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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일의 고금통의 古今通義] 극기복례

이덕일
역사평론가
『논어』 ‘안연(顔淵)’ 편은 안회가 인(仁)에 대해 묻자 공자가 “자기를 이기고 예로 돌아가는 것이 인을 하는 것(克己復禮爲仁)”이라고 답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극기복례(克己復禮)라는 사자성어의 유래다. 자기를 이기고 예로 돌아가는 것이 인의 실천이란 뜻이다. 안연이 보다 자세한 가르침을 청하자 공자는 “예가 아니거든 보지도 말고, 듣지도 말고, 말하지도 말고, 움직이지도 말라(非禮勿視, 非禮勿聽, 非禮勿言, 非禮勿動)”는 사물론(四勿論)을 제시한다.

 맹자(孟子)는 ‘공손추 상(公孫丑上)’에서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이 인의 실마리고, 악을 미워하는 마음이 의의 실마리고, 사양하는 마음이 예의 실마리고, 옳고 그름을 가리는 마음이 지혜의 실마리다(惻隱之心,仁之端也. 羞惡之心,義之端也. 辭讓之心,禮之端也. 是非之心,智之端也)”고 말했다. 이것이 인간 성선설의 근거인 사단(四端)이다. 인간의 마음에는 이 네 가지 실마리가 있기 때문에 본래 선하다는 것이다. 그중 예(禮)는 사양하는 마음이다. 사양은 내가 하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을 타인에게 양보하는 마음이다.

 사단(四端)과 대립되는 것이 희(喜)·노(怒)·애(哀)·락(樂:구[懼]라고도 함)·애(愛)·오(惡)·욕(欲)의 칠정(七情)이다. 조선 후기 실학자 안정복(安鼎福)은 ‘상헌수필 상(橡軒隨筆上)’에서 “칠정 글자에는 심(心)자가 많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마음 심자가 많이 들어가는 칠정(七情)대로 행하면 세상은 시끄러워진다. 현재 우리 사회의 시끄러운 여러 문제들은 일언이폐지(一言以蔽之)하면 예(禮)의 총체적 실종에 있다. 연일 터지는 각종 비리 사건에 다이아몬드 게이트까지 가세한 것은 이 정권 사람들에게 국가와 국민에 대한 기본적 예를 찾기 어렵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대기업이 커피·빵집·순대·떡볶이까지 넘보는 것이나 대기업 소유의 기업형 수퍼마켓(SSM)이 구멍가게와 전통시장 영세 상인들의 생계 수단을 잠식하는 행위도 비례(非禮)임은 물론이다.

 조선 후기 수구적 유학자들이 기득권 수호를 위해 예학(禮學)을 악용하면서 잘못 알려져 그렇지 예(禮)는 기본적으로 남과 더불어 살자는 공존의 지혜다. 나도 먹고 싶지만 남에게 양보해야 서로가 평화롭게 살 수 있다는 공존의 철학이다. 모두가 칠정(七情)대로 살면 인간은 짐승이 되고 세상은 지옥이 된다. 이를 방지하자는 것이 예(禮)고 사양지심(辭讓之心)이다. 공자는 “하루라도 자기를 극복하고 예로 돌아가면 천하가 다 인으로 돌아갈 것이다”고 덧붙였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극기복례(克己復禮) 네 자를 책상 앞에 써두어야 할 사람이 너무 많이 보인다.

이덕일 역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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