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희귀병 구모 씨 알바를 관뒀다 … 돈 벌면 복지혜택 없어진다는 말에

지난 8일 희귀질환인 모야모야병을 앓고 있는 기초생활수급자 구모 씨가 서울 강서구 집에서 휴대용 가 스레인지로 밥을 짓고 있다. 반찬은 김치와 깻잎이 전부다. 보일러를 틀지 않아 방은 냉골이다. [안성식 기자]

서울 강서구 구모(26·지체장애 3급)씨는 기초수급자 보조금(43만원)으로 산다. 그러나 단칸방 월세(15만원)를 내고 나면 생활비가 늘 부족하다. 전기 요금을 아끼려 촛불을 켜고 난방비가 부담돼 25일같이 추운 날에도 촛불로 견딘다. 한 시간 이내 거리는 걸어 다니고, 전기밥솥이 없어 휴대용 가스레인지로 밥을 한다. 지난 8일 구씨의 냉장고를 열었다. 텅 비었다. 이날 점심 반찬은 김치·깻잎 두 가지뿐이다. 방엔 약통과 약봉지가 가득하다. 뇌 혈관이 좁아지는 희귀질환인 모야모야병을 앓고 있어 여러 차례 수술도 받았다. 지난해 교통사고로 입원 치료 중인 아버지(농업)에게 기댈 처지가 못된다. 어머니는 3년 전에 같은 병으로 사망했다. 정부 지원금과 간간이 하는 아르바이트(알바) 수입으로 살아간다.

 그러던 중 지난달 주민센터에서 “생계 지원금이 삭감될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지난해 편의점 알바로 167만원을 번 게 확인됐다는 것이다. 올 3월 복학하면 등록금·생활비가 더 필요할 것 같아 불편한 몸으로 일한 게 화근이었다. 구씨는 이달 초 보건복지부와 서울시에 탄원서를 냈다. 다행히 이번에 한해 대학생 소득공제 특례가 확대돼 수급자 탈락은 면했다. 하지만 그는 “다음 학기 등록금(135만원)도 마련해야 하는데 괜히 알바를 했다가 손해를 볼까 봐 아무 일도 못하겠다”고 말했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부가 임시·일용 근로소득(2011년 1~6월)이 드러난 기초수급자 10만 명에게 돋보기를 들이대자 전국에서 구씨와 같은 일이 잇따르고 있다. 사업주가 국세청에 신고한 근로자 소득이 파악되면서 수급자의 소득이 낱낱이 드러났다. 기초수급자들이 일을 통해 자립하도록 정부가 유도해야 하는데 현실은 반대로 가고 있다. 일을 포기하면 복지제도가 그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2000년 기초생활보장제가 시행된 이후 취업·창업을 해서 수급자에서 벗어난 비율은 2001년 6.5%에서 2010년 2.5%로 떨어졌다.

 기초수급자 주모(60·여)씨는 지난달 말 퇴직증명서를 들고 주민센터를 찾았다. 그는 정부가 주는 생계비(월 63만원)만으로는 부족해 지지난해부터 요양보호사로 일해 왔다. 그러나 지난달 말 서둘러 일을 그만뒀다. 주민센터가 “지난해 소득 150만원이 확인돼 생계비를 줄이겠다”고 통보해서다. 일을 안 하는 게 ‘합리적 선택’이었다. 주씨는 “다리가 아파도 열심히 일했는데 구태여 일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강서구청 관계자는 “일용직이나 경비일을 하던 이들이 일을 그만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근로 포기가 줄을 잇는 이유는 현행 기초생보제가 통합급여 방식으로 돼 있어 수급자에서 벗어나면 혜택을 받지 못해서다. 연간 9조5500억원의 예산이 147만 수급자에게 집중되고 차상위 계층에 가는 혜택은 상대적으로 적다. 10년간 기초수급자 상태에서 아들·딸을 키운 김귀숙(60·여·서울 강서구)씨는 “생계비가 나오고, 공과금 감면에 애들 학비·의료혜택까지 다 해결되는데 이걸 포기하고 자립하기란 두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최근 딸이 취업해 수급자에서 나왔다.

 생계 보조금 산정 방식도 근로 의욕을 떨어뜨린다. 수급자의 생계비는 기준액(4인 가구 122만원)보다 소득이 적으면 그 차액을 받게 돼 있다. 소득이 60만원이면 62만원을, 일을 더해서 100만원을 벌면 22만원을 보조 받는다. 이러나저러나 손에 쥐는 돈(122만원)은 같다. 순천향대 허선(사회복지학) 교수는 “수급자에서 벗어나면 허허벌판인 현행 제도의 모순을 그대로 두고 소득만 파악하려 해 근로 기피 현상이 나타난다”며 “최저생계비와 부양의무자 기준 등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중앙일보 핫 클릭

PHOTO & VIDEO

shpping&life

뉴스레터 보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 군사안보연구소

군사안보연구소는 중앙일보의 군사안보분야 전문 연구기관입니다.
군사안보연구소는 2016년 10월 1일 중앙일보 홈페이지 조인스(https://news.joins.com)에 문을 연 ‘김민석의 Mr. 밀리터리’(https://news.joins.com/mm)를 운영하며 디지털 환경에 특화된 군사ㆍ안보ㆍ무기에 관한 콘텐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연구소 사람들
김민석 소장 : kimseok@joongang.co.kr (02-751-5511)
국방연구원 전력발전연구부ㆍ군비통제센터를 거쳐 1994년 중앙일보에 입사한 국내 첫 군사전문기자다. 국방부를 출입한 뒤 최장수 국방부 대변인(2010~2016년)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논설위원으로 한반도 군사와 안보문제를 깊게 파헤치는 글을 쓰고 있다.

박용한 연구위원 : park.yonghan@joongang.co.kr (02-751-5516)
‘북한의 급변사태와 안정화 전략’을 주제로 북한학 박사를 받았다. 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ㆍ군사기획연구센터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에서 군사ㆍ안보ㆍ북한을 연구했다. 2016년부터는 중앙일보에서 군사ㆍ안보 분야 취재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