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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 학교폭력 ⑫ 이런 대안 어떻습니까 … 전주 동암고 ‘자치법정’ 실험

17일 동암고에서 열린 자치법정에서 학생들이 공방을 벌이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민형(검사)·권황관(판사)·김형섭(판사)·한석희(판사)·박우진(변호사)군. [전주=프리랜서 오종찬]


17일 오전 전북 전주시 효자동의 동암고등학교 시청각실. 겨울방학 중인데도 2학년생 30여 명이 모인 가운데 ‘학생 자치법정’이 열렸다. 지난해 11월 2학년 교실에서 발생한 학교폭력 사건을 다루기 위해서다.

검사 “욕도 폭력이다”
변호사 “장난한 것뿐”
판사 “봉사활동 1주일”
학생들 스스로 토론하고 벌 주고
2년 후 왕따도 체벌도 사라졌다



 서기 역할을 맡은 학생이 일어나 당시 사건을 설명했다. 내용은 이랬다. 내성적인 A군은 학교에서 거의 말없이 혼자 지냈다. 친구들이 장난을 걸어와도 별로 응하지 않고, 욕설을 던져도 못 들은 체 넘기곤 했다. 하루는 B군 등 같은 반 학생 4명이 A군의 가슴을 툭툭 치면서 놀렸다. A군은 부모에게 이 같은 사실을 털어놨다. 그러자 그의 부모가 담임교사에게 “친구들이 우리 애를 괴롭힌다”며 항의전화를 했다.



 서기의 설명이 끝나자 검사와 변호사 간 열띤 공방이 이어졌다. 검사를 맡은 학생은 “B군 등은 의도적으로 친구를 욕하고 괴롭혔다. 이는 학교폭력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변호사석의 학생은 “A군과 함께 놀고 싶은 순수한 마음에서 장난을 친 것뿐”이라고 변론했다. 피고석엔 B군 등 4명이 앉아 있었다.



 한 시간에 걸친 공방 끝에 배심원과 판사 역의 학생들은 “B군 등은 장난이라고 하지만 A군에게 심적인 피해와 고통을 주었다”며 가해 학생들에게 봉사활동 일주일과 반성문 작성을 선고했다. 자치법정에서의 판결은 그대로 실행하도록 돼 있다.



 동암고가 학생자치법정을 도입한 건 2010년 3월이다. 오현철 지도교사는 “학생들이 자신들의 눈높이에서 문제점을 짚어보고 판단함으로써 잘못된 행동을 스스로 깨닫고 개선하도록 돕자는 취지였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교사들이 자의적 판단과 잣대로 학생들을 처벌하는 관행을 바꿔보려는 것이었다.



 자치법정은 대개 두세 달에 한 번씩 열린다. 휴대전화 소지나 두발 규정 위반 같은 비교적 가벼운 문제를 주로 다룬다. 특별한 사안이 발생하면 그 사이에라도 개정한다. 초창기엔 법무부의 도움을 받았다. 판사·검사·변호사·배심원·서기로 참여하는 학생들은 학기 초 지원을 받아서 선발한다. 법정이 열리면 판사와 검사는 법복까지 갖춰 입는다.



 동암고에선 자치법정이 자리를 잡아가면서 일상화됐던 체벌이 거의 사라졌다. 대신 학생들은 자원봉사나 청소, 반성문 쓰기를 한다. 2년생인 박우진군은 “자치법정을 통해 서로가 불평·불만 없이 결과를 수용하는 긍정적인 처벌이 가능해지고, 공동체 생활을 위한 준법의식도 높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치법정은 아직 구타나 금품갈취 같은 심각한 사안은 다루지 않는다. 대신 교사들로 구성된 선도위원회가 맡는다. 이병태 교장은 “보다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올해부터 자치법정을 학년이 아닌 학급단위로 확대한다”며 “다루는 주제도 학교와 가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포함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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