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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살구는 성실하다

살구는 성실하다 - 김영승(1958~ )


인간이 만든 관념과 관념어를

돌려준다 살구는 성실하다

살구에게서 추상하여 표상한 관념은

살구에게

살구에게서는 사악하다거나

야비하다거나 하는

관념은 추상되지 않는다

살구는 성실하다

살구는 성실하고 근면하고

비 온 뒤 적당히 갠 아침

살구나무는 가령

剛毅木訥(강의목눌)이라는 말을

주렁주렁 달고 있었는데

그런 생각조차도 성실한 살구에겐

따면, 아니 털면

한 가마는 나올 듯한

우렁찬 파도소리 같은 살구나무

일단 늘어진 가지에서

네 개를 따 주머니에 넣고

나는 또 하염없이 살구가 없는 길을

돌아서 돌아왔다


강의목눌이란 교언영색(巧言令色)의 반대말이다. 즉 강인하고 용기 있고 꾸밈이 없으며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간다는 뜻이다. 사람이 만든 그 관념의 말을 살구나무가 살구를 맺어 구현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살구빛 오동통한 열매를 매단 살구나무는 배나무나 사과나무보다도 더 성실하고 근면해 보인다. 시인은 살구 네 개를 주머니에 따 넣고, 살구가 없는 길, 어쩌면 교언영색의 길을 하염없이 돌아서 왔다고 하는데, 알아주지 않아도 그렇게 살아왔으면 반인반수(半人半樹)? 반은 사람, 반은 살구나무? <최정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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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