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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대 재단, 기부금 20여 개 법인 통장으로 쪼개 관리

이용태 재단 이사장
숙명여대를 운영하는 재단인 숙명학원이 ‘기부금 세탁’을 시작한 것은 이경숙 전 총장(1994~2008년) 재임 시절인 1995년이다. 94년 정부가 대학종합평가제를 실시하면서 대학에 대한 재단의 기여도를 대학평가항목으로 구성했기 때문이다. 기부금 세탁은 이용태 재단 이사장이 취임한 98년 이후 계속됐다. 대학 관계자는 “법인전입금 항목으로 재단이 대학에 지원하는 정도를 평가했는데 재단이 돈 줄 능력이 없어 편법을 동원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본지는 기부금액이 140억원으로 가장 많았던 2005년 공식 기부금 계좌 거래내역을 확인해봤다. 그 결과 1년 동안 모금된 기부금 140억1251만원은 22회에 걸쳐 모두 재단 계좌로 이체됐다. 이 돈은 대학에 다시 20여 개의 통장으로 나뉘어 입금됐다. 건축기금이나 장학금 등 사업별로 돈을 보내 정상적인 재단의 대학운영 지원자금(법인전입금)처럼 보이게 한 것이다. 이렇게 15년 동안 재단이 ‘세탁’한 금액은 685억2572만원. 실제로는 돈을 주지 않으면서 기부금을 마치 제 돈처럼 위장해 대학에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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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 사학재단은 대학에 한 해 수십억~수백억원씩 운영자금을 준다. 2010년 재단에서 지원받은 돈이 이화여대 160억원, 경희대 207억원, 중앙대 693억원, 성균관대 806억원 등이다. 반면 전국 150여 개 4년제 사립대 중 재단 지원금이 한 푼도 없는 대학은 숙명여대를 포함해 23곳이다. 대부분 구조조정 대상 대학이거나 부실대학으로 판명된 곳들이다. 하지만 ‘기부금 세탁’을 해온 곳은 숙명학원이 유일했다.

재단은 법정부담금도 14년간 내지 않았다. 대학 측에 따르면 재단은 법정부담금으로 96년 2억원, 97년 2억5000만원을 냈지만 이 이사장 체제인 98년부터 지난해까지는 ‘0’원이었다. 이 돈은 고스란히 학생들의 등록금에서 채워졌다. 지난해 법정부담금은 40억원이었는데 이는 숙명여대가 올해 등록금 2% 인하 비용(22억원)과 비교하면 4%가량을 내릴 수 있는 액수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안민석 민주통합당 의원에 따르면 숙명여대의 등록금 의존율은 52.1%(2000년)에서 65.8%(2010년)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전국 4년제 사립대가 평균 0.7% 높아진 것과 대조된다. 학생 1인당 등록금도 2000년에는 476만원으로 전체 평균(448만원)과 28만원밖에 차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2010년에는 864만원(평균 753만원)으로 2배가량 올라 111만원으로 벌어졌다.

 기부금 세탁은 2008년 9월 취임 후 이 사실을 알게 된 한영실 총장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2009년 10월 중단됐다. 이후 한 총장이 재단의 역할을 요청하자 재단 측은 지난해 6월 총장 이하 교직원들의 ‘복종 의무’와 ‘집단행동 금지 의무’ 등이 담긴 규칙을 제정했다. ‘기부금 세탁’도 재개할 의사를 보였다. 이 이사장은 “총장과 동문이 모금한 기부금을 법인에 주면, 법인은 이를 다시 대학에 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2011년 7월 5일 교직원 대표와의 면담 녹취록)고 말했다. 이 같은 사실은 올해 등록금심의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알려졌고, 총학생회는 법인의 법적 책임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본지는 재단 측에 해명을 요청했지만 이 이사장은 연락이 닿지 않았다. 1906년 고종이 황실학교로 세운 숙명학원은 종교단체나 기업 등이 운영하는 다른 사학재단과 달리 특별한 자산이나 수익구조가 없으며, 재단 이사장이 사실상의 운영권을 갖고 있다.

윤석만 기자

◆법정부담금=사립학교 교직원의 연금과 건강보험료 등의 일정비율을 법인이 부담하도록 사립학교교직원연금법(46조 1항)에 명시된 데 따른 부담금. 하지만 법인이 충당하지 못할 경우 대학이 낼 수 있다는 예외 규정을 두고 있어 일부 사학법인이 이를 악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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