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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수퍼리치들 PB도 원스톱 쇼핑 … 강남파이낸스센터가 뜨는 까닭

‘PB(프라이빗 뱅커)를 믿지 않는다. 2008년과 2011년 금융위기로 투자 상품에서 큰 손실을 봤다. 여기 투자하라고 권유한 금융사에 대한 신뢰를 잃었다. 투자가 급격히 보수화했다. 예전에는 PB가 권하면 대부분 그대로 따라 했다. 요즘은 그렇지 않다. 복잡하고 구조화된 상품은 싫어한다. 원하는 상품을 머릿속에 절반쯤 만들어 온다. 이런 투자 대상이 필요하니 맞춤한 것을 만들어 내라고 요구한다.’





고액 자산관리의 ‘메카’로 부상한 서울 역삼동 강남파이낸스센터 빌딩의 PB센터장들이 말하는 ‘요즘 부자들’이다. 금융사를 불신하기 때문에 한 PB에게 마음을 다 주지 않고, 끊임없이 비교하고 경쟁시킨다. 강남 파이낸스센터가 뜬 것도 의심 많아진 부자들 때문이다. 건물 하나에 7개 금융사의 VVIP센터가 몰려 있다. 원스톱 ‘PB쇼핑’을 할 수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강남 3구에 주요 은행의 PB센터가 100여 곳 있다. 서울시에 있는 150여 개 PB센터 중 3분의 2가 이곳에 몰려 있는 셈이다. 과거에는 강남 안에서도 압구정역과 청담동 인근이 고액자산관리 시장의 중심지였다. 압구정 한복판, 씨티은행과 HSBC은행의 PB센터가 상징적인 빌딩이었다. 이제 그 자리를 강남파이낸스센터가 차지했다. 여기 입주한 PB지점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보통 PB센터는 금융자산 10억원 안팎의 자산가가 주 고객이다. 여기서는 30억 이상의 자산가를 집중 공략한다.





 당연히 내부 장식에도 돈을 더 썼다. 개당 500만원 하는 의자, 5억원짜리 그림, 200만원 상당의 와인, 300만원짜리 골프채가 흔하게 전시돼 있다. 고객을 상대하는 PB 인력도 최고 수준이다. 삼성증권 SNI 강남파이낸스센터 유직열 지점장은 “시니어 PB라 부르는, 경력 10년 이상의 부·차장급으로 인력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안에서는 물론, 업계 내에서 우수하다는 사람만 스카우트했다. 삼성증권 한 곳에서 관리하는 고객자산이 2조여원으로, 보통 PB지점보다 큰 것은 물론이다.



 국민은행 강남스타 PB센터 김영규 센터장은 “가구거리나 맛집 골목처럼 한꺼번에 모여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층층마다 금융사가 있으니, 이 빌딩에만 들르면 한번에 일을 처리할 수 있다. 상속을 받아 갑자기 현금이 많아진 한 자산가는, 이 빌딩에 와서 삼성증권과 우리투자증권에 각각 30억원씩 맡기고 가기도 했다. 잠실, 서초, 압구정 등 강남 어디서나 사통팔달인 위치도 이 빌딩에 VVIP 지점이 모이는 데 한몫했다. 임대료를 기준으로 추정할 때 국내에서 가장 비싼 ‘랜드마크 빌딩’이 갖는 이미지도 중요하다.



 자산가가 PB쇼핑을 다니기엔 편하지만, 입주한 금융사는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졌다. 지난해에는 현금 자산가 김모(53)씨를 잡기 위해 10여 개 금융사가 달려들기도 했다. 중견기업 A사의 대주주였던 김씨는 회사 지분을 외국계에 매각, 갑자기 5000억원의 현금을 손에 쥐었다. 기관투자가 자금을 유치하듯 경쟁 프레젠테이션까지 열렸다. 당시 수차례 설명 끝에 김씨를 고객으로 만들었던 국민은행 김 센터장은 “한 사람을 위한 맞춤형 자산관리 계획을 짜기 위해 수명의 PB와 회계사 등 전문가가 작전을 짰다”고 말했다.



 상품도 다르다. 흔한 서비스를 받자고 일부러 찾아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맞춤 양복과 같은 ‘주문제작형’ 상품이 대표적이다. 대부분 사모펀드나 신탁의 형태를 띤다. 펀드가 투자하는 대상은 투자자에 따라, 시기에 따라 매번 달라진다. 목표로 하는 수익은 8% 안팎이다. 높은 수익보다 자산을 지키기를 원하는 것이 부자들의 변치 않는 투자 목표다. 자산이 크면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자문형 랩에서 20% 손실이 났다. 자산가가 아니라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일 수 있다. 하지만 20억원의 20%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요즘 부자들은 의심이 많고 보수적일 뿐 아니라, 또 스마트해졌다. 우리투자증권 프리미어 블루 강남 김종설 센터장은 “PB에게 이런 형태의 상품을 만들어 오라고 고객이 먼저 제안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신한은행 문용주 센터장도 “예전에는 집사 같은, 알아서 챙겨주는 PB를 원했다면 지금은 고객이 주도적으로 전략을 짠다”고 했다. 변주열 미래에셋증권 WM강남파이낸스센터장은 “부자의 최대 강점은 잘 기다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자가 물가연동채권이나 브라질 국채를 좋아하는 이유도 기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물가상승률이나 환율 변동에 따라 위험할 수도 있지만, 10년 만기까지 보유할 수 있으므로 기꺼이 투자한다. 변 센터장은 “만약 도중에 값이 오르면 또 팔면 된다”며 “상황 따라 유연한 전략을 택할 수 있는 여유가 있고 그것이 투자 성공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또 삼성생명 패밀리오피스 성열기 센터장은 “요즘 수퍼리치의 최대 관심은 투자가 아니라 세금”이라고 했다. 지난 연말 이른바 ‘버핏세’가 통과됐고, 부동산 관련 세제도 바뀌었기 때문이다. 자산을 지키는 것이 투자 목적인 부자들은 본래 세금에 민감하다. 그런데 세제가 바뀌었고, 정치적 이슈와 더불어 앞으로도 바뀔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운다. 다주택자 장기보유 공제 도입에 따라 올해 언제쯤, 몇 채의 집을 처분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다.



강나현·정종훈 기자



다주택자 장기보유 특별공제



집 두 채 이상을 오래 보유했다가 팔았을 때 양도소득세를 깎아주는 제도. 1가구 1주택에만 적용되던 장기보유 특별공제가 1가구 2주택 이상 소유자에게도 돌아가는 것이다. 정부는 2007년 집값이 급등하자 2주택자 이상은 공제를 받을 수 없게 했다. 5년 만에 특별공제가 부활한 셈이다. 올 1월 1일 이후 다주택자가 10년 이상 보유주택을 팔 경우 연 3%씩 최대 30%의 양도 차익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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