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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시작한 기현이·현철이 … 친구 괴롭히던 손 멈췄습니다

지난해 10월 16일 열린 미들스타리그 결승전에서 논현중과 동산중 선수들이 격돌하고 있다. 논현중이 승부차기에서 3-4로 져 준우승했다. 사진 속 선수들은 학교폭력 가담자와 관련이 없다. [인천 유나이티드 제공]

온통 학교폭력 얘기다. 대통령부터 여야, 검찰, 경찰까지 이번에야말로 학교폭력을 뿌리뽑고야 말겠다는 다짐과 함께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그 대책들이란 게 어제오늘 나왔던 얘기가 아니다. 또한 가해 학생을 피해 학생들로부터 격리하겠다는 발상은 학교폭력의 원인보다는 현상에 집착하는 데서 나온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청소년기는 성장 호르몬이 가장 왕성하게 분비되는 데다 자아 정체성이 확립되지 않은 시기다. 이런 청소년들이 입시와 공부에 짓눌려 있어 일탈의 유혹에 쉽게 넘어간다. 따라서 이들의 왕성한 욕구를 해소해 주고 동료를 배려하는 마음을 심어주는 것이 학교폭력을 막는 가장 빠른 길이고, 이는 스포츠 활동을 통해 형성될 수 있다. 중앙일보는 ‘학교폭력 스포츠가 답이다’라는 주제 아래 지속적으로 기획 기사를 보도하기로 했다. 그 첫 번째가 인천의 미들스타리그다. 인천 지역 남자 중학생들에게 ‘꿈의 리그’로 자리 잡은 미들스타리그는 스포츠로 학교폭력의 고리를 끊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맞춤 사례다.

인천시 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2009년 1013건이던 청소년(초·중·고교) 비행 신고건수는 2010년 1289건으로 증가했다. 이 중 중학교에서 발생한 비행 신고건수는 890건으로 전체의 69.1%를 차지했다. 중학교가 학교폭력의 뇌관이고, 중학생 때가 일탈 위험이 가장 큰 시기임을 보여준다.

 프로축구단 인천 유나이티드는 2004년부터 인천시내 중학교를 대상으로 미들스타리그를 운영하고 있다. 등록 선수가 아닌 일반 학생이 참가하는 이 대회는 인천시내 중학생들 사이에서 ‘인천의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라고 불릴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2011시즌 미들스타리그에는 인천시내 131개 중학교 중 77개교가 참가했다. 이정민 인천 구단 마케팅 팀장은 “인천시내 25개 여중을 빼고 남학생이 있는 중학교 중 73%가 참가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논현중학교는 축구를 통해 학교폭력 가해자를 교화시킨 대표적인 사례다. 다음 주에 논현중을 졸업하는 권기현(16·가명)군은 학교폭력의 피해자이자 가해자였다. 그는 “중학교 1학년 때 상급생들의 폭력 때문에 학교에 가기 싫었다”고 했다. 권군은 2학년이 되자 똑같은 선배로 변했다. 신입생들을 협박해 돈을 뺏고 폭행을 일삼았다. 권군은 “처음에는 형들이 요구한 돈을 구하기 위해 후배들의 돈을 갈취했다. 나중에는 PC방 갈 돈을 마련하기 위해 빼앗게 됐다”고 말했다. 폭력이 대물림된 것이다.

 같은 학교의 강현철(16·가명)군은 친구 한 명을 왕따시키는 데 가담했다. 괴롭힘을 참지 못한 친구가 학교에 신고를 했고 강군은 교내봉사 10일의 징계를 받았다. 그는 “가벼운 장난이라 생각했는데, 상대방이 그렇게 받아들일지 몰랐다”고 했다.

 그러나 두 학생은 지난해 3학년이 되면서 똑같은 목표를 세우며 탈선을 멈췄다. 이들의 목표는 미들스타리그 우승이었다. 두 아이는 논현중을 대표하는 주전 선수로 나섰다. 팬클럽도 생겼다. 문제아에서 학교를 대표하는 스타가 된 것이다.

 축구부를 지도한 노현주 논현중 교사는 “아이들이 축구를 통해 예의와 협동심을 배웠다. 또 확실한 목표가 생기니 나쁜 길로 빠지지 않았다”며 “학교를 사랑하는 마음도 생겨 2012시즌을 준비하는 후배들의 연습 상대로 뛰어주기도 했다. 졸업한 선배들이 후배를 위해 훈련을 함께해주는 것이 학교의 새로운 전통이 됐다”고 말했다. 폭력과 갈취가 대물림되던 학교가 스포츠를 통해 탈바꿈한 것이다.

 김석현 인천 부단장은 “2004년 미들스타리그를 시작한 건 팬 저변 확대 차원이었다. 그런데 체육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미들스타리그가 학생들의 체력단련과 폭력 예방이라는 뜻밖의 효과를 냈다”며 “재정이 열악한 시민구단이 1억원 넘게 드는 대회를 운영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지난해 스폰서가 없어 고생했지만 공익 차원에서 대회를 유지했다”고 했다. 김 부단장은 “인천시내 131개 중학교가 모두 참가할 수 있도록 여자 대회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천=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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