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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청년 정치를 허하라

채인택
논설위원
한국은 모든 게 빠르다. 경제만 압축성장을 한 게 아니다. 사회 변동도 급행, 정치 변화도 초고속이다. 그래서 세대 차도 크다. 조부모는 근대, 부모는 현대, 자식은 포스트모던 시대에 각각 살고 있다는 비유까지 나올 정도다. 선거 때마다 가족끼리 표가 서로 엇갈리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들의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모바일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보편화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기도 쉬우니 표가 뭉치기도 쉽다. 여기에 주목한 정치인들은 모바일 경선 등으로 그 에너지를 정치에 끌어들이고 있다. 올해 총선이나 대선에선 그들의 눈길을 잡으려는 경쟁이 치열할 것이다. 청년 표는 이제 권력을 잡는 열쇠로 떠오르고 있다. 정당들은 앞다퉈 취업·학비·주거 등 젊은 세대의 고민을 듣고 해결해 주겠다고 나설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존 정당체제 아래에서 청년들은 기껏해야 들러리다. 우선 정당 지도부는 한결같이 나이가 많다. 한나라당 대표 최고위원을 지낸 안상수·홍준표 의원은 각각 64세와 57세에 그 자리를 맡았다. 최근 최고위원 6명을 경선으로 뽑은 민주통합당도 한명숙 대표 최고위원이 68세이고 다른 최고위원들도 48~70세다. 국회에는 중·노년의 관료·법조인·전문직업인 출신이 압도적이다. 게다가 어느 정당이든 청년을 위한 자리는 없다. 이래서야 ‘중·노년의, 중·노년에 의한, 청년을 위한 정치’밖에는 되지 않는다. 청년들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말에 진정성을 찾기가 쉽지 않다.



 청년을 뽑아 정치 지도자로 길러내는 시스템이 아직 없으니 현재의 이런 상황이 당연한지도 모른다. 각 정당에서 국민의 목소리에 따르면서 그들을 위해 봉사하는 풀뿌리 정치인을 청년 때부터 길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치·사회적 환경이 조금 다르지만 영국의 청년 정치인 양성 사례는 우리가 적극 벤치마킹할 만하다. 집권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말 그대로 청년 정치인이다. 2010년 총선에서 13년 집권한 노동당을 밀어내고 제1당의 위치를 되찾고 총리에 올랐을 때 그의 나이는 불과 44세였다. 캐머런은 39세에 야당 당수가 되어 4년6개월간 당을 이끌었다. 국민의 눈에 노인 정당으로 비쳤던 보수당은 청년들에게 기회를 주고, 젊은 패기와 열정을 살리는 정치를 한 끝에 국민의 지지를 되찾았다.



 노동당이 1997년 정권을 잡았을 때도 상황이 비슷했다. 마거릿 대처에서 존 메이저 총리로 이어지는 18년 동안 보수당에 정권을 내주고 밀리기만 했던 노동당은 44세의 토니 블레어를 앞세워 정권을 탈환했다. 블레어는 94년 41세의 나이에 당수가 되어 3년간 당을 일신했다. 계급투쟁을 접고 제3의 길을 내세웠으며 정책과 인물 면에서 당을 쇄신해 신(新)노동당을 이뤄냈다. 그 결과 국민의 지지를 회복했다.



 눈여겨볼 점은 두 사람 모두 소속 정당에서 청년기부터 활동하면서 리더십을 키웠다는 사실이다. 캐머런은 대학 졸업 직후인 22세에 입당해 당 조사부 등에서 일하다 35세에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그 뒤 불과 4년 뒤 그림자 내각(야당에서 정권을 잡는 경우를 대비해 만든 예비내각)에서 교육노동 담당을 맡았으며, 정치력과 대중적 친화력을 인정받아 당수가 됐다.



 블레어도 비슷한 청년 정치인의 길을 걸었다. 대학을 마치고 22세에 노동당에 들어온 다음 재수를 거쳐 30세이던 83년 하원의원이 됐다. 35세 때부터 6년간 그림자 내각에서 에너지·고용·내무 담당을 거쳐 41세에 당수를 맡았다. 정책 능력과 정치적 리더십에서 두각을 나타내자 당원들이 지도자로 내세운 것이다. 이런 과정에서 그는 마르크스주의자에서 중도좌파인 제3의 길 신봉자로 변신했다. 청년 정치인이 성장하면서 그 나라 정치도 따라서 진화한 것이다.



 한국에서도 이처럼 풀뿌리 청년 정치인을 미래의 지도자로 키우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조금 급하긴 하지만 이번 총선부터 청년 정치인을 발탁해 한국의 미래를 맡을 지도자로 키워가야 한다. 그래야만 다음 국회부터 정치인과 정치의 수준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다. 정치는 국민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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