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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view &] 알렉산더 대왕도 풀기 힘든 양극화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후폭풍 속에서 고통받는 이들이 급증하면서 지구촌에 두 가지 주목할 만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1% 대 99%’란 월가 시위의 표어처럼 소수 특권층 때문에 다수가 불행하다는 정치적 대립구도가 하나요, 자본주의의 새 패러다임을 모색하려는 거대담론이 다른 하나다. 후자로는 따뜻한 자본주의론이 주창되고 있으며, 세계 경제리더들의 모임인 다보스포럼에서도 모두가 불행해지는 디스토피아(Distopia)의 위험이 주요 의제 중 하나로 다뤄졌다.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고 그 해법이 고민스럽기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2만 달러와 무역 1조 달러 시대를 열었고, 국제사회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를 모두 달성한 성공 모델로 칭송받고 있지만, 국민의 45.3%는 자신을 하층민이라 생각하고 있다 한다. 행복지수 또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26위에 불과하다. 실제로 체감 실업률은 11.3%에 달하고, 비정규직은 전체 근로자의 3분의 1을 상회하며 취업자의 31.3%인 자영업자들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단순히 상대적 박탈감의 문제로 간과할 일이 아니다. 국가경제의 성장이 구성원의 삶의 질 향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음을 직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물론 정부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일자리 창출과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비롯한 부문 간 공존발전을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추진 중이다. 그러나 성과가 채 나타나기 전에 성장의 열매를 극소수 계층이 독식한다고 비판하며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마련된 금융, 노동, 자유무역협정(FTA) 관련 정책들을 신자유주의로 낙인찍고 양극화 주범으로 몰아가는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알렉산더 대왕이 고리디우스의 매듭을 단칼에 베어내듯 양극화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실제 다수의견이 반영되는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라며 선거혁명을 통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외치는 이가 적지 않다. 그러나 다수의견이 항상 옳고 민주주의에 부합하는 것은 아니다. 포퓰리즘과 파시즘이 그 방증이다.



 총선과 대선을 맞아 표심을 염두에 둔 정치권의 정책개발 경쟁이 뜨겁다. 복지의 기치 아래 부유세 신설, 재벌 개혁, 비정규직 문제 해결 등의 개혁 어젠다들이 대거 쏟아질 듯한 분위기다. 우리 사회의 양극화 해법이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특히 복지를 획기적으로 늘리고, 재벌을 개혁하는 식의 대책이 문제 해결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좀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리스와 이탈리아의 재정파탄은 복지우선주의 정책의 종착지를 보여주며, 재벌 개혁은 해외 거대기업과 경쟁하는 우리 기업에 족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근로의욕과 기업가정신이 쇠퇴해 성장엔진이 부실해지면 현재의 복지기반마저 무너질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양극화 현상은 사실 정치적 이슈이기 전에 경제와 사회의 문제다. 해결책도 시장경제와 조화를 이루며 사회통합을 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경제 문제에 대해서는 공정성 확보에 주안점을 둬야지 사회적 형평성까지 강요해서는 곤란하다.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들을 살리려고 인위적 규제와 보호장벽을 치는 등 경제정책을 사회보장정책으로 활용하거나, 기업 규모에 따라 투자를 제한하고 기업에 과도한 고용책임을 부과해서는 부작용이 따를 수밖에 없다.



 한때 세계 최고를 자랑하던 유럽 정보통신업계와 일본 가전업계가 대규모 감원을 반복하고 있다. 글로벌 산업생태계에서 애플의 혁신과 삼성의 기술력에 밀린 때문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일자리의 유지·창출이라는 점을 새삼 일깨워준다. 기업의 기운이 약해지면 사회에도 구조조정의 한파가 몰아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무시하지 않았으면 한다.



 수출과 내수, 대기업과 중소기업, 수도권과 지방경제, 그리고 계층 간 불균형 등의 문제가 심화될수록 1%와 99%라는 식의 편 가르기와 재분배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그러나 이는 한쪽 강둑이 높다 하여 낮은 쪽에 맞추는 것과 같다. 기업으로 보면 이익을 나누기만 하고 재투자는 하지 못하게 되는 격이다. 축소균형의 악순환에 빠져 양쪽 모두가 패배하는 하책이다. 모두가 잘사는 확대균형의 길을 가야 한다. 양극화 해법도 성장과 복지, 시장과 국가, 정부 재정의 세입과 세출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며 추진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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