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경제 view &] 승진 축하 난 대신 기부서를 보내자

최인아
제일기획 부사장
며칠 동안 추위가 절정에 달했다. 한파가 몰아칠 때면 겨울 나기가 힘든 어려운 이웃들이 저절로 생각나게 마련이다. ‘사랑의 열매’로 유명한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두 달간 나눔 캠페인 모금액이 역대 최고치인 2540억원에 달했다고 한다. 여러 사회 구성원의 나누려는 마음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란다. 경제는 어려울지라도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여유가 커지는 듯해서 무척이나 다행스럽다.



 과거에는 봉사활동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했는데, 최근에는 ‘나눔’이라는 말을 더 많이 쓰는 것 같다. 봉사는 자신을 돌보지 않고 남을 위해 애를 쓴다는 뜻으로 조금은 강요되고 무거운 생각이 든다. 반면 ‘나눔’은 가진 것을 나눈다는 의미여서 쉽게 실천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최근에는 나눔기부 방식이 재능기부의 형태로 바뀌고 있는 듯하다. 개인의 재능을 활용해 사회에 기여하는 새로운 기부 형태다. 개인이 가진 재능을 사회단체나 공공기관 등에 기부해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다. 배우 송중기는 대학 시절 교내 아나운서를 했던 경험을 살려 시각장애인을 위한 목소리 재능기부 의사를 밝혔다. 경기필하모닉은 경기도 내 문화 배려 계층 아이들에게 오케스트라 연주를 가르치는 재능기부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활동을 통해 어린이들은 협동심을 기르면서 정서적으로 매우 큰 안정감을 가진다고 한다.



 멋진 재능을 가진 사람들만 재능기부를 하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 중국 음식점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쪽방촌 주민들이 모여 어려운 이웃에게 짜장면으로 재능기부 활동을 펼쳤던 것이 큰 화제가 됐다.



 이런 재능기부가 효과 만점인 이유는 다른 나눔활동에 비해 ‘애정’이라는 양념이 더 들어가서가 아닐까 싶다. 돈을 기부하는 것도 고귀한 행동이지만, 직접 시간을 내어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방식으로 돕고 나누는 가운데 정성이 더욱 크게 느껴져서이리라.



 사실 재능기부는 최근에 시작된 것이 아니다. 재능기부를 말하면서 프로 보노 퍼블리코(Pro Bono Publico)란 단어를 빼놓을 수 없다. ‘지식이나 기술을 활용해 공익적인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것’을 뜻한다. 미국변호사협회에선 이런 정신에 맞춰 1993년부터 소속 변호사들이 연간 50시간 이상 사회공헌활동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소식이 한국에서도 들렸다. 얼마 전 한국세무사회는 세무사들이 1인당 100시간씩 무료 세무상담을 하기로 결정했다. 전국에 세무사가 1만 명 있다고 하니, 자영업자를 비롯한 많은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사회적으로 이런 분위기가 더욱 확산됐으면 좋겠다.



 최근 기업에선 지속가능 경영,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이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다. 기업의 1차 목표는 수익 창출이다. 하지만 더 이상 돈만 버는 기업은 살아남기 힘들다. 이런 분위기가 많은 기업의 재능기부 활동을 유도하고 있다. KT는 기초 정보기술(IT) 교육, 인터넷 중독 예방교육을 통해 ‘따뜻한 스마트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 밥솥 쿠첸으로 유명한 생활가전 전문기업 리홈은 밥솥을 이용한 요리교실 ‘사랑의 밥상’을 열어 재능기부에 나섰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제일기획도 아이디어로 일하는 회사인 만큼 아이디어를 나누는 방식으로 재능기부를 펼치고 있다. 그중에 꼭 소개하고 싶은 아이디어가 하나 더 있다. 지인이 결혼을 하거나 직장에서 승진을 하는 등 축하할 일이 있으면 우리는 대개 축의금이나 축하 난을 보낸다. 한데 요즘은 난이나 축의금을 사절하는 분들이 늘고 있다. 제일기획은 여기에 아이디어를 냈다. 축의금 대신 그분 명의로 그 액수만큼 복지단체에 기부하게 하는 것이다. 필자도 몇 년 전 승진했을 때 ‘축하합니다’란 카드와 함께 ○○○님이 내 이름으로 기부를 했다는 안내서를 받았다. 기분이 좋은 것은 물론 참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돼 그 이후로는 필자도 다른 분들께 축하를 전할 때 그렇게 하곤 했다. 축하와 동시에 기부도 하고, 복지단체는 성금이 늘고…. 이런 것을 퍼뜨리는 것 역시 우리의 본업인 아이디어로써 이웃에게 도움이 되어 드리는 재능기부가 아닐까 한다.



  흔히들 좋아서 하는 일이 직업이 되면 가장 행복하다고들 하는데 기부활동 또한 그런 것 같다. 조금만 눈을 돌리면 그동안 업무에 쓰던 능력을 세상을 위해 쓸 수 있고, 그러다 보면 나누는 사람이 받는 사람보다 더 기쁜 예기치 못한 체험도 하게 된다. 이웃에게나 자신에게나 재능기부는 큰 선물이다.



최인아 제일기획 부사장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