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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타게 찾던 1956년 아시안컵 우승 트로피, 눈앞에 있었네

태릉선수촌 내 한국체육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제1회 아시안컵 우승 트로피. 단체 사진은 당시 선수단이다. 아랫줄 오른쪽 셋째가 단장 겸 감독 이유형, 그 왼쪽이 코치 김성간, 뒷줄 가운데가 골키퍼 함흥철, 그 왼쪽이 최정민이다. [축구자료수집가 이재형씨 제공]


대한축구협회가 애타게 찾고 있던 1956년 제1회 아시안컵 우승 트로피가 발견됐다. 중앙일보 취재 결과 서울 공릉동 태릉선수촌 내 국제스케이트장 2층에 있는 한국체육박물관에 전시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12년째 전시 체육박물관서 발견
축구협, 85년 트로피 기증 깜빡하고
90년대 후반부터 백방으로 찾아
60년 제2회 우승컵도 행방 묘연
한국, 그 후 52년 동안 우승 못해



 지하 수장고 등 별도의 장소에 보관 중일 거라는 예상과 달리 트로피는 박물관의 상설 전시 품목 중 하나였다. ‘경기단체관’ 내 축구 섹션에 자리잡고 있었다. 아시안컵 우승 트로피 바로 옆에는 74년 메르데카컵 우승을 기념하는 노란색 방패가 진열돼 있다.



제1회 아시안컵 우승 트로피를 들고 있는 ‘아시아의 황금 다리’ 최정민 선수.
 엄밀히 말해 56년 당시 우리 선수들이 들어올렸던 그 트로피는 아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아시안컵 초창기엔 우승컵을 가져가지 못하게 했다. 대신 실물보다 작은 사이즈의 순은(銀) 우승컵을 만들어 우승팀 선수들에게 나눠줬다. 한국체육박물관에 전시 중인 트로피는 당시 선수 중 한 명이 받았던 것이다. 박물관 관계자는 “85년에 대한체육회가 ‘뿌리 찾기’ 캠페인을 벌였다. 당시 축구협회로부터 56년 아시안컵 우승 트로피를 기증받았고, 박물관이 문을 연 2000년부터 줄곧 전시했다”고 말했다. 사라진 줄 알았던 한국 축구의 사료(史料)가 공개된 장소에 12년 동안이나 보관돼 있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초대 아시안컵 우승 트로피가 이제껏 주목받지 못했던 건 역사적 가치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증한 축구협회도, 받은 박물관도 ‘오래된 우승컵’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실제로 트로피 진열대에는 아무런 설명도 붙어 있지 않았다. 그뿐 아니라 산화작용 탓에 표면이 검게 변해 새겨진 글씨를 판독하기도 힘들었다. 취재진 또한 박물관에서 처음 봤을 땐 해당 물품이 맞는지 선뜻 판단할 수 없었다. 10여 분간 주의 깊게 살핀 끝에 거의 닳아 없어진 ‘1956’이라는 글자를 간신히 찾아낼 수 있었다. 취재 과정에 동행한 박물관 직원은 “이 트로피가 사진촬영까지 할 정도로 귀한 것이었냐”고 되물었다.



 축구협회는 85년에 자신들이 박물관에 기증한 사실을 전혀 모른 채 90년대 후반부터 트로피의 행방을 쫓기 시작했다. 99년 서울 견지동에서 신문로로 축구회관을 옮기는 과정에서 보유 중인 물품을 모두 꺼내 대대적인 탐색작업을 벌였다. 수중에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에는 원로 축구인들과 접촉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몇 년 전 우리 직원들이 체육 관련 물품이 많다는 한국체육박물관을 방문해 전시물을 둘러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끝내 찾아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절실함이 부족한 그들의 눈에 아시안컵 우승 트로피는 그저 낡은 그릇일 뿐이었다.



 박경호(81) 전 KBS 해설위원은 제1회 아시안컵에서 뛰었던 선수다. 그는 “당시 홍콩에서 열린 대회에 선수 18명이 참가했는데 지금 살아 있는 사람은 몇 안 된다. 홍콩행 비행기 값이 없어 외상으로 KNA(대한항공의 전신) 비행기를 타고 건너갔다”고 기억했다. 그는 “그거(아시안컵 트로피) 축구협회에 보관돼 있던 것 아니었어?”라고 되물었다.



 서울에서 열린 60년 제2회 아시안컵 축구대회 또한 한국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지만, 우승 트로피는 행방이 묘연하다. 그 이후 한국 축구는 아시안컵 우승을 하지 못했다.



 한국 축구사를 빛낸 역사적인 자료들은 대부분 축구 수집가 등 민간인의 노력에 의해 세상에 공개되고 있다. 이탈리아와의 2002 한·일 월드컵 16강전에서 안정환이 터뜨린 골든골 공을 에콰도르에서 찾아온 이재형씨는 “축구는 한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임에도 국내에서 축구 관련 물품의 역사적인 가치를 인정하는 분위기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송지훈·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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