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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민정당 출신 박희태 … 구시대 정치의 퇴장

박희태 국회의장 사퇴 박희태 국회의장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국회의장 공관에서 나와 승용차로 걸어가고 있다. 국회 정론관에서 한종태 국회 대변인이 대독으로 “국회의장직을 그만두고자 한다”며 박 의장의 의장직 사퇴를 알린 직후였다. [연합뉴스]

9일 박희태 국회의장(74·6선)의 퇴장은 전당대회에서 돈봉투를 뿌리던 구시대 정치의 ‘폐막’을 알리고 있다. ‘관행’으로까지 받아들여지던 일들이 이제는 삼권분립의 한 축인 ‘국회의 수장’마저 자리에서 내려오게 할 정도로 ‘세상’이 바뀌었다.

 박 의장은 9일 오전 8시쯤 한종태 국회 대변인 등 측근들을 서울 한남동 공관으로 불러 “사퇴 발표를 하겠다”고 밝혔다. 고명진 전 비서가 검찰에 돈봉투와 관련된 윗선의 지시를 사실대로 털어놨다고 밝히면서(본지 2월 9일자 1면) 검찰 소환이 임박해지자 “나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버틸 여지가 없어진 것이다.

 한종태 대변인이 대신 읽은 사퇴 발표문은 짧았다. ‘제가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겠다’는 취지의 수식어 하나 없는 135자짜리였다. 민주자유당 시절 최장수 대변인을 지낸 뒤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식의 재치 있는 언변은 찾아볼 수 없는 발표문이었다. 박 의장은 측근이 “잘못된 (돈봉투) 관행이 사라지고 정치발전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구절을 발표문에 넣자고 건의하자 “구차스럽다”며 거부했다고 한다.

 박 의장은 부산고검장으로 있던 1988년 13대 총선에서 민주정의당 총재이던 노태우 대통령에게 발탁돼 국회에 들어왔다. 당시 기업인 영입케이스였던 이상득 의원과 함께 국회에 남은 ‘마지막 민정계 의원’인 셈이다.

 박 의장은 이명박 정부 들어 부침을 겪었다. 대선 유공자이면서도 2008년 18대 총선 때 ‘영남 물갈이론’에 의해 공천에서 탈락했다. 하지만 바로 재기에 성공했다. 문제의 ‘돈봉투 전당대회’를 통해서다. ‘원외 당대표’로 부활한 뒤는 승승장구했다.

 2009년 10월 28일 경남 양산 재·보궐선거로 국회에 복귀했고, 2010년 6월 8일 18대 국회 후반기 의장에 선출됐다. 하지만 끝내 ‘돈봉투 의장’이란 멍에를 안고 612일 만에 국회의장 자리에서 낙마했다.

 임기를 못 마치고 중도 사퇴한 국회의장으로는 다섯 번째다. 해방 이후 1948년 초대 국회의장으로 선출됐다가 대통령이 된 이승만, 1960년 4·19혁명 때 사망한 이기붕, 1979년 10·26 사태 때 물러난 백두진, 1993년 재산공개 때 물러난 박준규 전 의장 등이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개인적으론 김영삼 정부 출범 때인 1993년 2월 법무부장관에 임명됐다가 딸의 특례 입학 논란으로 열흘 만에 장관 자리에서 중도 하차한 데 이어 두 번째 불명예다. 국회 관계자는 “박 의장은 딸 문제로 열흘 만에 장관 자리에서 낙마한 걸 평생 불명예로 여기던 터여서 사퇴를 미뤄오다 실기(失期)를 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비대위회의 직후 사퇴 소식에 대해 “늦은 감이 있지만 (박 의장이) 고뇌에 찬 결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은 표적을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옮겼다. 김 수석은 2008년 전당대회 당시 박 의장 캠프의 종합상황실장을 맡았다. 한명숙 대표는 “김 정무수석이 고승덕 의원과 일면식도 없다고 했는데 어떻게 보면 범법자고 공직을 하기에 부적격자”라며 “이런 분들이 권력의 핵심인 청와대에 있다고 하면 국민이 청와대를 믿겠느냐”고 말했다.

 5월 말까지 임기 3개월이 남은 박 의장 후임으론 일단 정의화 국회부의장(새누리당)이 의장직무대행을 맡았다. 국회법상 박 의장의 사퇴서가 정식으로 처리되면 지체 없이 의장을 선출해야 한다. 새누리당 홍사덕(6선) 의원이나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이해봉(4선) 의원, 최다선(7선)인 자유선진당 조순형 의원 등이 후임으로 거론된다.

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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