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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女관광객 "한국서 검은 승합차탔다가…최악"

지난 7일 서울 용산구 남산N타워 케이블카 매표소 앞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불법 콜밴을 타고 있다. 콜밴 차량에는 ‘일본어를 할 수 있습니다(日本語ができます)’라는 글귀가 쓰여 있다. [류정화 기자]

일본인 관광객 구마가이 마오코(47·여)는 지난달 29일 밤 서울 동대문 일대에서 쇼핑을 즐겼다. 자정이 다 돼서 숙소인 중구 충무로 PJ호텔로 이동하려던 그에게 검은색 승합차 한 대가 다가왔다. 운전기사는 창문을 열고 “이랏샤이마세(어서오세요)”를 외쳤다. 차문에는 ‘콜밴 TAXI’ ‘일본어를 할 수 있습니다(日本語ができます)’라는 글씨가 쓰여 있었다. 구마가이를 태운 승합차는 호텔 앞에 섰다. 움직인 거리가 약 2㎞에 불과했으나 기사는 “요금이 33만원 나왔다”고 말했다. 항공사에서 일해 한국에 자주 들른다는 구마가이는 “2만~3만원도 나오지 않을 거리에 무슨 말이냐”며 따졌다. 하지만 기사는 “돈을 내지 않으면 나갈 수 없다”며 문을 걸어 잠갔다. 무턱대고 33만원을 요구한 것이다. 구마가이는 3일 이 차량을 서울 중부경찰서에 신고했다. 그는 “기사 한 명 때문에 한국의 이미지가 나빠져서야 되겠느냐”고 했다.

 최근 동대문과 명동, 남산타워 일대에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한 ‘불법 콜밴’ 영업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6일 밤 기자는 동대문 일대를 둘러봤다. 콜밴 3~4대가 쇼핑몰 두산타워 주위를 빙빙 돌면서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외국인 관광객이 보이면 콜밴 기사들은 창밖으로 “도꼬 호텔(호텔이 어디죠라는 뜻)”이라고 외쳤다. 일본인으로 가장해 콜밴에 탑승했다. “명동까지 얼마냐”고 묻자 기사는 미터기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는 ‘기본 1㎞ 4500원, 60m당 900원씩 추가’라고 쓰인 요금표를 보여줬다. 미터기를 눈여겨보자 기사는 어설픈 일본어로 “동대문은 이빠이 다카이고, 남대문은 야쓰이(동대문은 매우 비싸고 남대문이 싸다는 뜻)”라며 주의를 분산시켰다. 이날 동대문에서 명동까지 2.71㎞를 이동하는 데 요금 3만1600원이 나왔다. 택시기사 정모(55)씨는 “콜밴 기사들은 하루에 많게는 150만원 이상 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일본 관광객들은 귀국 후 콜밴의 불법 영업 행태를 인터넷에 알리고 있다. 일본의 여행 전문 인터넷 사이트에는 ‘한국에서 외부를 검게 칠하고 택시 흉내를 내는 승합차를 주의해야 한다’ ‘즐거웠던 한국 여행이 콜밴 때문에 최악이 됐다’는 글이 꾸준히 올라온다.

 전문가들은 화물 운송차 요금이 제대로 규정돼 있지 않은 데다 처벌 규정도 빈약해 외국인 피해가 커진다고 주장한다. 전국용달연합회 박정호 차장은 “화물 종류나 특성에 따라 요금을 따지기가 복잡하고 짐을 올리고 내리는 데 시간이 걸려 현재는 기사와 승객이 알아서 요금을 정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요금 기준이 없다 보니 외국인 에게 바가지 요금을 씌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게다가 승차 정원을 초과한 콜밴을 단속하면 운행정지 30일에 벌금 30만원밖에 나오지 않는다.

 경기대 신치현(도로교통공학) 교수는 “미국 뉴욕의 JFK 공항에서 택시를 타면 엠파이어 빌딩까지 요금이 얼마나 나오는지를 표기해 둔다”며 “정부에서 명확한 요금 체계와 단속 시스템을 구축해 국가 이미지 추락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류정화 기자

◆불법 콜밴=콜밴은 1인당 20㎏ 이상의 짐을 가진 승객들을 위한 화물차를 뜻한다. 불법 콜밴은 대형 택시로 위장해 외국인 관광객을 태우는 불법 영업을 하는 경우를 말한다. 차량 옆면에 ‘택시’ ‘셔틀’이란 글자를 영어나 일어로 쓰고 지붕에 택시 표시등을 달기도 한다. 차 안에 미터기(요금 표시기)까지 설치된 사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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