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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법보다 센 공산당 … 중국 우칸촌의 반전

최형규
정치국제부문 기자
중국 광둥(廣東)성의 작은 마을 우칸(烏坎)촌이 다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4개월간 이곳에서 계속된 주민들의 시위가 지구촌의 관심사로 등장한 지 얼마 안 돼 시위 주동자가 마을의 책임자(당 지부 서기)가 됐기 때문이다 ▶<본지 1월 17일자 16면>. 서방 시각에선 어리둥절하지만 극적 반전의 이면에는 중국 사회의 원점과 모순, 그리고 고뇌가 고스란히 배어 있다.



 사건 개요는 이렇다. 지난해 9월 이 마을 주민 400여 명이 마을 상급 행정기관인 루펑(陸豊)시청을 찾았다. 당국의 일방적 농지수용과 불투명한 마을 재정문제 등에 대한 불만 표시였다. 시 당국이 성의를 보이지 않자 주민 수백 명이 과격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경찰차를 불태우고 시청의 집기들도 닥치는 대로 부쉈다. 과격시위는 성 정부가 나서 해결책을 내놓을 때까지 4개월 동안 계속됐다. 시위 중심엔 마을 지도자 린쭈롄(林祖戀·67)이 있었고 그는 경찰 수배를 받았다. 누가 봐도 당연했다. 그게 법치사회 논리다.



 그런데도 광둥성 공산당 위원회는 린쭈롄에 대한 수배를 해제하고, 그에게 당 지부 서기라는 중책을 맡겼다. 광둥성의 조치에는 무슨 함의가 있는 걸까. 왕양(汪洋) 광둥성 당서기는 16일 “지금 광둥성이 겪고 있는 문제는 경제가 아니고 사회모순”이라고 설명했다. 과격시위 원인이 좀 더 이익을 얻으려는 경제적 논리에 있지 않고 경제발전 과정에서 소외된 농심(農心)에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그래서 그는 분규를 ‘법’이 아닌 ‘소통’으로 풀어야 한다는 ‘광둥모델’을 말한다.



 공산당 1당 체제의 특성도 묻어난다. 중국에서 공산당은 헌법 상위 개념이다. 국가원수인 ‘주석’보다 당 ‘총서기’에 위엄과 무게가 더 실린다. 이 때문에 “당이 결정하면 따른다”는 묵시적 합의가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게 중국 사회다.



 린쭈롄이 법을 위반했지만 당이 결정하면 면책이 된다는 논리다. ‘이이제이(以夷制夷)’의 측면도 있다. 언제라도 또 다른 분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성 정부 판단이다. 내부 불만과 모순을 가장 잘 아는 시위 주동자를 내세워 또 다른 시위를 예방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인사는 중국 실용주의의 또 다른 단면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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