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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가구 디자이너 로버트 스태들러
그는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나 밀라노 IED, 파리 ENSCI에서 디자인을 공부했다. 1992년 라디(RADI) 디자이너 그룹을 공동 창립해 2008년까지 활동했다. 독일 HFBK, 프랑스 Ecole Nationale Superieure d’art에서 교수로도 일했다. 현재 파리에서 까르띠에 문화재단 등과 함께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재주꾼이다.
전시회 개관 행사에서 ‘내일을 기억하라(Remem-ber Tomorrow)’라는 특별강연을 한 스태들러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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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선보인 ‘모노크롬’ 시리즈에서는 예술과 가구의 경계를 뒤섞었다. 흔히 거실에는 소파가 있고 그 뒤 벽면에 작품이 걸려 있다. 이 ‘클리셰’적인 장면을 스태들러는 작품은 아래로 흘러내리고 소파는 위로 올라가 서로 합쳐지는 형상으로 꾸며냈다.
-디자인 철학이 궁금하다. “디자이너는 자유로워야 한다. 기존 디자인의 틀이나 방법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중요한 것은 문맥을 벗어나도 곤란하다는 것이다. 내가 ‘코르소’라는 레스토랑 인테리어를 의뢰받았을 때, 가장 중요한 주문은 프랑스의 전형적인 비스트로적 요소를 지켜달라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너무 ‘레스토랑 같은’ 모습은 보여주기 싫었다. 그래서 2009년 당시 조명의 경우 금빛 테이프를 붙이는 방식으로 인공 태양 느낌을 주면서 간접조명 효과도 높였다.”
-디자이너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나. “디자이너는 필요한 것만 만드는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고 아티스틱한 것만 만드는 사람도 아니다. 이 둘을 병행해야 한다.”
-문맥 안에서 자유롭게 생각하는 방법이 있나. “생각의 믹스매치가 중요하다. 사실 나는 모순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내 작품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개념이다. 영화도 ‘Back to the Future’나 ‘Eyes Wide Shut’ 같은 모순적인 가치를 품은 작품이 마음에 든다. ‘최고급과 싸구려’ ‘우아함과 저속함’ ‘진지함과 우스꽝스러움’ 같은 서로 상반된 가치의 충돌을 통해 새로운 것이 과연 무엇인지 심사숙고할 수 있다.”
-가구는 이용이 편리하면서 보기에 좋아야 한다. 둘 중 더 중요한 게 있나. “어느 하나만 고를 수는 없다. 원래 가구를 만든 의도에 100% 충실한 것이 아름다운 것이다. 가구가 갖는 기존의 관행적인 기능에 질문을 던지는 것이 내 스타일이다.”
-당신은 인테리어를 하면서 어떻게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려고 하나. “2011년 ‘와일드 앳 홈’이라는 전시를 했다. 전시 중에 ‘애니웨어(anywhere)’라는 램프 디자인을 선보였다. 이 작품의 컨셉트는 ‘램프에 있을 곳의 자유를 주자’다. 보통 거실이나 부엌에는 등이 있는 곳이 고정적이다. 사람들은 등의 위치에 맞춰 식탁과 의자를 배치한다. 하지만 난 좀 더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그렇다면 등을 옮길 수 있게 하면 될 것이 아닌가. 그래서 천장에 긴 탄소섬유 막대를 매달고 막대 한쪽엔 등을, 다른 한쪽엔 밧줄을 부착한 뒤 등을 이리저리 이동할 수 있게 했다.”
-‘와일드 월(wild wall)’도 흥미로웠다. “집안에 벽 한 면 정도는 낙서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아예 난장판을 만들어도 좋다. 이렇게 함으로써 숨통을 트는 공간이 생기고 우리는 공간을 지배할 수 있게 된다.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