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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반한 한국 (45) 호주출신 호텔 총지배인 사이먼 벨의 스키장 사랑

올해 설 연휴도 가족과 함께 곤지암 스키장에 다녀왔다. 아들들도 아빠를 닮아 눈만 보면 들떠서 어쩔 줄을 모른다.


열대지역 근무 후 한국 발령 “반갑다 스키야”

꽁꽁 언 몸 녹여주는 된장찌개 최고 … 스키장 가면 꼭 먹어요



나는 스물두 살 때 호주에서 처음 스키를 배웠다. 그런데 이 얘기를 하면 많은 한국 사람이 놀란다. “호주에도 눈이 내리느냐”고 묻는 것이다. 물론 호주에도 매년 눈이 온다.



 한국과 반대로 남반구에 위치한 호주의 겨울은 6~7월 시작된다. 나는 호주 남동쪽 스노이(Snowy) 산맥에서 처음 스키를 탔는데, 기초를 엉성하게 쌓은 탓에 오랫동안 초보 신세를 면치 못했다. 그러다 8년 전 우연히 스노보드를 배우게 됐다. 캐나다 휘슬러 스키장의 전문 강사는 내 안에 숨어 있던 스노보더의 본능을 일깨워 주었다.



 하지만 열대기후인 카리브해 연안 호텔로 발령이 나면서 내 스노보더 인생은 위기를 맞았다. 2년간 스키장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못했다. 2009년 한국 호텔로 옮기게 됐을 때 내가 얼마나 기뻐했는지 상상도 못할 것이다.



 한국에 부임한 첫해 우리 가족은 강원도 평창 용평스키장으로 크리스마스 휴가를 떠났다. 자동차가 도심을 벗어나자마자 드넓은 논밭이 펼쳐졌다. 이윽고 웅장한 산과 계곡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얗게 눈 쌓인 정경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용평스키장은 자연 한복판에 묻혀 있었다. 숲 사이를 구불구불 지나는 중상급 슬로프는 감동 그 자체였다. 보드라운 자연설 위를 신나게 타고 내려오면 올림픽 선수라도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영하 10도의 찬 공기가 되레 상쾌했다. 빌딩과 자동차로 붐비는 서울이 불과 두세 시간 거리에 있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오래돼 노후한 숙박시설과 얼음 알갱이가 많은 인공설의 질이 아쉽기는 했다. 하지만 우리 가족에게 용평스키장은 해외 유명 스키장 못지않은 만족감을 주었다.



 이후 나는 1년에 열두 번 이상 스키장에 갔다. 서울에서 가까운 곤지암 리조트도 자주 찾았다. 곤지암 리조트는 규모는 작아도 스노 튜브(Snow Tube)가 있어 아이들이 정말 좋아했다. 스노 튜브는 푹신한 튜브를 타고 눈비탈을 내려오기 때문에 그냥 썰매를 타는 것보다 안전했다. 아이들이 하루 종일 지칠 줄 모르고 스노 튜브를 타는 통에, 아내와 나도 덩달아 스노 튜브 매니어가 됐다.



돼지고기 건져 먹는 재미 … 김치찌개도 단골 메뉴



한국 스키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또 한 가지는 음식이다. 나는 청국장·삼겹살 등 한국 음식을 즐겨 먹는다. 특히 찌개를 좋아하는데 그 계기가 스키장 때문이었다.



 유난히 추운 어느 날이었다. 슬로프를 내려올 때마다 얼음장 같은 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스노보드를 탄 지 얼마 되지 않아 말도 제대로 못할 만큼 입이 꽁꽁 얼어붙었다. 몸도 녹일 겸 따뜻한 음료를 마시기로 했다. 푸드코트에 들어가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데, 주변 테이블의 손님 90% 이상이 뚝배기 그릇에 담긴 국물을 떠먹고 있었다. 호기심 반, 배고픔 반의 심정에서 종업원에게 가장 인기 있는 메뉴를 달라고 했더니 된장찌개를 추천해 줬다.



 얼마 지나지 않아 뚝배기 안에 보글보글 끓는 걸쭉한 국물이 담겨 나왔다. 한 숟갈 떠먹으니 청양고추와 고춧가루가 살짝 씹히면서 얼얼하고도 구수한 맛이 느껴졌다. 온몸으로 뜨거운 기운이 퍼져나갔다. 네댓 숟갈 만에 언제 추웠느냐는 듯이 이마에 땀방울이 맺혔다.



 내친김에 김치찌개도 시켰다. 김치를 그냥 먹을 때와는 달리 매콤하고도 달달했다. 돼지고기를 건져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뜨거운 국물을 호호 불어가며 순식간에 뚝배기를 비웠다.



 이후 찌개는 우리 가족의 스키장 단골 메뉴가 됐다. 뜨끈한 뚝배기를 감싸 쥐고 국물을 들이켜면 얼었던 몸이 사르르 녹으며 힘이 솟았다. 추울 때 먹는 찌개 맛 때문인지 요즘은 아이들이 먼저 스키장에 가자고 조른다.



 겨울이 절정인 요즘 많은 사람이 봄을 손꼽아 기다린다. 하지만 나는 스키 시즌이 끝나가는 게 그저 아쉽기만 하다. 봄이 부디 조금만 천천히 와주기를 간절히 바랄 따름이다.



 정리=나원정 기자

중앙일보·한국방문의해위원회 공동 기획





사이먼 벨(Simon Bell)



1973년 호주 브리즈번 출생. 대학에서 호텔경영을 전공하고 1992년부터 현재까지 메리어트 호텔체인에 몸담고 있다. 2009년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서울 타임스퀘어의 총지배인으로 부임하면서 한국과 첫 인연을 맺었다. 청국장이나 김치찌개를 집에서 손수 끓여먹을 정도로 한국 음식과 전통문화에 관심을 갖고 있다. 현재 르네상스 서울 호텔의 총지배인으로 근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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