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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북방에서

북방에서 - 백 석 (1912~96)


아득한 녯날에 나는 떠났다

부여를 숙신을 발해를 여진을 요를 금을

흥안령을 음산을 아무우르를 숭가리를

범과 사슴과 너구리를 배반하고

숭어와 메기와 개구리를 속이고 나는 떠났다

나는 그때

자작나무와 이깔나무의 슬퍼하든 것을 기억한다

갈대와 장풍의 붙드든 말도 잊지 않었다

(중략)

그동안 돌비는 깨어지고 많은 은금보화는 땅에 묻히고 가마귀도 긴 족보를 이루었는데

이리하야 또 한 아득한 새 녯날이 비롯하는 때

이제는 참으로 이기지 못할 슬픔과 시름에 쫓겨

나는 나의 녯 한울로 땅으로 -나의 태반으로 돌아왔으나

이미 해는 늙고 달은 파리하고 바람은 미치고 보래구름만 혼자 넋없이 떠도는데

아, 나의 조상은 형제는 일가친척은 정다운 이웃은 그리운 것은

사랑하는 것은 우러르는 것은 나의 자랑은 나의 힘은 없다 바람과

물과 세월과 같이 지나가고 없다.

우리는 여기까지 어떻게 왔나? 흥안령과 아무우르를 건너 숭어와 메기를 속이고, 자작나무와 이깔나무를 뿌리치고, 흘러 흘러 어떻게 살아왔나. 높은 사람에게 절을 하고 매끄러운 밥을 먹고 대포소리에 놀라고, 그러다 문득 보니 아무것도 없다, 사랑도 힘도 자랑도 다 사라졌다. 없다고, 지나갔다고, 말할 수 있는 나라는 강력한 나라, 다시 일어서는 나라, 백석 시인의 나라. <최정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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