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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라이 오른팔, 몽골족 왕리쥔 미스터리

지난달 7일 충칭시 정치협상회의(정협)에 참석한 보시라이 충칭시 당서기(왼쪽)와 왕리쥔 부시장(오른쪽). 왕 부시장의 망명 시도는 올가을 정치국 상무위원 진입이 유력한 보 서기의 정치생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충칭 로이터=뉴시스]


중국 충칭(重慶)시에서 범죄와의 전쟁을 주도한 왕리쥔(王立軍·53) 부시장의 미국 망명 시도 정황이 드러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충칭 포청천’ ‘부패척결의 선봉장’으로 잘 알려진 왕 부시장은 차기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후보의 한 명인 보시라이(薄熙來·63) 충칭시 당서기의 오른팔이다. 그의 망명 시도는 이달 초 겸직하던 공안국장에서 물러난 직후 이뤄져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중국 조폭 소탕의 영웅 몸에 칼자국 20여 곳
미국으로 망명 시도 … 충칭시에 무슨 일이



 미 국무부 빅토리아 뉼런드 대변인은 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왕 부시장이 7일 밤 쓰촨(四川)성 청두(成都) 주재 미 총영사관을 방문한 사실을 확인했다. 뉼런드 대변인은 “이번 방문은 부시장 자격으로 사전에 약속됐던 것”이라며 “왕 부시장이 미국 관리와 면회를 마친 뒤 자신의 의지로 총영사관을 나갔다”고 밝혔다. 그러나 방문 목적에 대해선 “노 코멘트”라고만 했다.



 홍콩 언론들은 9일 “중국 인터넷에 왕 부시장이 1급 기밀문서를 들고 청두의 미국 영사관에 망명을 시도했지만 미국 측이 이를 거부했다는 소문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3시간 넘게 영사관에 머물렀던 왕 부시장은 충칭이 아닌 중앙으로 가겠다고 버텼고, 국가안전부 요원이 베이징으로 후송했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올가을 10년 만의 권력교체를 앞둔 중국 정가에 격랑이 일 것임을 예고한다. 9명의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당선될 것이 유력시되던 보시라이 당서기를 둘러싼 환경에 큰 변화가 일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흔히 정적(政敵)을 제거할 때 그 측근부터 조인다. 1995년 장쩌민(江澤民)이 라이벌 천시퉁(陳希同)을 공격할 때 부시장 왕바오썬(王寶森)의 비리부터 파헤쳤다. 결국 왕바오썬은 권총으로 자살했다. 2006년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이 상하이방(上海幇)을 치기 위해 천량위(陳良宇) 상하이 당서기를 조사하기에 앞서 잡아들인 인물도 천의 비서 출신인 친위(秦裕)였다. 이번에도 패턴이 비슷하다. 왕리쥔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건 곧 보시라이를 겨냥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시라이는 2007년 충칭시 당서기가 됐다. 상무부장을 하던 그가 충칭으로 간 것에 대해 ‘좌천’이란 해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보시라이는 재기를 노렸다. 두 가지 키워드를 내세웠다. ‘부패척결(打黑)과 정신문명 건설(唱紅)’이 그것이다. 보시라이는 부패 척결을 위해 랴오닝(遼寧)성의 조폭 퇴치 영웅인 왕리쥔을 충칭으로 불렀다. 몽골족인 왕은 몸에 스무 곳 이상이나 칼자국이 있을 정도로 조폭과의 전쟁에 탁월한 업적을 남긴 인물이다. 왕은 충칭시 공안국장이 된 뒤 2009년 6월부터 본격적인 ‘조폭과의 전쟁’에 나서 반년 만에 무려 300여 개 조폭 조직을 적발하고, 3000여 명의 조폭을 검거했다. 이 같은 충칭시의 ‘깨끗한 사회’ 만들기는 ‘충칭 모델’로 불리며 많은 칭찬을 받았다. 급기야 차기 총서기 후보 시진핑(習近平)이 충칭을 방문해 격려했다.



 보시라이는 이때부터 정치국 상무위원 진입이 유력한 인사로 떠올랐다. 그러나 마음이 편치 않은 쪽이 있었다. 후진타오 주석을 앞세운 공산주의청년단(共靑團) 파벌이다. 보시라이가 업적을 쌓기 위해 희생양으로 삼은 게 전임자인 왕양(汪洋) 광둥(廣東)성 당서기 측 인사였기 때문이다. 왕양은 후진타오가 아끼는 공청단 파벌의 대표적 인물이다. 보시라이의 지지를 업은 왕리쥔은 바로 왕양의 측근으로 통하던 충칭시 전 사법국장 원창(文强)을 조폭 비호 혐의로 붙잡아 사형에 처했다.



 잘나가던 왕리쥔에게 문제가 생긴 건 지난 2일. 공안국장 자리에서 물러나면서다. 처음엔 요직에 등용되는 줄 알았으나 나중에 보니 교육, 스포츠 담당 부시장 역할만 맡게 됐다. 특히 왕의 뒤를 이어 공안국장이 된 이는 공청단 파벌의 선두주자로 차기 총리가 유력시되는 리커창(李克强)의 비서 출신인 관하이샹(關海祥)이었다. 자신이 숙청한 세력의 인물이 자신의 후임으로 온 것이다. 왕은 쫓는 자에서 쫓기는 신세로 변했다. 결국 그가 미국 영사관을 찾아가게 됐다는 것이다.



 왕이 쫓기고 있다는 이유와 관련해 현재 두 가지 해석이 나온다. 하나는 공청단 파벌의 추격이다. 이 경우 왕에 문제가 생기면 그 화(禍)가 보시라이에게 미칠 가능성이 크다. 두 번째 해석은 보시라이가 자신에게 미칠 화를 차단하기 위해 중앙정부와 협력해 미리 왕리쥔을 내쳤다는 것이다. 전형적 토사구팽(兎死狗烹·사냥하러 가서 토끼를 잡으면, 쓸모없는 사냥개는 삶아 먹는다) 케이스다.



 실제 왕리쥔이 보시라이를 “최대 간신”이라며 공격한 서신이 9일 공개됐다. 이날 반체제 사이트인 보쉰닷컴( boxun.com)은 지난 3일 작성된 왕 부시장의 서신을 보도했다. ‘전 세계에 보내는 공개 서신’이라는 제목의 글은 “나는 보 서기가 공산당 내에서 최대 군자인 양 행세하는 것을 더는 보고 싶지 않다. 이런 간신이 권력을 잡는다면 이는 중국의 미래에 최대 불행이자 민족의 재난”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 서기가 ‘공산당을 찬양하고 범죄를 소탕한 것’은 정치국 상무위원이 되려고 벌인 술수에 불과하며, 보시라이가 벌인 한 편의 ‘문화대혁명’이었다”고 비난했다.



 미국은 냉정하게 대처하고 있는 모양새다. 중국 내정에 끼어들 필요가 없다고 보았을 것이다. 경제회복 등 중국과 협력해야 할 사항이 많고 특히 14일 시진핑의 방미를 앞두고 ‘뜨거운 감자’를 받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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