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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호회 好好 파파밴드와 마마밴드

파파밴드와 마마밴드에서 활동하는 강민식, 구미애, 박세연, 장광순씨(왼쪽부터). 이들은 “멤버들끼리 가족적인 유대감이 생겨 좋다”고 말한다.




남편들은 8년, 아내들은 7년째 따로 또 같이 정을 노래합니다

 강민식(44·마포구 합정동)씨와 구미애(45·합정동)씨는 결혼한지 18년 된 부부다. 일견 평범해 보이는 부부지만 이들의 취미는 독특하다. 강씨는 파파밴드의 보컬과 기타를 맡고 있고, 아내 구씨는 마마밴드의 베이스 기타를 연주한다. 집에서는 보통 남편과 아내지만, 밴드 활동이 있는 날이나 공연이 잡혀 사전 회의가 있는 날이면 부부는 각자 밴드의 멤버로 돌아간다.



 파파밴드의 시작은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초등학생이던 아들이 다니던 미술학원의 학부모 친목모임에서 아빠들만 따로 모이는 ‘선수회’가 만들어진 게 발단이다. 매달 첫 번째 수요일에 만난다고해서 이름 붙은 선수회의 회원들은 모임이 있을 때마다 새벽까지 술과 당구장, 노래방을 전전했다.



 아내들의 질타에 선수회를 해체하며, 좀더 건설적인 모임을 갖자는 취지로 만든 것이 밴드였다. 다행히도 다들 음악에 관심이 많아 바로 밴드가 결성됐다. “소싯적에 기타 정도는 만져봤을 정도로 음악에 대한 향수가 깊은 세대”라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각자 기타, 건반, 베이스기타와 드럼을 맡으며 자연스레 5인 밴드가 만들어졌다. 이름도 아빠들이 모여 만들었다고 해서 ‘파파밴드’로 정했다. 매년 8월 8일을 ‘파파 데이’로 정해 정기공연을 갖고 그 외에는 문화적으로 소외된이웃을 위해 무료 음악 공연을 한다.



 강씨와 같은 파파밴드의 원년 멤버 장광순(47·마포구 합정동)씨는 “밴드활동은 음악을 듣고 즐기는 것과는 전혀 달랐다”며 “처음엔 무대공포증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어느새 듣는 것보다 연주하는 음악이 훨씬 좋아졌다. 도예작가인 그는 “도예작품을 만들고 전시를 하는 게 기다림에 가깝다면 연주는 즉흥적이고 즉각적인 반응이 와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파파밴드는 생각보다 금세 유명세를 탔다. 2005년 5월에는 TV 프로그램을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2005년이 가족의 해로 지정되며 아빠의 존재감과 역할이 부각되던 시기였다”고 강씨는 설명했다. 그 뒤로도 가족을 위주로 한 다양한 행사에 초대됐는데, 그때마다 남편들을 위해 박수부대를 이끌었던 사람은 강씨의 아내인 구씨와 장씨의 아내인 박세연(45)씨였다.



 구씨와 박씨가 주축이 돼 마마밴드가 만들어진 것은 파파밴드가 결성된 지 1년 뒤쯤이다. 밴드활동에 너무 몰두한 남편들이 아내들에게 미안해져 함께 활동할 것은 권하면서부터다. 강씨는 “첫 번째 파파데이 공연 때 다른 주부밴드를 초청했었다”며 “아내들이 직접 마마밴드를 만들어 취미활동을 함께 하면 좋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구씨는 “처음엔 거부감도 있었지만 가족이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단 생각에 밴드를 만들었다”며 “부담도 됐지만 3년 정도 지나니 무대를 즐기게 됐다”고 전했다. 또 파파밴드 멤버의 아내들이 마마밴드의 회원인 경우가 많아, 가족적인 유대감도 강해졌다. 매년 파파데이 공연이 끝나면 친한 가족끼리 함께 여름휴가를 떠날 정도다. “또 다른 가족, 이웃사촌이 생긴 기분”이라고 구씨는 덧붙였다.



 동호회나 직장인밴드의 생명이 길지 않은 것을 감안할 때, 8년째 활동 중인 파파밴드와 7년째인 마마밴드는 장수밴드라고 할 수 있다. 멤버 중에는 음악 실력이 늘지 않아 슬럼프를 겪는 경우도 있다. 박씨는 마마밴드에서 3년 정도 드럼을 맡다가 현재는 쉬고 있는 중이다. 박씨는 “어린 시절 동경하던 밴드활동을 시작할 때만 해도 꿈만 같았다”며 “하지만 막상 밴드 활동을 하면서 아이들 뒷바라지와 살림을 병행하자니 너무 힘들었다”고 경험을 털어놨다. 실력이 늘지 않아 무대에서는 게 부끄러워졌고 결국 슬럼프로 활동을 잠시 쉬게 됐다. 쉬는 동안에도 객원 멤버로 꾸준히 활동했던 박씨는 얼마 전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기타를 배우는 걸 보니 마음이 다시 동했어요. 대학 때 조금 배웠었는데 다시 제대로 배우고 싶단 생각이 들더군요.” 당장은 무리겠지만, 실력이 쌓여 자신감이 생기면 다시 밴드활동도 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슬럼프 외에 다른 고충도 있다. 구씨는 “나눔 공연을 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더라”고 말을 꺼냈다. 화려한 무대 위만 보고, 먹고 살만해 이런 활동을 한다고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어서다. 또 사회적으로 나눔 봉사의 인식이 높은 것과 달리 관공서나 기업의 지원이 그리 적극적이지 않은 것도 아쉽다.



 구씨는 “매년 파파 데이의 공연을 장식하는 ‘파파송’이 있다”고 말을 꺼냈다. 아빠들의 청춘 이야기, 가장의 무거운 역할을 맡고있는 남자들의 희로애락 이야기를 담은 노래로 강씨가 작사를 하고 밴드의 멤버들과 함께 곡을 다듬었다. 구씨는 “파파송을 듣고 밴드에 지원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나 역시 들을 때 마다 마음이 찡해지곤 한다”고 말했다. 파파송에는 문화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나눔 공연을 하자는, 이들의 마음도 표현돼 있다. 구씨는 “무대를 보는 사람 역시 우리의 순수한 취지를 이해할 수 있는 여유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다면 좋겠다”고 바람을 밝혔다.



<이세라 기자 slwitch@joongang.co.kr/사진=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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