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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재테크 ‘5적’



‘화이트 스완(White Swan)’.

 역사적으로 되풀이돼 온 금융위기를 가리키는 말이다.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가 이름 붙였다. 그에 따르면 금융위기는 ‘블랙 스완(Black Swan·극히 예외적이어서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아니다. 미국의 투자전문가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주장에 대한 반박이다. ‘블랙스완론’을 주창한 탈레브는 “금융위기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과 같은 예측 불가능한 사태로 촉발되며, 예측할 수 없는 탓에 파급 효과가 한층 커진다”고 했다. 그러나 루비니 교수는 “금융위기는 충분히 예측할 수 있고 예방할 수도 있지만 제때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온다”고 강조했다.

 금융위기가 화이트스완이라면 답이 나온다. 철저히 대비해 막으면 되는 것이다. 올 한 해 시장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무엇을 조심하면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을까. 한국의 이코노미스트(경제분석가) 8인에게 물었다. 시장 흐름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애널리스트(주식분석가)보다는 냉정하게 시장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그들이 예측한 2012년 ‘당신의 지갑을 위협할 위험과 기회 요인’을 꼽아봤다.

 미국의 투자전문 방송인 CNBC는 최근 ‘월가의 구루(guru)’로 대접받고 있는 라즐로 비리니 비리니어소시에이츠 리서치 대표에게 2012년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는지를 물었다. 비리니 대표는 ‘확실한 불확실성(Known unKnowns)’의 향연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투자자의 지갑을 위협할 다섯 가지 불확실성을 지적했다.



①유가급등을 초래할 수 있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과 이란의 갈등 ②북한 김정은의 동향 ③이라크의 내전 등 정정불안 ④파키스탄과 미국의 동맹 약화 ⑤러시아의 대통령 선거 등이다. (유럽 재정위기, 중국의 경착륙 우려, 신흥시장 성장세 둔화 등 누구나 예측하는 불확실성은 논외로 했다.)

 국내 이코노미스트 8인이 꼽은 리스크 요인도 비슷하면서 달랐다.

 유럽 재정위기는 대부분이 지적하는 최대 변수다. 신석하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1분기 PIIGS(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 국가들의 만기 도래 국채가 2000억 유로를 웃돌고, 상반기 유럽 은행들의 자금 상환 규모가 2300억 유로에 달한다”고 말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정책실장은 “유럽중앙은행(ECB)의 역할 확대와 유럽연합(EU) 국가의 실질적인 재정통합이 근본 해법이지만 단기간에 실현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유럽 이슈가 2012년 내내 시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탈리아 등 남유럽 국가의 국채위기가 프랑스까지 확산되는지를 잘 살펴야 한다.

고유선 삼성자산운용 이코노미스트는 “남유럽 국채를 보유한 프랑스계 은행의 부실과 재정 위험이 프랑스 국채 시장에 반영될 경우, 위기가 유럽을 포함한 선진국 전체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 여부도 걱정이다.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의 고성장에 제동이 걸린다면 이들 국가에 대한 수출이 성장을 이끌었던 우리 경제가 위협받을 수 있다. 곽영훈 하나금융연구소 경제연구실장은 “대중 수출은 한국 전체 수출의 4분의 1을 차지한다”며 “중국 부동산 가격 불안, 지방정부 재정 문제 등 불안요인이 심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금은 미풍에 불과하지만 북한 정권 교체에 따른 정치 혼란은 언제든 가장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1996년 4월 북한 판문점 대표부 대변인이 비무장지대(DMZ) 불인정 담화를 발표한 그해 9월 북한 잠수정의 동해 침투가 이뤄졌고, 이어 97년 2월 북한이 포괄적 핵실험 금지조약에 서명을 거부할 때까지 한반도 긴장고조가 1년 정도 지속됐다”며 “당시 소비심리가 크게 악화되면서 주가도 20% 떨어지는 등 파급효과가 컸다”고 설명했다. 김정은의 권력 승계 과정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당부다.

글로벌 경제성장의 둔화는 국내 고용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 김현정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지난해 취업자수 증가는 40만 명 정도였으나 올해는 30만 명대 이하로 줄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 실장은 “지난해 늘어난 일자리도 대부분 서비스 업종을 중심으로 한 저소득·비정규직, 또는 자영업 위주였는데 올해는 양적·질적으로 더 어려운 여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용 불안은 사회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게다가 올해는 총선과 대선이 있다. 선거 과정에서 계층 간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대내적’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 이는 경제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 권순우 실장은 “글로벌 성장 둔화에 선거가 겹치면서 계층 간, 세대 간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선거를 통해 정치권이 쇄신되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역발상 예측도 있다. 변양규 실장은 “현재 정치권에 대한 국민 불신은 상당한 수준”이라며 “여·야 모두 총선 및 대선을 위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상당한 수준의 쇄신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선거를 통해 정치권이 쇄신되고 정치 무능이 치유되면 그간 미뤄 왔던 경제 관련 입법이나 복지 정책에 대한 논쟁이 정리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내년이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기회 요인도 있다. 각국 정부가 경기를 살리기 위해 정책을 내놓으면 우리 기업에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곽영훈 실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의 적극적인 정책 대응이 중국은 물론 신흥국의 빠른 위기 극복을 가능하게 한 것처럼 올해 역시 중국의 경기 부양책 실시로 우리 경제가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도 “아시아 국가들이 수출을 통한 경제성장을 이루기 힘든 상황에서 내수 진작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수출 중심의 우리 기업들에는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외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반도체와 LCD 등 우리 기업들의 주요 수출품목의 가격 개선 가능성”을 기회 요인으로 꼽았다. 권순우 실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인한 교역 확대”를, 신석하 실장은 “국제 유가 및 원자재 가격의 안정화”를 호재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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