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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의 투자 ABC] 미국 물가 보면, 외국인 매매 시나리오 보인다

주식시장엔 이상하고도 재미있는 현상이 하나 있다. 자기 돈으로 투자하는 사람보다 남의 돈을 받아서 투자하는 사람들의 힘이 더 강하다는 점이다. 남의 돈을 받아서 투자하는 사람들의 대표적인 사례가 국내외 기관투자가들이다. 특히 외국 기관투자가의 힘은 막강하다. 투자의 세계에서는 한국인이 외국인들에게 좋은 기업을 소개하여 한국 주식을 선호하게 만드는 경우보다는 외국인이 주식을 사면 한국인이 외국인 투자자의 입맛에 맞게 분석하는 경우가 많다. 전 세계 증시에서 한국만큼 외국인이 주식을 살 것인지 팔 것인지에 관심 많은 나라도 드물 것이다.



 2012년에도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올해 외국인이 한국주식을 얼마나 사줄까’다. 외국인이 내 친구이거나 친척이라면 모를까 그 규모는 알 수가 없다. 기업의 가치나 경기가 아닌 외국인의 행동을 미리 점쳐야 하는 것이 한국증시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전략 중 하나다.



 2011년 초에 각 증권사에서 외국인 순매수 규모를 10조~20조원으로 예상한 것과는 달리 외국인 투자자는 2011년 한 해 동안 코스피 현물주식을 8조2000억원 순매도했다. 그만큼 충격도 커서 코스피는 한 해 동안 11% 하락했다. 연·기금이 12조8000억원이나 매수했지만 추세를 바꾸기보다는 하락폭을 줄이는 완충제 정도의 역할에 그쳤다. 올해에도 유럽 재정위기, 중국 부동산 규제 지속 등 제반여건을 고려할 때 국내 주식형펀드로 자금이 공격적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또 헤지펀드·자문형랩 등 자산관리상품에 대한 수요도 아직은 불확실하다. 따라서 2012년에도 외국인 투자자의 영향력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외국인 순매수를 추정할 때는 두 가지 변수가 중요하다. 하나는 미국 소비자 물가, 또 하나는 코스피의 12개월 예상 PER(주가수익배율)이다. 미국 소비자물가는 글로벌 불확실성, 원자재 가격, 3차 양적완화 등 통화정책 가능성 등을 반영하고 코스피의 12개월 예상 PER은 한국증시의 매력도를 반영한다.



 2012년은 코스피 밸류에이션이 충분히 낮고 미국 소비자 물가는 점차 하향 안정화되는 상황이기에 외국인 순매수가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외국인 순매수 유입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코스피 12개월 예상 PER의 안정성이 유지되어야 한다. 만약 2008년처럼 12개월 주당순이익(EPS)이 25% 낮아진다면 지수는 하락하는데 코스피 12개월 예상 PER은 오히려 상승할 수 있다. 이미 2012년 EPS 추정치가 하락하고 있다는 점은 부정적이다. 게다가 2011년 EPS 상승을 이끌었던 에너지·자동차 업종과 같은 실적 주도주가 올해에는 눈에 띄지 않는다.(정보기술(IT)업종의 실적 턴어라운드를 기대하고 있으나 아직은 불분명하다). 둘째, 미국 소비자물가가 안정되어야 한다. 다행히 지금은 유로화 약세, 달러 강세가 부각되고 있다. 달러 강세가 나타난다면 2011년과 달리 올해는 물가가 하향 안정되는 시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리비아 원유 생산설비도 2012년 2분기를 기점으로 원상 회복될 전망이다.



 물론 미국의 이란 경제제재안,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 등으로 인해 오일 쇼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부정적이다. 그러나 12월 말에 통과된 미국의 이란 경제제재안은 6개월의 유예기간이 있는 만큼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할 가능성이 높다.



 결론적으로 코스피 실적 추정치가 불안하긴 하지만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글로벌 물가 안정과 함께 외국인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정훈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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