움을 겪은 그들에게 듣는 인생이야기는 물질 만능주의와 권위주의 세상에서 내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든다”며 “건강에 대한 당연한 진리를 외면한 채 살아가고 있는 비장애인들도 이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의사와 같은 의료인들이 필요한 건 더 나은 의료시설과 좋은 상권이 아니라 올바른 의료로 향하는 장기적인 안목과 꾸준한 봉사라고 생각한다”며 “진정성 있는 의료활동은 지역 사회를 보다 건강하게 만들고 건강한 의료인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강태우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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