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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일의 고금통의 古今通義] 입춘첩

이덕일
역사평론가
입춘 때 대문에 입춘대길(立春大吉), 또는 건양다경(建陽多慶) 같은 글귀를 크게 써서 붙여두는 풍습이 있었다. 입춘첩(立春帖), 줄여서 춘첩(春帖)이라고도 하고 도부(桃符)라고도 한다. 도부는 복숭아나무로 만든 두 개의 판자에 신도(神)와 울루(鬱壘)라는 두 귀신 이름을 써서 문 위에 걸어두면 나쁜 기운이 집안으로 들어오지 못한다는 뜻이라고『설부(說)』 을루(鬱壘) 조는 전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입춘첩과 함께 호랑이와 까치가 함께 있는 민화를 문에 붙이기도 하는데 이것이 입춘방(立春榜)이다. 호랑이는 악귀를 물리치고 까치는 좋은 소식을 전하는 새다.

 조선 초기 문신 서거정(徐居正)의 ‘입춘(立春)’이란 시에 “대궐에서 내린 채번(彩幡)엔 채화가 따라오고 /이웃에서 보낸 춘반(春盤)엔 오신채가 섞여 있네(北闕賜幡隨彩勝/西隣送菜錯盤辛)”라는 구절이 있다. 입춘 때 임금이 백관(百官)에게 금(金)·은(銀)·비단으로 만든 머리꾸리개를 내려주는 것이 채번이다. 입춘날 이것을 달고 입조(入朝)해서 하례(賀禮)를 올리는데 화번(華幡)이라고도 한다.

 오신채는 특이한 향의 다섯 가지 훈채(菜·향내 나는 채소)를 뜻한다. 오신에 대해서는 견해가 일치하지 않지만 민가에서는 파·마늘·부추·여뀌·겨자를 친다. 입춘날 오신을 섞은 채소요리를 이웃에 선물하는 것이 춘반(春盤)이다.

 불가(佛家)나 도가(道家)에서는 오신채를 오훈채(五菜) 또는 훈채(暈彩)라고 해서 금기 음식으로 친다. 음욕(淫慾)과 분노(憤怒)를 일으키기 때문이라는데 불가에서는 마늘·달래·무룻(興渠)·자총(慈蔥·김장파)·부추(?菜) 등을 쳤고, 도가에서는 마늘·부추·운대(蕓)·고수(胡?)·염교() 등을 쳤는데 어떤 훈채는 빠지고 다른 훈채가 들어가는 등 일치하지는 않는다.

 입춘첩은 양쪽 문에 대구(對句)로 써서 붙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수명은 산같이(壽如山), 재물은 바다같이(富如海)’ 같은 글귀나 ‘부모님은 천년 수명(父母千年壽), 자손은 만대번영(子孫萬代榮)’ 같은 글귀는 가정의 복을 비는 것이다. ‘나라는 태평하고 백성은 편안하고(國泰民安), 집집마다 살림이 넉넉하기를(家給人足)’ 같은 춘첩은 나라와 가정의 두루 평안을 비는 대구(對句)다.

 또한 ‘비바람이 순조롭고(雨順風調), 시절이 태평하고 풍년이 들기를(時和歲豊)’ 같은 구절도 있다. 시화세풍(時和歲豊)이 이명박 정권 출범 첫 해의 사자성어로 삼았던 시화연풍(時和年豊)과 같은 뜻이다. 정조 임금은 “입춘첩 새로 써서 풍년을 기원하노라(立春新帖願豊年)”라는 시구를 남겼다. 내일이 입춘인데 사라진 좋은 풍습이 너무 많다.  

이덕일 역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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