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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스틸러 ② 배우 손병호

손병호는 영화 ‘퍼펙트게임’에서 해태 타이거즈 김응룡 감독 역을 했다. 선글라스를 쓰고 연기하려 했더니 감독이 ‘생명 같은 눈빛을 왜 가리냐’며 반대했다고 한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배우 손병호(50)와 함께한 시간은 한 편의 모노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단 한 명의 관객을 위해서도 혼신의 연기를 쏟아내는 연극배우처럼 그는 답변 하나하나에 정성을 쏟았다. 강렬한 눈빛에선 책사(策士) 한명회(JTBC 드라마 ‘인수대비’)의 계략과 고뇌가 번득였고, 롤렉스 시계와 금목걸이로 치장한 연예기획사 대표(영화 ‘파파’)의 허세도 얼핏 스쳐갔다.

  그의 가장 큰 무기는 눈빛이다. 스스로 ‘쥐눈’이라고 표현하는 그의 눈은 섬뜩하면서도 촉촉하다. 그런 눈 덕분에 그는 누구도 쉽게 흉내낼 수 없는 카리스마와 페이소스(비애)를 내뿜는다. 영화 ‘파이란’(2001)의 비정한 조폭, ‘화려한 휴가’(2007)의 따뜻한 선생님, ‘알포인트’(2004)의 악마가 빙의된 군인, ‘엄마’(2005)의 순박한 아들 등, ‘캐릭터 백화점’을 차려도 될 정도다.

 - 눈빛이 강렬해서 오해도 많이 받았겠다.

 “연극할 때 눈으로 관객을 빨아들이려 하다 보니 눈빛이 더 강렬해졌다. 무대 뒤에서 선배들로부터 ‘눈 풀어라’ ‘눈 내리깔아라’ 말을 많이 들었다. 그 눈이 연기의 가장 큰 자산이 됐다.”

 - 눈빛을 강렬함만으로 설명할 순 없다.

 “연봉 100만원 받던 연극배우 시절의 아픔과 독기가 녹아있을 거다. 그런 배우들이 영화에 나오면 독기로 눈이 빛난다. 송강호, 김윤석, 설경구를 봐라. 내가 가진 건 눈밖에 없다며 독기로 버텼다.”

 - 예능 에서 ‘손병호 게임’으로 뜰 줄 몰랐다.

 “인간 손병호는 재미있는 사람이다. 촬영장에서 하도 주절대서 별명이 ‘손나발’이다. 손병호 게임이 터진 다음에야 사람들이 날 보고 웃기 시작하더라. 악역 이미지를 바꾸려 아무리 발버둥쳐도 안되더니 예능출연 한방으로 해결됐다.”

손병호는 JTBC 드라마 ‘인수대비’에서 인간적 고뇌에 빠지는 새로운 한명회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 악역 배우 이미지가 부담스러웠나.

 “영화 ‘파이란’ 이후 악역을 많이 했다. 이미지가 고정될까 봐 걱정했다. 하지만 악역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자고 결심했다. ‘흡혈형사 나도열’(2006)에서는 한국판 조커 캐릭터를 만들었다. 그랬더니 ‘악의 축’이라 부르더라.”

 - 악역을 어떻게 차별화하나.

 “환경이 인물을 극악하게 만들 뿐이 다. 악역도 아픔과 눈물이 있다. 그런 연민이 깔려있지 않으면 악역이 재미가 없다. ”

 - 가장 그악스러웠던 역할은.

 “‘야수’(2006)의 유강진이다. 국회까지 진출하는 전국구 조폭이다. 숨쉬는 것만으로 ‘포스’가 느껴졌다. 살도 빼고 머리를 올백으로 넘겼더니 전 조폭 보스 조양은을 닮았다고 하더라.”

 - ‘인수대비’에선 지금까지와는 다른 한명회를 보여주고 있다.

 “예전에 정진 선배는 자글자글한 주름에 계략과 암투를 담았지만, 난 눈빛으로 승부를 하고 있다. 결단력도 있지만 ‘꼭 피를 묻혀야 하나’ 고뇌도 한다. 그 고뇌조차 계략으로 느껴지는 게 한명회의 매력이다.”

 - 영화 ‘파파’에선 코믹하게 변신했다.

 “돈 떼먹고 미국으로 도망간 가수 매니저를 잡으러 첫 해외여행을 간 기획사 대표 역할을 했다. 금딱지와 원색 골프복으로 치장하고, 짧은 영어를 자신 있게 구사하는 등 허세를 부린다. 주변에 그런 허세덩어리들 많지 않나.”

◆신 스틸러(Scene Stealer)= 영화·드라마 등에서 훌륭한 연기나 독특한 개성으로 주연 이상으로 주목을 받은 조역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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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